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일 VITY125는 작은 체구에 비해 비교적 높은 출력과 적당한 제동력을 갖추고 있으며 편안한 포지션으로 주 무대인 시내 주행 시에 좋은 능력을 보여 준다. 출력에 걸맞은 브레이크시스템도 좋은 평가를 받는 부분. 포지션 상 어쩔 수 없이 비교가 되는 혼다 SCR110과는 판매 금액에서 50만원 정도의 차이를 보여 주는데, 이런 이유로 개인적으로는 가격대 성능비를 따지자면 SCR110에 손을 들어 주고 싶다. 아무래도 출 퇴근 또는 통학용으로 경제적인 탈것이 필요할 때 3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하기는 조금 버겁다. 물론 경제적이면서도 조금 더 넉넉한 배기량과 깔끔한 외장 퀄리티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VITY 125가 더욱 적합할 것이다.
김남희 겉으로 보기에는 심플한 블랙컬러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세한 펄 입자들을 감싸 안고 있는 녀석으로 SCR110보다는 주행 중 덜 심심한 느낌이다. 730mm의 낮은 시트고와 가벼운 차체는 핸들링에 있어 부담을 덜어주었고, 프론트 쪽의 널찍한 수납공간과 소지품 걸이 후크는 모자 및 가벼운 소품들의 보관이 용이했다. 뒤 캐리어의 형태가 미관상 좋지는 않아서, 구입을 하게 된다면 바로 탑 박스 장착을 해야 할 것만 같다. 강력한 경쟁 라이벌로 보이는 SCR 110과 비교했을 때, 배기량 15㏄의 차이로 50만 원가량의 구입비용을 지출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면 필자는 SCR110을 구입해 그 비용을 탑 박스 구입과 장착에 쏟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김존 한국모터트레이딩에서 2010년 기대작으로 준비한 비티 125는 3년 전 이미 만나본 적이 있는 시그너스 RS의 전자제어인젝션 유럽사양이다. 전작과 비교했을 때 외관상의 변화는 딱히 없지만 한층 고급스러워진 컬러와 페인트 도장품질은 품격이 달라보이게 하는 큰 효과를 낸다. 레저보다는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도입으로 혼다의 SCR 110과 고객층이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배기량이 조금 더 높은 덕에 출력 면에서는 우위를 보인다. 약 50만 원을 더 주고 넉넉함을 즐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소비자의 몫이겠지만 구입비용 절감보다 매일 느껴지는 출력 스트레스를 겪지 않는 쪽을 택하는 게 현명할지도 모르겠다. 비티는 125cc라는 걸 명심하자. 다만 기본 장착된 리어 캐리어의 형상의 특성상 GIVI나 KAPPA 등의 하드 탑 케이스 브래킷이 무난하게 장착될지 의문이다. 3년 전 출시되었던 전작에 비해 약 100만 원이 상승한 점도 체크포인트.
기상 관측이래 최고로 많은 눈이 서울과 서해안을 덮었다. 아무리 새하얀 낭만과 설렘의 눈이라지만 이정도 되니 그저 쓰나미와 다름 아닌 자연 재해였다. 철도를 제외한 모든 도로교통수단이 순식간에 마비되었고, 사람들은 이동의 자유를 잃어 버렸다. 청소차가 다니지 못하자 공동주거단지는 쓰레기더미로 변해버리고, 물류와 택배가 올 스톱 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경제시스템 마저 멈춰버렸다. 톱니바퀴 돌아가듯 굴러가던 도시 시스템은 서울에 내린 28.8cm의 눈 하나에 손 하나 쓰지 못했다.
전기만 끊어져도 도시는 재앙이다. 지난 해 가뭄으로 태백시에 물 공급이 중단되면서, 꽤 많은 사람들이 그 도시를 떠났다. 상상해 보라. 당장 물 공급이 끊어진다면 식수는 생수로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집 안에서는 조리는 물론이고 세탁, 화장실, 씻기조차 불가능해 진다. 만약 전쟁이라도 발발한다면?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누리던 문명의 이기는 순식간에 사람들을 극단으로 내몰 것이다. 최근 벌어진 아이티 지진 사태만 봐도 갑작스런 자연의 재앙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만약에 어떤 비상사태로 인해서 급하게 도시를 떠나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교통수단을 택할 것인가. 대부분의 불쌍한 비(非)라이더들은 어떻게든 자동차를 끌고 나와서 주차장으로 변해버린 도로위에서 어쩔 줄 몰라 할 것이다. 개인의 이동수단으로써 자동차 외에 어떤 선택이 존재하던가. 이건 재난 영화에서 자주 나와서가 아니라, 지금도 자연재해를 떨치지 못하는 나라들이 고민하는 일이다.
실제로 화산폭발로 두 번이나 도시 자체가 사라진 이탈리아 폼페이에서는 최근 베수비오 화산의 재 폭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있다. 만약 갑자기 화산폭발이 일어난다면 나폴리 주변의 고속도로는 그곳을 탈출하려는 자동차로 주차장이 되어버릴 것이라는 시뮬레이션이 발표된 이유에서다. 그건 비단 그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도쿄의 세 배, 로마의 다섯 배가 넘는다. 2500만의 인구가 수도권에 몰리면서 이미 주변 국도와 고속도로는 그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하지만 걱정 없다. 아무리 꽉 막힌 테헤란로의 출 퇴근 길이라도 몇 분이면 뚫고 지나가는 우리는 라이더가 아니던가. 터미네이터나 딥 임팩트 같은 영화만 봐도 항상 주인공들은 바이크를 타고 위험으로부터 탈출한다.
