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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와 함께 한 24,521km [재규어랜드로버/디스커버리]

오토기어
2014.07.08. 10:21:37
조회 수
22,54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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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시승기가 아니다. 허접한 신변 잡기다. 내 신변에 대한 雜記인만큼 편하고 자유스럽게 쓸란다. 내 편안함이 누군가에게 불쾌함을 준다면 그건 대단히 미안하다. 하지만 전혀 의도하지 않았음을 밝힌다.


<
오토기어>는 나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적어도 내게는. <오토기어>의 시승기를 보고 차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어떤 사연인지는 예전에 가입 인사에서 밝혔다. 따라서 나는 늘 <오토기어>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 이 마음의 빚을 포르쉐 마칸의 시승차 제공으로 갚아주고 싶으나 내가 조만간 마칸을 소유하게 될 가능성은 로또 당첨 확률에 가깝다. 그래도 희망은 버리지 않는다.


얼마 전
<오토기어>에서 좀 더 풍부하고 폭넓은 정보를 교환하자는 취지에서 독자들에게도 글을 쓸 기회를 주기 시작했다. 기회는 이 때다. 로또 당첨을 기대하느니 차라리 지금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부담없는 저렴한 방법이라면 어찌 망설이겠는가


가볍기 짝이 없는 내 신변잡기가
<오토기어>의 전반적인 컨텐츠 수준을 저하시키는 데 대해서는 대단히 우려스럽지만 적어도 이것이 결초보은의 심정으로 쓴 글이라는 내 진정성을 독자 제위께서 이해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미리 밝혀둔다
. Discovery4에 대한 최고의 시승기는 <오토기어> 2009년 시승기를 참고하시라. 내가 아는 한 이보다 훌륭한 시승기는 없다. 검색창에 디스커버리치면 나온다.


이제 가보자
.


24,521km…

 

굳이 허접한 잡기 하나 쓰려고 밤에 슬리퍼 질질 끌고 주차장에 내려가서 차에 올라타 트립 컴퓨터를 켜서 주행거리를 확인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아직도 쾌변하지 못한 기분마냥 찜찜하게 엉덩이 아래쪽에 무겁게 남아 있지만, 차에 가볼 때까지 주행거리를 정확히 몰랐던 내 무관심에 대한 반성에 가깝다고 스스로 위안한다. 어쨌든 이 친구와 함께 한 시간도 벌써 1년 그리고 24,521km를 같이 달렸다.


D4. Discovery4. Land Rover. Made in England (
맞나?).
 

내 차다. 리스라서 내 명의는 아니지만 내가 타고 다니고 내 집에 주차한다. 리스비 꼬박 꼬박 낼 때까지는 어쨌든 내 차라고 주장해도 무리는 아니다.
 

이 친구를 만난 건 2013 4월이다. 인터넷의 저명하고 권위 있는 시승기 사이트에서 이 차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는 그 동안 검토하던 유수의 SUV를 제쳐두고 이 친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일산 전시장에서 처음 만났다. 첫 만남의 인상은 이렇다. 하아~~ 이게 뻐-쓰냐 승합차냐정말 무슨 차가 산더미 만하냐…. 농구 선수가 시승 예약을 잡은 모양인지 영맨은 그날 따라 차고를 최대치로 올려 놓았다. D4는 에어서스펜션이 기본 장착 되어 있어서 차고를 최대 14cm 높일 수 있다. 최대치로 높인 D4에 올라타려면 사다리가 필요할 지경이다. 실제로 우리 장모님 이 차 안 타신다.
 

사실 D4는 전장과 전폭는 동급의 SUV에 비해 그리 크지 않다. D4 4835x1970이고 BMW X5 4886x1928, Benz ML350 4815x1935, ,KIA Mohave 4935x1915이다. 전폭은 미세하게 넓지만 전장은 오히려 짧은 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높이다. 동급 SUV들이 1762~1815인데 반해 D4 2095. D4가 무너진 산더미 혹은 뻐-쓰처럼 보이는 이유는 바로 압도적인 높이 때문이다.
 

