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에서 기함인 SM7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였다. 닛산의 기술력, 르노의 디자인, 그리고 르노삼성의 생산 능력으로 만들어진 QM5에 이은 또 다른 작품이다. 그래서 모델명까지 ‘SM7 New Art’라고 스스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뉴 SM7 모델의 가장 큰 변화는 역시 디자인의 변화다.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되던 하단부의두터운 그릴을 보다 날렵하게 가다듬어 이른바 ‘주걱턱’이라 불리던 결점을 해결했다. 뿐만 아니라 좌우 램프와 그릴을 보다 매끈하게 정리했다. 이른바 안면 윤곽술을 감행한 것.
뒷범퍼의 경우 존재가 희미할 정도로 없앴다. 테일 램프 하단과 트렁크 좌우라인을 밑으로 길게늘려 범퍼와의 경계를 없앤 것이다. 덕분에 길이는 4,950mm로 기존 모델보다 5mm 짧아졌다. 밋밋해진 뒷모습은 렉서스의 LS460을 생각나게 만드는 듀얼 머플러로 포인트를 줬다.
담당디자이너는 이것으로 성에 차지 않았는지 번호판 좌우에 흰색 후진 등을 절묘하게 박아 넣었다. 마치 고기 덩어리에 박힌 ‘오돌뼈’처럼. 후진등을 테일램프에서 분리한 것은 새로운 시도다. 이것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얼핏보면 기존 모델과 별반 차이점을 찾기 어렵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파격적인 디자인. 하지만 소비자가 기막혀 하는 부분은 다름아닌 가격. 일단 구형 SM7의 가격부터 살펴보자.
일단 구형 SM7 Neo VQ23 A/T 2,540만원, 신형 SM7 Neo VQ23 SE의 가격은 2,750만원이다. 기본 모델 가격만 무려 210만원이 차이가 난다. ‘고급 직물시트, 브라운’, 전자동 선루프 59만원, 차량을 어디서 수령하느냐에 따라 최고 21.1만원(영업소 수령 기준)까지 추가된다.
고급형 모델인 VQ35 차량의 경우 구형 SM7 Neo VQ35 A/T의 가격은 3,170만원, 신형 SM7 Neo VQ35 LE35의 가격은 3,610만원. 440만원이 올랐다. 그나마 최고급 트림 모델의 경우 옵션을 제외한 기본 차량 가격이 80만원 정도로 양호한 편에 속한다.
|
구형
|
신형(2008)
|
SM7 VQ23 가격
|
2,540만원
|
2,750만원
|
SM7 VQ35 가격
|
3,170만원
|
3,610만원
|
가격이 오른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제원을 살펴보자. 기존 엔진의 출력은 VQ23의 경우 ,VQ35 엔진은 217/5,600(㎰/rpm), 32/3,500(㎏·m/rpm)을 낸다. 신형 모델 역시 마찬가지. 지난해 말에 출시해 높아진 성능과 외형으로 소비자에게 사랑 받았던 현대차의 쏘나타 트랜스폼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물론 타깃 소비층이 다른데다 제조사측에서(단순히 제조사 의견이다. SM7이 대형차라는 가정하에서다.) ‘그랜저 TG와 제네시스 사이에서 경쟁한다’고 공헌했으니 중형 세단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별다른 옵션, 성능 변화가 없이 페이스리프트 명목으로 이 정도의 가격 인상을 소비자들은 좀처럼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
구형 |
신형(2008) |
SM7 VQ23 출력 |
170/6,000(㎰/rpm), 23/4,400(㎏·m/rpm) |
170/6,000(㎰/rpm), 23/4,400(㎏·m/rpm) |
SM7 VQ35 출력 |
217/5,600(㎰/rpm), 32/3,500(㎏·m/rpm)
|
217/5,600(㎰/rpm), 32/3,500(㎏·m/rpm)
|
르노삼성차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신형 SM7 개발비로 1,00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에 어느 누리꾼은 ‘1,000억을 차체 개발에 안 쓰고 모두 직원 회식비로 사용했냐’며 쓴소리다.
초창기 SM5 출시때부터 줄곧 지적받던 ‘자체 기술력’에 대한 의문도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조립 전문 제조사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다양한 라인업으로 전개중이다. 하지만 SM시리즈는 기본 플랫폼을 모두 닛산에 의존한다. SM7의 심장인 VQ엔진 역시 닛산에서 14년 연속 베스트10 엔진에 이름을 올린 화려한 이력의 엔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닛산에 입김을 무시할 수는 없기에 엔진 성능에 대한 부분은 언제나 아쉬움을 남긴다.
값이 올랐으면 이에 합당한 이득을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마땅하다. 제조사는 합당한 성능과 편의 사양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서고 현실적인 가격을 제시해야 하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더구나 2008년은 토요타 캠리, 닛산 알티마 등의 일본산 중형 세단이 현해탄을 넘어 본격적으로 국내에 상륙하는 원년이다. SM7은 대형차를 지향하지만 기본 플랫폼은 중형 세단이다. 플랫폼에 비해 가격이 높은 대형 차종이 일본 중형 세단의 표적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르노삼성차의 포부처럼 그랜저TG와 제네시스 사이의 간극을 새로운 SM7이 메울 수 있을까? 가격으로는 가능하지만 국민차(경차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떠올리는 그런 차 말이다)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브랜드 밸류에서 아직 역부족이다. 긍적적인 자세로 바라본다면 틈새 시장을 노릴수 있는 기회이자 동시에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임에 틀림없다.
환골탈태를 가장해 슬그머니 가격을 올리는 얄팍한 상술(商術)을 펼 때가 아니다. 진화를 거듭하는 겉모습에 버금갈 성능과 감성으로 소비자들을 감동시킬 인술(仁術)을 펼 때다.
다나와 정보팀 김재희 기자 wasabi@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