합리적인 라이더들의 선택
과연 전천후 모터사이클이란 무엇일까. 비바람이 몰아치고 눈보라가 날려도 겁내지 않고 달릴 수 있는 그런 바이크 말이다. 온로드 오프로드도 가리지 않고 들어가고, 적은 기름으로도 멀리 갈 수 있는 그런 녀석.
막힌 차들 사이를 쉽게 가로지를 수 있으면 좋겠고, 둘이 탈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짐도 넉넉하게 실을 수 있어야 한다. 오랫동안 쉬지 않고 운행해도 될 만큼 내구성이 좋아야 하고, 또 값이 너무 비싸서도 안 된다. 이건 어디까지나 ‘취미’보다는 ‘목적성’에 초점이 맞춰 있기 때문이다.
전쟁이나 천재지변과 같은 비상사태를 평소부터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이와 같은 ‘합리성’의 기준에서 우리는 어떤 바이크가 과연 전천후 모터사이클이 될 수 있을지 따져 보았다. 전천후란 아무래도 개념이 다양하지만, 우리는 그 범위를 국가의 비상사태가 아닌, 일상적인 상황에서 아무 때라도 쉽게 타고 나갈 수 있을 모터사이클로 한정했다. 요약하자면 <스쿠터부터 오프로드, 투어러까지 다양한 장르의 바이크가 10대인 김 모 씨가 날씨와 계절, 특수한 상황과 관계없이 1년 중 가장 많이 이용할 것 같은 바이크>쯤 되겠다.
바이크는 자동차보다 더욱 취미와 개성이 요구되는 만큼 아주 다양한 장르가 존재한다. 다만 다양한 활용성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아메리칸, 대륙 횡단 투어러, 레이서 레플리카와 같은 거대하고 취미성이 가득한 바이크는 가장 먼저 제외된다. 일반도로에서 비현실적인 트라이얼이나 모터크로스도 패스. 50cc의 소형 바이크나 스쿠터들 역시 이동 영역의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제외했다. 이런 저런 활용도를 생각한다면 250cc 정도의 배기량을 갖춘 엔듀로 바이크가 최고라는 결론이 나온다. 지금은 구입할 수 없는 야마하 셰로우나 혼다 XR250 정도라면 실개천과 눈앞에 야산이 펼쳐져도 무섭지가 않겠다.
중소형 엔듀로 바이크들은 기동성의 측면에서 바이크의 최고봉에 선다.
일 년 중 가장 추운 날 진행될 비교 시승 기획에서 <스쿠터앤스타일 편집부>는 어떤 바이크가 어쩌면 1년 중 가장 바이크 타기 힘든 날에도 탈 만 할 것인가를 따져봤다. 이런 최악의 날에도 탈 만한 기종이라면 적어도 ‘전천후 바이크’란 타이틀이 어울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토의 결과 결론은 의외로 125cc부근의 스쿠터였다. 도로가 미끄러워 고출력 차량들은 부담스러웠고, 하체로 바람이 오지 않는데다가 양말을 세 겹 신어도 발 조작이 필요 없는 스쿠터가 높은 점수를 얻은 까닭이다. 게다가 125cc 정도라면 도심을 벗어나기 충분한 동력성능과 거주성을 지니고 있다.
작아서 조종도 부담이 없다.
우리는 시승차를 의뢰하면서 이 기획의 컨셉을 확정하였다. 이름 하여 <합리적 라이더들의 사회>다. 스쿠터의 기본적인 특성, 즉 간편하고 합리적인 이동수단이라는 목적성을 가장 잘 갖추고 있는 모델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가격대비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현명한 소비에 꼭 필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대림의 네오포르테는 125cc 중 가장 두드러지는 장점인 13인치의 휠과 커다란 차체의 합리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S&T모터스의 뉴페이스 티니110은 179만원이라는 믿을 수 없는 가격과 높은 신뢰의 설계로 이 대열에 합류했다. 혼다 SCR110은 합리적인 스쿠터의 교과서 같은 모델. 야마하에서 새로 출시한 비티125는 그저 귀염둥이였던 비노125를 대신해 야마하의 가치를 보여주겠다고 나섰다. 스즈키는 넥스라는 걸출한 스타가 있지만, 오랜 역사의 신뢰와 압도적인 성능으로 스즈키를 대표하는 어드레스를 출격시켰다.
모아 놓고 보니 놀랍게도 모두, 각 브랜드에서 판매와 평판이 가장 좋은 주력 모델들이었다. 실용적인 매력이 가치를 빛내는 이 클래스의 본질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사실이다.
촬영 및 테스트는 100년 역사의 차이나타운에서 최첨단으로 새로 태어나는 송도 신도시까지 돌며 이루어졌다.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어떤 트러블 없이 인상적인 성능을 보여주었다. 이 모든 기종들은, 세컨드 바이크로 선택하기 보다는 그저 한 대 구입해 통학부터 전국일주까지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대학생이나, 스쿠터의 활용성과 가치를 뼈 속까지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그저 합리적이고 편리한 출퇴근 커뮤터를 찾는 사람들에게도 아주 좋겠다.