사실 D4를 애마로 구입했지만 정작 나의 애마는 따로 있다. 여유 부린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 사무실 차량용 엘리베이터에 D4가 들어가지 않는다. 산타페도 들어가고 여타 SUV도 어찌 어찌 구겨 넣으면 들어간다. D4는 절대 못 들어간다. 구입 첫날 자랑스럽게 타고 갔으나결국 주변 유료 주차장을 찾고 말았다. 그 이후로 이 차 타고는 출근 못한다. 대신 아내가 탄다. 아내가 이 차타고 장보러 다닌다. 동네 아주머니들 다 태우고 다닌다. 무면허 마을 뻐-쓰다.
 

D4 디자인의 매력은 이다. 남자는 의리도 있지만 도 있다. 대한민국 남성들은 각에 대한 미묘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 특히 군대 생활의 반 이상을 각을 잡는데 쓴다. 각은 뭔가 정돈된 느낌을 주고 강한 힘을 느끼게 한다. 심플하며 직관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D4는 남자의 차다. 간혹 D4의 각진 모습에 호감을 가지고 매혹되는 여성들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낯선 브랜드가 주는 호기심일 뿐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갤로퍼의 뒷모습과 D4의 뒤모습을 구분하지 못한다. 동호회 어떤 회원의 고백이다. 차를 사고 나서 주차장에서 만난 아저씨 왈; “아니 그 좋은 차(베라크루즈) 버리고 왜 이걸 샀어?” 분명 갤로퍼와 혼동이 되신 것이다.
 

어쨌든 D4의 최대 장점과 단점은 각이다. 그래서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각의 디자인은 D4의 태생적 DNA와도 같다. D4 D4답게 보이게 하는게 각 말고 또 뭐가 있을까…? 그런데 지난 4월 뉴욕 모터쇼에서 디스커버리 비젼 컨셉트카가 공개되었는데 향후 디스커버리 디자인의 미래를 가늠해 주었다. 놀랍게도 그건 더 이상 디스커버리가 아니라 이보크와 레인지로버를 버무려 놓은 듯한 이것도 저것도 아닌 디자인이었다. 동호회에서 난리가 났다. 단언컨대 각을 상실한 디스커버리는 더 이상 디스커버리가 아닌 것이다. 랜드로버 각성하라!


N02_4505 low.jpg


각설하고
, 차나 한번 타보자.


D4
의 높은 차고는 보는 이로 하여금 다소 불안감을 준다. 다소 불안정해 보이는 이 덩치 큰 박스카가 과연 고속 주행이나 험로 주행에서 안정감을 줄 수 있을까?
 

시동을 켜면 3.0 디젤 엔진이 우렁찬 고함을 지르며 돌아가기 시작한다. 시동 소리는 참 크다. 차 앞을 지나가던 분들이 놀라기까지 한다. 혹자들는 이 차가 과연 디젤차 인지를 의심하게 한다는 너무도 뻔하고 식상한 멘트를 날리지만, 이 차 디젤 맞다. 새 차라도 알 수 있다. 시동 소리 우렁차고 이후 갈갈갈 하는 소리가 디젤차란 걸 웅변해 주고 있다. 방음에 신경 썼지만 디젤은 디젤이다. 조용한 디젤 원하는 사람은 Benz를 추천해 주고 싶다. ML350은 진짜 조용하다. 나머지는 거기서 거기다. 굳이 비교하자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D4보다 조금 더 조용하다. 하지만 난 디젤 소리가 좋아서 디젤을 탄다. !
 

