팬택의 스마트폰 ‘큐리텔 PH-S8000T'을 구입한 A씨.
A씨는 8월 PC의 기능을 구현한다는 스마트폰 광고를 보고 스마트폰을 구입했다. 하지만 이내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스마트폰의 최대 장점으로 볼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의 사용이 불가한 것.
A씨는 이 제품을 판매하고 서비스하는 SK텔레콤에 전화를 걸어 이유를 물었다. 되돌아 온 답변은 "SK텔레콤의 인증을 받지 않은 프로그램은 사용할 수 없다"는 것. A씨는 현재 인증을 받아 사용이 가능한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는지 되물었다. SK텔레콤 측 대답은 이랬다.
"현재 사용가능한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 SK텔레콤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 "없다"
지난 7월 국내 최초로 ‘윈도 + 인텔 + 스마트폰’이 출시됐다. 팬택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모바일 운영체제와 인텔의 모바일 기술기반 프로세서를 탑재해 휴대폰과 PC를 융합한 스마트폰 ‘큐리텔 PH-S8000T'이 SK텔레콤 단독으로 출시한다고 7월 발표했다. 삼성전자 역시 윈도 스마트폰 'SCH-M600'을 개발하고 이달 15일부터 판매에 들어가 늦어도 크리스마스 안에 시장에 풀릴 예정이다.
▲ SKT의 스마트폰 '에니콜 SCH-M600(좌)'과 ‘큐리텔 PH-S8000T'(우) ⓒK모바일
이들 스마트폰은 출시 전부터 광고와 언론을 통해 PC의 OS(구동시스템)와 CPU(메인프로세서)가 탑재되어 PC와 다름없는 휴대폰이라는 찬사를 듣곤 했다. 하지만 실제로 구현되는 기능은 SK텔레콤의 정책으로 인해 일부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SK텔레콤으로부터 인증되지 않은 프로그램은 사용할 수 없는 것.
최근 팬택의 스마트폰을 구입한 김 모 씨는 "해외 유학시절 외국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 프로그램들을 사용하기위해 팬택의 스마트폰을 구입했지만 설치가 되지 않아 사용할 수 없었다"면서 "만약 프로그램가 안된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하소연했다.
◇ SK텔레콤의 요청에 응용프로그램 설치 '인증형'으로 수정
팬택의 스마트폰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SCH-M600'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테스트폰을 통해 테스트해 본 결과 아직 시장에 풀리지 않은 삼성전자의 SK텔레콤용 스마트폰 역시 응용프로그램의 인증이 필요하다며 설치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제조사들은 제품을 판매하고 서비스하는 SK텔레콤의 요청에 의해 응용프로그램은 개방형에서 인증형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거쳤다고 말한다. SK텔레콤측은 이들 스마트폰에 자사의 인증을 받은 응용프로그램만 설치할 수 있도록 제조사에게 요청한 것.
이로 인해 SK텔레콤의 스마트폰을 구입한 사용자들이 불만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 "스마트폰이 파일뷰어도 지원 안 해?"
현재 스마트폰에 기본탑재된 응용프로그램은 MS 윈도모바일 스마트폰 OS에 기본적으로 포함된 프로그램(MS 아웃룩, 인터넷 익스플로러, 미디어 플레이어)과 휴대폰용 프로그램 뿐. 워드프로그램이나 엑셀 같은 문서 작성프로그램 역시 포함되어 있지 않고, 심지어 최근에는 휴대폰에도 탑재되는 파일뷰어(워드문서나 엑셀 문서를 볼 수 있게 하는)프로그램도 스마트폰에서는 제공되지 않는다.
그나마 삼성전자만 가까스로 SK텔레콤의 인증을 거쳐 파일뷰어 프로그램과 음성인식 프로그램을 번들로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 SK텔레콤과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위에서 나열한 프로그램 외에 다른 응용프로그램은 인증을 거치지 않아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스마트폰 출시 후 반년, "여전히 응용프로그램 없어"
7월 스마트폰 첫 출시 후 반년, SK텔레콤 측은 아직까지 인증된 응용프로그램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 하면서도 아직까지 사용자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무단 복제된 불법프로그램 사용으로 인해 휴대폰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어 인증된 프로그램만 사용할 수 있도록 막았다"며 "아직까지는 (스마트폰)사용자가 많지 않아 향후 스마트폰 성장을 지켜본 후SK텔레콤 자체 유통망을 통해 응용 프로프로그램을 배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무료 공개프로그램의 유입을 막기 위해 인증제를 실시했다면 유료 프로그램이라도 인증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소비자 커뮤니티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에서 스마트폰이 처음 출시한 시기는 7월부터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 응용프로그램을 하나도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소비자들은 해외 프로그램을 유료로 구입해서라도 사용하기를 원하는데, 단 하나의 유료 프로그램도 인증되지 않았다는 것은 스마트폰을 무책임하게 판매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게다가 이러한 사실을 소비자에게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고 박스를 뜯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매뉴얼에만 게재되어있어, 모르고 구입해 피해를 입는 사용자가 늘고 있다.
스마트폰을 구입한 A씨는 "워드나 엑셀문서를 작성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구입했지만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면서 "기능상의 이유로는 환불이나 교환이 안돼 스마트폰을 구입한 것에 대해 후회가 막심하다"고 털어놨다.
K모바일 오병민 기자 news@kmobi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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