김건일 혼다코리아의 스테디셀러 @SCR100이 조금 더 성장하여 돌아왔다. 단순히 10cc 배기량 증가에 불과한 듯 보이지만, 전자제어인젝션이 적용된 엔진은 확연히 개선된 시동성능은 물론 가속감에 있어서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특히 좀 더 세련되게 변모한 차체형태와 대형화된 리어 브레이크 램프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너무나 정직한 출력은 단순하여 장거리 주행이 다소 심심하고, 전작에서도 지적되었던 비좁은 수납공간이 개선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물론 탑 케이스등으로 수납공간을 추가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추가 지출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이드 스탠드가 별매라는 점도 마이너스 요소.
김남희 어드레스와 비티가 장난꾸러기의 느낌이라면 SCR 110은 모범생의 단정한 느낌이다. 모던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도 한 몫하고 있지만, 시동을 켜는 순간부터 달리고 있는 순간에도 그 느낌은 변치 않고 정직하다. 한결 같다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 조용하면서도 부드럽게 반응하는 느낌이 싫지 않은 기분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티니 110이 카뷰레터 방식이라 날씨 변동에 아이들링이 약간 불안정한 상황이 있었을 때에도, SCR은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공인 연비 52.9km/L는 두말할 나위 없는 SCR 110만의 강점이고, 출퇴근 지옥 철을 더 이상 경험하고 싶지 않은 직장인에게는 쉽게 말해 239만원으로 본전 뽑을 수 있는 깍쟁이다.
김존 혼다 코리아의 효자 모델인 @SCR 100의 뒤를 계승할 막중한 임무를 타고 났다. 전작에 비해 한층 풍만해진 외관은 예전보다 덜 주눅 들어도 될 만하고, 약 10% 늘어난 배기량만큼 상승한 출력도 전작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깔끔한 저 진동과 부드러운 가속 성능이다. 거기에 트레이드마크인 전륜 12인치 휠까지 더해져 주행성능은 흠잡을 데가 없다. 이번 장거리 일정에서 가장 졸리던 기종일 수도 있겠다. 성질 급한 주인장만 만나지 않는다면 SCR 110은 팔방미인 소리 듣기에 딱 좋다. 기본 장착된 리어 캐리어에 하드탑 케이스 장착도 용이해 추가비용이 들지 않고 100km/h에 도달하는 속도도 만족스럽다. 뛰어난 연비야 이 녀석의 밥벌이 수단이니 더할 나위 없겠다.
HONDA SCR110 VS YAMAHA VITY 125
혼다 @SCR100은 혼다코리아 전체 뿐 아니라 국내에 시판중인 동급 스쿠터들 중 가장 판매량이 많은 모델이다. 지난 몇 년간 ‘스쿠터란 이런 것이다’를 온 몸으로 보여주며 수많은 사람들을 라이더로 만든 장본인이다. 혼다라는 브랜드 파워와 200만원 초반대의 저렴한 가격, 전국적인 서비스 망, 정가 판매와 훌륭한 중고가격을 무기삼아 쉬지 않고 팔려 나갔다.
작년 @SCR100에 이어 출시된 SCR110은 인젝션을 채용하고 디자인을 개선하는 등 더 나은 품질감과 성능으로 가치를 끌어 올렸다. 지금도 구입하려면 예약 후 입고시기를 기다려야 할 만큼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높은 환율과 신 모델 출시로 판매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 100만 원대 후반이던 가격이 현재 239만원으로 상승했지만 가치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중국 생산이지만 품질감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부품 값이 저렴하다는 것이 장점으로작용해 구매의 동기가 되고 있다고 한다. 혼다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비티125는 야마하에서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뉴 페이스다. 한 눈에 봐서는 SCR과 형제모델인가 착각할 만큼 비슷한 디자인을 가졌다. 태생 자체가 SCR과 마찬가지로 합리성을 전제로 태어나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모델이다. 중국에서 생산되고 일본 라인업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적은 유지비와 충분한 동력성능, 날씨나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스쿠터라는 게 세계 각국에 출시된 이 모델의 마케팅포인트다.
앞뒤 10인치 휠로 어드레스나 티니110과 같은 125cc 미만의 스쿠터가 대부분 공용으로 채용하고 있는 기본 사이즈다. 앞 12인치 뒤 10인치를 채용하고 있는 SCR에 비해서 승차감은 좀 떨어지겠지만 더 높은 배기량에 따른 날렵한 성능과 경쾌함이 돋보인다.
실제로 달려보면 비슷하게 보이던 두 모델의 성격차이가 꽤 크다. 비티가 8.7마력을, SCR이 7.7마력을 똑같은 회전대인 7,500rpm에서 뿜어내지만 실제로는 그 차이가 꽤나 벌어지는 느낌이다. 이것은 각각의 모델의 특성과도 연관 지어진다. SCR은 좀더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주행감이 돋보이는 반면 비티는 좀 더 파워풀하고 주행의 즐거움이 느껴진다. 엔진만 보더라도 SCR의 경우에는 보어와 스트로크가 50 x 55mm인데 반해 비티는 51.5 x 60.0mm이다. 15cc의 배기량이 고스란히 스트로크량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통상 스트로크가 길면 토크가 좋아진다. 불과 0.06㎏-m/rpm의 차이지만, 체감되는 느낌은 더하다. 유럽 자료에 의하면 비티의 엔진은 비노125와 같은 것이라고 한다. 물론 과거 우리나라에 수입되었던 비노125의 경우에는 카뷰레터 모델로, 서로 차이가 있다.