악셀을 밟으면 바랑~ 하고 튀어 나가는 느낌은 없다. V6 휘발유 엔진과는 느낌이 다르다. 대신 두터운 토크감을 바탕으로 스르렁 하는 느낌으로 나간다. 악셀 느낌이 대단히 직관적이다. 내 디젤 승용 세단에서 느꼈던 반박자 늦는 반응이 아니다. 이게 터보랙인가? 암튼, 밟으면 나가고 발을 떼면 속도가 줄어든다. 저속 구간의 느낌은 다소 부담스럽다. 2.6톤의 거구가 속도를 받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 스펙 상으로 제로백이 9.3초라는데 솔직히 시험해 보고 싶지는 않다. 출발해서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악셀을 꾸준히 밀어줘야 한다. 한두번 세게 밀어서 속도를 내는 것이 아니고 어느 정도 속도를 얻을 때까지 밀어줘야 한다. 한동안 이 느낌에 익숙해 지는데 애를 먹었다. 바랑 바랑이 아니고 부우우우웅 하는 느낌으로 죽 밀어주면 차도 그런 느낌으로 주욱 나간다. 그러면서 속도를 얻기 시작하면 놀랄만큼 차가 가벼워진다. 대략 시속 40km 넘어가는 구간부터는 차가 몰라보게 경쾌해진다. 한번 받기 시작한 탄력이 지속된다.

ZF 8단 변속기의 변속 충격을 거의 느낄 수 없다. 변속은 물 흐르듯이 진행된다. 수동에 익숙한 내가 아 요때쯤?’하고 느끼기 전 찰나의 순간에 변속이 된다. 변속은 내 감각보다 한박자 빠르다. 악셀 조작에 능숙한 분들이라도 변속 타이밍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핸들링을 논하기 이전에 핸들의 무게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웬만한 여자들은 이 차 운전하면서 팔과 손목 운동 따로 안해도 된다. 핸들 참 무겁다. 뒤로 주차 한번 하려면 팔뚝에 쥐날 정도로 돌려야 한다. 솔직히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이 고장난 것으로 착각했다. 진심이다. 지독하게 무거운 핸들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주행 중에는 무거운 핸들이 오히려 안정감을 준다. 작은 힘에도 휙휙 돌아가는 핸들이 아니라서 웬만한 고속 주행이 아니고서는 핸들을 꽉 잡을 이유가 없다. 노면의 상태가 아주 불량하지 않는 이상 핸들의 떨림이나 흔들림은 거의 없다. 게다가 50:50의 상시 사륜 구동 시스템은 보다 안정적인 핸들링을 배가시켜 준다. 간혹 고속도로 교차점에서 360도 회전을 할 때 뒤에 따라 오는 차가 나보다 더 불안해 하는 것을 느낀다. 탑차 처럼 생긴 넘이 브레이크도 밟지 않고 급회전 구간을 빠져나가니그만큼 핸들링과 코너링은 무난하고 안정적이다.
 

주행 성능은 6기통 디젤답다. 초반의 굼뜬 움직임을 벗어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밟는대로 나간다. 1800RPM 100Km를 유지하지만 힘은 남아 돌아서 언제든 치고 나갈 수 있다. 정확히 측정해 보지는 않았지만 평지라면 2,500~3,000RPM 정도에서 180km를 주파할 수 있을 것이다. 속도 x 무게 = 힘 이라는 물리적 법칙에 따라 이 무겁고 큰 덩치가 한번 속도를 붙이면 무섭게 달려 나간다. 디스커버리는 골프의 운전재미에 카니발의 공간을 즐길 수 있다는 어느 네티즌의 말에 깊은 공감을 한다. 사실 거의 모든 차들이 120~160km 정도의 속도를 가볍게 낼 수 있지만, 모든 차들이 운전자가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만큼의 가속력으로 원하는 안정감을 가지고 방향과 속도를 조절할 수 있지는 않다. 엔진과 변속기의 성능, 그리고 정확한 핸들링과 강한 차대 강성 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알고 있다). 엄청난 덩치와 무게지만 D4는 그 정도의 운전 재미는 준다고 생각한다.
 

브레이크는 부담된다. 혹자는 정말 정확하게 잘 선다고 하신다. 난 안 그렇다. 차 세울려면 부담된다. 평소에 브레이크를 잘 밟지 않고 퓨얼컷으로 속도 조절을 하는 편이다. 기름값이 아까워서이다. D4는 세단이나 여타 SUV보다 조금 더 긴 제동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안 그러면 앞차 룸미러 속 불안에 가득 찬 운전자의 눈망울을 보게 된다. 불필요하게 타인에게 불안감 조성하지 말고 천천히 운전하고 브레이크 여유있게 밟자. 따라서 브레이크 디스크 자주 갈아야 한다. 난 아직 교환을 한 적이 없지만 대략 25,000km 내외에서 교환한다고 한다. 참고로 내 디젤 세단은 50,000km가 넘었는데 아직 쌩쌩해서 동네 카센터 아저씨가 브레이크 안써요?”라고 핀잔 아닌 핀잔을 주셨다.


CAM00017 현 low.jpg

4x4


D4를 소유하고 난 다음에 많이 받는 질문들이 있다. 험로 주행 성능은 어떠냐고. 내가 D4를 가지고 있으면 멀쩡한 아스팔트나 포장길 놔두고 일부러 자갈과 바위가 즐비하거나 바퀴가 푹푹 빠지는 진창을 골라서 출퇴근 할 거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다. 당근 아니다. 오프로드? 안 들어간다. 주변에 오프로드도 없다. 일부러 찾아가지도 않는다. 다만, 아주 가끔씩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D4의 험로 주파 능력을 경험하게 될 때가 있다. 몇 가지 사례로 살펴 본다.

장면 1


작년 겨울 친구와 홍천에 갔을 때 야간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친구가 없었더라면 최대한 조심스럽게 차를 몰았을 것이다. 그런데 옆자리가 친구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남자 친구(오해 마시라. 나도 남자다)! 점차 눈발이 거세지고 도로에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불안해서 속도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친구가 말했다. “역시 눈길에는 사륜이 최고야. 게다가 이건 랜드로버잖아~!”. 그 상황에 속도를 줄일 수 있는 용기있는 남자가 몇이나 있을까! 에라이 모르겠다. 계속 갔다. 그러다 컴컴한 교차로에서 갑자기 앞에 나타난 경운기 한대! 틱틱틱틱(ABS) 그리고 Let it go~~! 겨울왕국 앞마당을 소리없이 미끄러지며 20~30m를 속절없이 차에 몸을 맡긴 결과 멈춘 곳은 정확히 반대편 차선 한 가운데. 그리고 그제서야 내 옆을 지나가는 무심한 경운기쪽팔릴 새도 없이 차를 빼서 제 자리로 돌아왔고 그 이후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친구와 나는 한마디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눈길에는 랜드로버도, 사륜도, SUV도 다 필요없다. 오직 경운기가 갑이다.

장면 2


또 다시 작년 겨울. 강릉에 갔다. 눈이 많이 왔다. 허벌나게 많이 왔다. 진짜 많이 왔다. 숙소 근처에서 밥을 먹자는 아내의 제안을 거절하고 유명하다는 경포대 근처의 순두부집에 가기로 했다. 눈이 어찌나 왔는지 제설 작업은 엄두도 못 낸다. 아싸~ 바로 이거다. 내가 원하던 장면이다. 주먹만한 눈뭉치가 날리고 도로와 갓길 구분도 안된다. 지나간 차도 없어서 바퀴 흔적도 없다. 그래! 내가 길을 만들며 가는거다. 원래 랜드로버는 이런 맛으로 타는거다. Go Go Go!
 