이날 시승한 다섯 대 중에서 SCR은 배기량 열세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고속도와 가속에서 가장 뒤쳐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드레스 같은 스프린터와 비교하면 답답한 속이 끓어오를 정도. 덕분에 건진 것은 연비다. 공인 주행연비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50km/h의 연비는 정말 인상적이다. 비티가 5.5리터의 연료탱크를 가진 반면 SCR은 6.5리터로 SCR의 좋은 연비를 고려하면 그 차이가 좀 더 벌어질 수도 있겠다. 얼마 들어가지도 않는 스쿠터 기름넣기는 라이더나 주유소 직원 둘 다 좋아하지 않는다.
진동이 거의 없고 부드럽게 엔진상승이 이루어지는 덕에 SCR은 라이더를 채근하지도 않고, 또 운전자 역시 적극적으로 달리고 싶은 마음을 싹둑 잘라버린다. SCR과 비티 두 대 다 양복을 입고 출퇴근을 하는 도시의 회사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스쿠터이지만 그 성격차가 다르니 구입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
풀 페이스 헬멧이 하나 다 들어갈 정도로 트렁크 공간이 넉넉하고 플로어 스텝을 포함한 실용적인 설계는 두 대의 공통사항이다. 달리기 성능을 제외하고 나면 두 대는 꽤 많은 특성에서 공집합을 만들어낸다. 크기와 시트고도 거의 같다. 가격은 야마하 비티가 288만원으로 약 49만원 비싸다. 디테일을 살펴보고 실제로 달려보면 비티의 강점이 꽤 보이지만 그 것으로 그 만큼의 돈을 더 지불할지는 사람의 판단기준에 따라 다르겠다.
보증기간은 혼다코리아가 신차 구입 후 2년 이내 또는 주행거리 20,000km 미만에서 무상 보증을 하고 있고 야마하 역시 동일한 조건에서 보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 높은 신뢰를 구축한 SCR과 마찬가지로 야마하 비티 역시 유럽시장에서 탄탄한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어떤 모델을 선택하더라도 안심할 수 있겠다.
김건일 S&T 모터스에서 2009년 후반기에 발표한 110cc 스쿠터. 110cc라고 믿기에는 어려운 가속 능력과 시속 100km에 다다르는 최고속도. 179만원이라는 경이로울 정도로 저렴한 가격은 큰 메리트로 다가온다. 다만 영하 15도의 강추위 속에서 다소 불안정한 아이들링을 보였던 점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그 외 SYM 마크를 스티커로만 가려놓은 것도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 부분으로, 그런 사소한 부분에서 조금만 더 신경을 써준다면 구매 결정이 쉬우리라 여겨진다. 현존하는 스쿠터 중 가장 가격대 성능비가 높을 것으로 여겨진다.
김남희 두 발이 되어 늘 상 함께하게 될 애마를 선정하는데 있어 디자인은 무시하지 못하는 상위권에 속한다. 특히 패션과 아름다움에 민감한 여성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화이트와 블랙으로 옷을 입은 나머지 네 기종의 틈에서 티니110은 단연 미모를 발산한다. 광택감이 있는 블루 펄 컬러에 패션성을 갖춘 헤드라이트와 계기반 등 곳곳에서 ‘나 예쁘죠?’라고 물음을 던진다. 필자 스스로 생각해도 다섯 기종 중 본인과 싱크로 율이 가장 높은 모델이라고 느껴졌다. 다만 서울에서 출발할 당시 연료탱크를 모두 가득 채워 출발했음에도 가장 먼저 연료 경고등에 불이 들어와 달리는 라이더를 긴장하게끔 만든 것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5.8L의 티니 110과 6L의 어드레스는 탱크 용량의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연비에 있어서는 저만치의 간격이 벌어짐을 느꼈다.
김존 둥글둥글하게 생긴 것들 천지인데 간만에 ‘엣지(Edge)’ 있는 디자인이 나왔다. 네모난 헤드라이트에 네모난 몸체가 호기심을 자극하고 S&T모터스에서 오랜만에 출시한 모델이라는 반가움에 당장 올라 타보게 만든다. 일반적인 스쿠터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구성된 티니는 110cc의 엔진과 프론트 싱글디스크, 넉넉한 트렁크, 2인 승차 가능한 스텝, 외부에서 주유 가능한 연료 주입구 등 실용성으로 똘똘 뭉쳤다. 가벼운 차체에 비해 배기량이 넉넉해 초반 가속이나 중속 이상의 속도 영역에서도 비교 모델에 비해 나은 성능을 보여주었고, 겉보기에 부실할 것 같던 브레이크도 이외로 잘 먹혀들었다. 카뷰레터 모델이기 때문에 영하 10도이하의 기온에서는 시동유지가 잘 되지 않곤 했으나 이런 기록적인 날씨가 일 년에 며칠이나 되겠냐는 생각을 하면 큰 문제는 아닐 수도있다. 무엇보다 티니 110의 착한 가격은 타 모델과의 비교에서 우위를 점한다. 179만 원이라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스쿠터는 그리 많지 않다.
DAELIM NEO FORTE VS S&T MOTORS TINI110
대림 네오포르테는 2007년 데뷔하여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대림의 대표적인 국민 스쿠터이다. 2001년 출시한 포르테의 계보를 잇고 있으니 벌써 10년이라는 역사를 지닌 셈이다.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멋진 디자인도 그렇지만 13인치의 대구경 휠, 9.5리터의 연료탱크는 다른 스쿠터를 압도하는 인상이다.
상대적으로 무겁고 큰 만큼 저속에서의 반응이 떨어지고 연비가 좋지 않은편이지만 다섯 대의 비교시승 결과 최고속도와 가속성능에서는 월등한 성능을 입증했다. 또한 커다란 차체와 휠에서 오는 고속 주행감은 125cc 스쿠터 중 최고라는 느낌. SYM 보이저125나 킴코 다운타운125, 야마하 마제스티125와 같은 중형 스쿠터와 비교해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안정감이 돋보인다. 170cm이하의 라이더에겐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시트고가 높아 주행 시 시야도 제일 좋다. 만약 주행거리가 많다면 이 다섯 모델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티니는 S&T모터스의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에게 익숙한 SYM의 대만 정식 라인업에 포함된 모델이다. 비버 125EFI 및 피들엑스와 함께 중국 SYM에서 만들어 대만SYM으로 공급되는 세 모델 중 하나이며 귀여운 디자인으로 여성들에게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재 대림과 함께 국내 양대 모터사이클 브랜드를 형성하고 있는 S&T모터스는 더 이상 소형 스쿠터를 자체 개발 하지 않고 있다. 효성기계공업이 오랜 시간의 구조조정을 끝내고 S&T그룹에 인수된 후 S&T 모터스로 재출발하면서, S&T는 소형 스쿠터를 대만 SYM이나 PGO등 완성 브랜드에서 OEM형식으로 공급받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가 협소한데다가, 생산비가 높아져 채산성이 맞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작년 가을 새로 출시한 아이미와 뉴티, 티니를 비롯해 토리나 과거 메가젯(조이라이드)도 마찬가지였다. 대만의 검증된 스쿠터를 수입해 국내 시장에 공급하고, 그들은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고 배기량의 부가가치가 높은 바이크 개발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영업망을 비롯해 서비스, 개발 등 모든 부분을 구조조정 중인 S&T모터스는 자동차 부품 관련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S&T대우의 대표이사 김택권 사장이 수장을 겸직하면서 S&T대우의 기술과 인력을 모터스로 이전하고 있는 중이다. 새로 발표한 ST7의 해외반응이 뜨겁다는 소식이고 전기스쿠터도 올해 말 데뷔 예정이다. 미국 할리-데이비슨 유통망을 통해 판로도 열어두었다. 수십 년의 그들의 역사에서 그들의 미래를 바꿔줄 가장 다이내믹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티니는 대만SYM의 내수용 모델로 글로벌 세일즈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한국의 S&T모터스가 자신의 브랜드를 붙이고 판매가 가능한 것도 이 덕분이다.
SYM은 대만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OEM생산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그 만큼 기술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티니는 2009년도부터 발매를 시작한 신 모델로 현재 대만에서는 인젝션 모델로 판매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카뷰레터 버전으로 수입된다. 생산 단가를 줄이기 위함인 듯하다. 덕분에 179만원이라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가격이 가능했는데 이 가격은 SCR110에 비교해도 60만원이 싸고, 귀여운 디자인으로 여성들에게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비노50과 비교해도 59만원이 저렴하다.
대만 버전과 비교하면 생산원가를 줄이기 위한 마이너스 옵션이 눈에 많이 띈다. 대만버전에는 키 박스에서 시트를 바로 열 수 있는 버튼이 있지만, 국내 버전에서는 생략되었다. 또 원터치로 펼쳐지는 탠덤 스텝도 마찬가지. 작은 차체의 특성상 2인 승차가 불편해 많이 쓰지는 않겠지만 탠덥 스텝을 꺼내다가 손이 끼기 쉬운 구조여서 아쉬운 부분이다.
공랭 단기통 110cc엔진은 여느 대만 스쿠터답게 파워풀하게 가속한다.
작고 귀여운 디자인을 보고 달리기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7,500rpm에서 발휘되는 8.8마력의 힘은 80km/h까지 가속하는데 거침이 없다. 출발이 더딘 네오포르테에 비교해서는 초반에 앞서고 60km/h 언저리까지는 어드레스에 비교해도 많이 뒤처지지 않는다. 80km/h를 넘어서는 가속이 둔해지다가 100km/h를 넘어서면 힘겨워한다. 최고속도는 조금 더 넘지만 작은 차체와 10인치 휠의 한계 때문에 속도를 더 올리기는 힘들다.
시트고는 715mm로 웬만한 여자들도 다 탈 수 있을 정도다. 또 무게가 가벼워 조작이 쉽고 달리기가 경쾌하다. 차체중량 95kg의 아담함과 디자인의 힘은 비노50을 팔고 좀 더 빠른 기종을 원하는 여성들에게 최적의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중고로 팔고 남은 돈으로 새 제품을 사는 일도 가능하겠다.
네오포르테와 티니는 배기량이 불과 15cc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성격의 차이는 극과 극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네오포르테는 2미터에 가까운 길이에 1,340mm의 휠베이스로 다섯 대 중 가장 크기가 컸다. 무게도 건조중량이 134kg으로 엔진오일을 채우고 주유를 마치면 150kg에 육박한다. 전후 연동 브레이크를 비롯해 뒷좌석 백레스트까지 챙겼다. 연비가 다소 떨어지긴 해도 넉넉한 거주성과 전국적인 애프터서비스망,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부품 덕에 전국 여행에 가장 어울리겠다.
김건일 대한민국에 스포츠 스쿠터 신드롬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현존하는 수입 125cc스쿠터 중 가장 많은 대수가 판매되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어드레스. 콤팩트한 차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스런 가속감과 높은 연비가 가장 확실한 세일즈 포인트이다. 다만 막강한 가속성능에 비해 순정 브레이크의 제동력이 너무 약해 위급한 상황이 발생 시 뜨끔한 경우가 있다. 이런 이유로 브레이크계통은 어드레스 오너들이 가장 먼저 튜닝대상으로 삼는 부분. 그리고 콤팩트한 차체다 보니 어쩔수 없는 부분이지만, 남성 두 명이 승차하기에는 비좁은 시트가 아쉽다. 또한 그 인기를 반증 하는 것이기는 하나 최근에는 길거리에 다소 흔하게 보이다보니 소유욕이 감소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김남희 달리는 재미가 있는 스쿠터로 칭하고 싶다. 부천을 지나 인천으로 향하는 동안 무수히 많은 신호에 정차하고 달리기를 반복하는 동안에도 어드레스는 지루할 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녹색불이 점등되자마자 치고나가는 가속력은 여느 슈퍼 스포츠 바이크도 부럽지 않다. 컴팩트한 차체 크기와 가벼운 핸들링은 여성인 필자에게 꼭 맞는 느낌이었다. 최근 스포츠 스쿠터 시장에서 강력한 라이벌들의 등장에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지만, 동급최강의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는 파워와 매력을 발산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프론트 디스크 브레이크의 채용에도 순정상태의 제동력이 많이 아쉽고, 티니110(179만원)의 약 2배에 달하는 가격(325만원)이 구매 결정에 있어 1순위 고민이다.
김존 어드레스는 꾸준히 다른 모델과의 비교대상이 되어 왔다. 아담한 차체에 튀어나가는 가속력, 뛰어난 연비 등은 어드레스와 비교하였을 때 ‘좋다, 나쁘다’라고 평가되곤 했기 때문이다. 날렵하게 생긴 스타일만큼이나 자신의 성격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도심에서의 그는 얄밉게도 잘 빠져나가는 재주꾼이지만, 장거리 주행에서도 만족스러운 크루징을 선보였다. 다만 아담한 차체 탓에 몸집이 큰 사람이라면 점차 피로를 느끼게 될 듯하다. 장거리 정속 주행은 스쿠터의 연비를 측정하기 좋은 조건인데, 정확한 연비 수치를 재어보지는 않았지만 타 기종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을 즈음 두어 눈금의 여유를 보이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대림 포르테나 혼다 SCR 110과 달리 전후 휠 크기가 10인치에 불과해 노면 충격을 크게 받는 것이 스트레스이긴 했으나 어느 속도 영역에서건 필요할 때에 튀어나가는 넉넉한 출력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S&T MOTORS TINI 110 VS SUZUKI ADDRESS V125G
티니는 작은 차체가 어드레스와 비교된다. 실제로 주행 특성도 닮은 부분이 많고, 2인 승차가 불편하다는 것도 비슷한 특성이다. 차체가 작은 만큼 시트 밑 트렁크 공간도 조금 부족한 편인데 넓이는 괜찮지만 깊이가 깊지 않아 하프페이스 헬멧 수납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다. 풀 페이스 헬멧이 쏙 들어가는 어드레스와 비교하면 꽤 아쉬운 부분으로 이것은 대부분 대만 브랜드 스쿠터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는 공통 사항이다.
그들의 스쿠터 이용 특성상 대부분 가장 간편한 제트 타입의 헬멧을 착용하기 때문이리라.
티니는 장거리보다는 시내 주행 및 장보기 등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는 특성이 돋보인다. 390mm 길이의 플로어에는 커다란 쇼핑백이나 숄더백 등 수납의 여지가 많고 걸이용 후크도 두 개나 준비되어 있다. 핸들 바의 크기에서부터 시트 포지션까지 아무래도 여성 라이더에 특성이 맞춰져 있어서 키가 180cm이상 되고 몸무게가 80kg넘는 풍채 좋은 남성이라면 여동생이나 여대생들에게 양보하는 게 좋겠다. 자칫 잘못하면 제 2의 ‘비노를 괴롭히는 거인 아저씨’가 될 수도 있겠다.
어드레스는 ‘고출력 디젤차처럼 느껴지는’ 출력 특성부터 짧은 휠베이스와 가벼운 차체에서 오는 높은 운동성능 등 다분히 남성적인 특징을 지녔다. 이런 특성이 가끔씩 보이는 여성 어드레스 라이더들을 섹시하게 만들어준다. 소형 스프린터 스쿠터의 표본으로 군림하는 탓에 구구절절한 부연은 필요 없을 듯하다.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인상적인 그 스펙과 상징성은 늘 경쟁상대를 압도해 왔다.
9.9 마력의 출력과 1.2㎏.m/6000rpm에 달하는 파워는 뛰어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파워를 바탕으로 만들어내는 63.3km/L의 연비(당사 발표수치)다. 공식적으로는 연비가 좋기로 소문난 SCR110보다도 10km/L 이상 앞서는데, 이는 가벼운 차체와 넉넉한 힘 덕분에 스로틀을 혹사 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로 운전해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여유롭게 운전하게 되는 SCR110과는 달리 어드레스는 작은 차체를 돌리는 재미에 빠져 스쿠터를 극한으로 내몰게 된다.
6리터의 연료탱크는 작은 편이 아니지만, 어드레스의 높은 기동성과 활발함을 유도하는 차체의 특성 덕에 주유가 번거롭다고 느끼게 만든다.
이것은 티니도 마찬가지다. 가벼운 차체와 짧은 휠베이스가 주는 경쾌함을 마음껏 누리다 보면 어느새 연료게이지가 바닥을 보고 있다.
어드레스와 티니가 작은 차체를 지향하는 것은 그 이유가 다르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비슷한 특성을 지니게 된 점은 재미있는 사실이다.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차이나는 점은 더더욱 그렇다.
김건일 라이벌들에 비해 넉넉한 체구로 안정성을 높이고, 다섯대 중 유일하게 전후가 연동되는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강력한 제동력을 확보한 점이 매력포인트. 풀 페이스 헬멧이 여유롭게 들어가는 수납공간과 비교적 저렴한 269만원에 구매가 가능한 점 그리고 전국 어디를 가든 완벽한 수리를 받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상용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과 템포가 조금 느린 초반 가속능력은 나의 급한 성격에는 맞지 않아 점수를 조금 잃었다. 제품의 퀄리티와 승용의 이미지를 조금 더 향상시킨다면 더욱 완벽할 듯.
김남희 참여한 5대의 기종 중 가장 몸집이 컸다. 지난 11월호에 게재되었던 대하투어 때와는 달리 폭설이 내린 뒤 노면의 제설이 되지 않은 도로가 종종 있어, 160cm 신장을 가진 필자에게 네오포르테의 시트 고(770mm)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한 것은 사실이다. 또 평상시의 상황이라면 반겼을 전후 연동 디스크 브레이크도 이번 투어만큼은 조금 얄미웠다. 하지만 타 기종과 달리 전후 13인치 휠을 채용한 점과 비교되지 않는 9.5L의 대용량 연료탱크는 장거리 투어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덧붙여 탠덤 백 레스트가 기본사양으로 장착되어있어 2인 승차로 커플의 장거리 여행의 동반자가 되기에 안성맞춤으로 보여진다. 특히 대림의 전국적인 AS와 부품수급의 용이함, 269만원의 합리적인 가격대는 동급 배기량의 비티와 어드레스에 비해 저렴해 선택에 있어 우위를 달린다.
김존 대림 네오 포르테의 명성은 일찌감치 등장했던 동사의 트랜스RV와 포르테 등으로 이어져 온다. 당시 트렌드로는 이해되지 않던 과도한 스펙은 지금에 와서 각광을 받고 있다. 다섯 대의 기종 중 유일하게 전후 13인치의 대구경 휠을 채용하고 있는 점이나 디스크 방식의 전후 연동 브레이크, 9.5리터의 대용량 연료탱크 등은 일상에서의 여유를 즐길 수도 있지만 장거리 주행에 있어서 최고의 메리트로 꼽을 수 있다. 이렇게 수준 높은 스펙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산 브랜드이기에 가능한 합리적인 가격은 또 하나의 메리트. 대림자동차 엔진 특유의 미끄러지듯 초반 진동이 거슬리긴 하지만 일단 가속을 시작하면 중속 이상에서부터 고속영역까지 망설임 없이 뻗어나간다. 트렁크 공간 또한 상당히 넓어 장거리 여행에서의 진가를 네오 포르테는 충분히 발휘하였다.
SUZUKI ADDRESS V125G VS DAELIM NEO FORTE
둘의 가속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은 네오포르테가 결코 느리지 않다는것이다. 비본을 비롯해 네오포르테에는 대림 차들이 가지고 있는 두드러진 특성이 존재한다.
바로 스로틀을 당겼을 때 주행이 시작되기 까지 약 1초간의 타임래그가 있는 것이다. 초반에는 이 점이 스쿠터에 치명적인 결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대림의 스쿠터는 비본의 시승에도, 대륙적이라든지 아메리칸의 여유로움을 꿈꾼다든지 하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그 특성은 네오포르테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가속테스트를 몇 차례 실시하는 동안에도 이런 네오포르테의 특성은 결점으로 작용했다. 어드레스와 같이 초반 반응이 빠른 스쿠터와 함께 출발하면 백번이면 백번 다 지게 되어 있는 것이다.
방법이 없지는 않다. 브레이크를 잡은 상태에서 스로틀을 조금 당겨 클러치를 연결해 놓으면 한결 출발이 쉽다. 하지만, 이것은 소모품의 교환주기를 아주 빨리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런 대림 스쿠터들의 특성은 아무래도 범용성의 미덕을 가지는 브랜드 자체의 특성에 기인한다고 봐야겠다. 제품의 특정 타겟이 분명하기 보다는 다양한 모델이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되는 만큼 소비자들을 골고루 만족시키기 위한 특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13인치의 휠을 채용하고 크기를 키운 것도 2종 소형 면허가 없는 사람들이 탈 수 있는 최대 배기량의 스쿠터에서 가능한 한 모든 것을 하게 하려는 대림의 배려와 사상이 나온 근본적인 이유가 된다.
그래서 대림의 스쿠터들은 구매를 자극하는 그 무엇인가가 부족하기 쉽지만 어딜 가져다놔도 크게 빠지지는 않는 무난함을 지니고 있다.
어드레스는 그와 반대로 경량 로드스터처럼 가속과 달리는 재미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한 케이스다. 스로틀을 돌리는 즉시 가속을 해대는 엔진은 어드레스를 100km/h 언저리까지 올려놓고는 더 욕심내지도 않는다. 동급 최강 성능을 뽐내는 GP125와 비교하면 가속과 최고속이 다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어드레스를 쉽게 포기하게하지도 않는다. 최고속이 조금 떨어진다고 매력이 부족해졌다면 어드레스가 이 자리까지 오지도 않았다. 기본적으로 떨어지는 브레이킹 성능조차 어드레스는 매력이라 말한다. 엔진을 포함해 모든 부분에 개선을 위한 여지가 분명한 덕분에 어드레스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멋진 튜닝 베이스가 된다.
앞서 출발한 어드레스를 네오포르테가 얼마 안가 금방 따라잡고, 또 앞서 나간다는 사실은 예상을 뒤엎은 의외의 결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드레스의 가속감이 훨씬 진하게 느껴지고,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달리기의 제왕으로 남는 이유는 그런 담백하고 곧은 특성 덕분인 듯하다.
결론적으로 장거리 주행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네오포르테를, 도심의 이동이 잦은 사람들에게는 어드레스를 추천해주어야 맞겠지만, 경험 상 어드레스도 장거리 여행이 나쁘지 않았다.
심지어는 넥스 보다도 더욱 즐겁다고 느꼈던 경험이 있다. 이는 역시 활용 용도에 앞서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문제라고 판단된다.
가속 능력의 순서를 따져보자면 네오포르테와 어드레스가 가장 앞서고 그 뒤를 바짝 붙는 비티, 티니 SCR 순서로 이어진다. SCR이 조금 뒤처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비티와 네오포르테가 최고속이 높은 만큼 거리가 길어진다면 뒤집어 질 수도 있겠지만 다들 큰 차이는 없이 100km/h 언저리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가속과 최고속도 등 다양한 테스트를 통한 결과 이 절대적인 성능의 차이가 미미해 구매의 직접적인 동기로 이어지기는 힘들겠다는 결론이다.
플러스마이너스
가격대비 가치가 가장 높은 기종을 꼽으라면 단연 SCR과 티니를 꼽을 수 있겠다. 둘은 110cc의 공통된 배기량을 가지고 있다. 100cc로부터 배기량 확대를 통해 125에 바짝 다가간 그들은 100cc와 125cc의 장점을 절묘하게 취했다. 배기량의 그들이지만 서로 경쟁상대를 찾아보면 오히려 SCR은 비티와, 티니는 어드레스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물론 가격까지 고려한다면 또 상황은 뒤바뀐다.
티니의 가격은 정말 다시 강조해도 나쁘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지만, 욕심으로는 대만에서 판매되고 있는 인젝션 사양이 도입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인젝션 모델의 대만 내 판매 가격이 55,000 대만달러로 2010. 1월 20일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196만원이다. 카뷰레터 모델이기는 하지만, 국내 출시 가격이 파격적이라는데 이견은 없는 것이다. 현재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변경의 가능성이 없겠지만, 경쟁 모델이 모두 인젝션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티니의 국내 시장 성공 여부가 지속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 듯하다.
새로 출시된 비티의 괜찮은 품질감과 성능이 인상적이지만 288만원이라는 가격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느낌이다. SCR의 합리성을 좇기에는 가격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가격대비 가치가 뛰어난 경쟁모델과 디자인과 퀄리티에서 강점인 프리미엄 모델 사이에서 자칫 비티는 방향성을 상실할 수도 있다. 야마하의 브랜드 파워와 훌륭한 마케팅이 비티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네오포르테는 장점이 무수한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대림이 지우지 못하는 상용브랜드의 이미지와 비본중심의 마케팅 그림자에 묻혀 존재감을 잃었었다.
가격과 품질감, 브랜드 포지셔닝 무엇하나 모자라지도, 또 모두를 압도하지 못해 양극화 되어가는 소비의 희생양이 되었다. 회사가 어느 때 보다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고, 또 뼈를 깎는 체질개선을 통해 다시 나아가려고 하는 이때에 네오포르테는 대림의 주력기종으로 손색이 없는 가치를 지녔다. 대림 스쿠터개발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이 모델은 계기반등 구식 디자인을 개선하고, 소유의 즐거움을 주는 디테일을 보완한다면 몇 년 전의 영화를 다시 한 번 재연할 수 있을 것이다. 멋진 페이스리프트를 기다려본다.
에필로그
지구 온난화에 따른 곳곳의 천재지변과 점점 악화일로로 치닫는 분단국가의 위기의식에서 합리적인 스쿠터 찾기가 출발했다. 기름 값은 언제라도 치솟을 준비가 되어 있고, 자동차 업계 역시 연료절감과 친환경이 화두가 된지 오래다. 도시 중심의 라이프스타일과 합리적이고 능동적인 사회분위기가 정착될수록 지금 비교해 본 스쿠터들의 수요와 가치는 올라갈 것이다.
“합리적 라이더의 사회”. 어떤 특수 상황의 대비를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함께 사는 이 환경을 지키고 후대에도 지속 가능한 삶을 가능하기 위해 선택할, 우리가 꿈꾸는 미래다. 에너지를 아끼고, 환경파괴를 줄이는 일에 우리는 합리적인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탬이 되고 있다고 자평해도 좋겠다. 그게 앞서 말한 합리적인 스쿠터들이라면 말이다.
즐거움을 위한 수단이라고 해도 바이크를 타는 것 자체가 지구를 덜 상하게 하는 일이란 걸 한번 쯤 스스로 대견하게 여겨보는 것은 어떨지.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날씨에 이틀 동안 덜덜 떨면서 이제 다시는 바이크를 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적어도 바이크를 타야 하는 이유가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해서라도 이렇듯 존재한다. 토시와 점퍼로 무장을 하고 또 다시 겨울의 도로로 나서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