내비가 가르쳐준 길은 좀 불안하다. 어느 시골 마을로 들어가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겨우 차가 한 대 지나갈 정도의 좁은 골목으로 안내를 한다. 어쩔 수 없다. 들어갔다. 아주 좁은 농로에서 왼쪽 바퀴가 빠지는 느낌을 받았다. 계속 가자. 근데 핸들이 말을 안듣는다. 왼쪽 바퀴 둘이 모두 어딘가에 빠져 차를 오른쪽으로 돌릴 수가 없었다. 계속 가보자. 눈 앞에 시골집 대문이 나타났다. 계속 가면 그 집으로 들어가야 한다. 내비! 이거 맞아? 당근 아니다. 차 왼쪽이 완전히 또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반쯤 기울어진 채로 기차같이 또랑을 따라 갔고 계속 가면 대문을 들이 받는다. .. 갑자기 실내가 몹시 더워졌다. 맞아, Terrain select! 다이얼을 snow에 맞추고 핸들을 오른쪽으로 꺽어 본다. 턱도 없다. 대문이 더 가까워졌다. 이젠 개도 짖어 댄다. 이번엔 차고를 max로 높이고 low 기어를 넣는다. 기어가 들어가자 차가 제 힘에 겨워 꿀렁댄다. 느낌 좋아. 가자~! 그러나 이제 대문이 본네트 앞에 있다. 온 동네가 개 짖는 소리로 난리가 났다. 이제 아내와 아이들은 남편과 아빠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눈치다. 눈이 억수같이 내리는 이 낯선 곳에서 밤을 지새야 하나? 오늘 같은 날 보험회사 비상출동 서비스는 꿈도 못 꾼다. … 5,000원짜리 순두부 한 그릇 먹으려다가 사제 견인차 불러야 하는 상황인가기어를 low로 놓고 후진을 해본다. 꿀렁 꿀렁. 어쭈구리. 뒤로는 간다. 핸들은 필요없다. 어차피 내가 만들어 놓은 깊은 눈또랑을 따라서 차가 움직인다. 오 예~~. 30m나 될까..? 길 입구에 쌓여진 눈더미를 육중한 엉덩이로 밀어내고 마침내 차는 또랑에서 빠져 나왔다. 계속 해서 후진으로 마을을 빠져 나왔다. 그 길로 호텔로 돌아왔다. 컵라면 먹고 잤다.

HSE vs SE


D4는 사양에 따라 SE HSE로 나눠지는데 몇 가지 편의 사양의 차이 외에 가장 큰 성능 차이는 rear differential lock이다. SE에는 center differential lock만 있다. , 앞뒤로는 디퍼락이 되는데 뒷바퀴간에는 디퍼락이 안 된다. SE HSE간에는 가격차이가 1,000만원이 넘는다. 솔직히 난 이게 몹시 불만이다. 가죽을 비닐로 바꾸던지, 조수석 의자를 빼든지, 아니면 바퀴 한 쪽을 빼든지, 아니면 에어컨을 빼든지, 몹쓸 내비를 빼든지왜 하필이면 차의 기본 성능에 관한 것을 빼느냐 말이다. 난 아직도 짙은 의구심에 사로잡혀 있다. 지난 겨울 강릉에서 내 차가 HSE 였다면 과연 무사히 앞으로 빠져나갔을까?


CAM00268-2 low.jpg


이제부터는
<오토기어> 식으로 마무리해보자.
 

총평

랜드로버가 재혼으로 팔자 핀 몰락 귀족이라는 어느 분의 촌평이 너무 너무 재밌어서 한참 웃었다. 맞다. 랜드로버는 귀족 같은 차다. 가죽으로 입힌 대시 보드며, 센터페이시아 센터에 콱 박힌 아날로그 시계며, 두꺼운 가죽으로 푸짐하게 만든 시트하며, 클래식 음악도 그런대로 들을만한 하만카돈 오디오하며, 무엇보다 육중한 몸을 이끌고 험한 길도 마다 않고 기꺼이 가겠다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를 느끼게 하는 무게있는 승차감분명 똑같이 덩치는 크지만 뭔가 거칠고 뭔가 도전적이며 뭔가 다소 거만한 미국 차들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랜드로버도 새로운 시대에 맞추어 새로운 시도들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재규어에서 차용해 온 로터리 타입의 기어셀렉터, 각종 전자 제어 장치, 속도 감응이 어쩌고 저쩌고, 토크를 전자식으로 어쩌고 저쩌고 하는 복잡한 카탈로그의 설명들이 랜드로버도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열심히 선진 자동차 기술을 따라가고 있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 과연 편리한 것만이 좋은 것일까? 솔직히 로터리 타입 기어 셀렉터. 이거 진짜 안습이다. 시동 걸 때마다 이거 안 올라오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을 항상 가지게 된다. 요즘엔 달리다가 요거 들어가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새로 생겼다... 전자를 강조하다보니 오일 체크하는 딥스틱도 없다. 계기판에 오일 경고 뜰 때까지 걍 모르쇠로 타야 한다. 일제 전자 제품도 안 사는 내가 영국제 전자 장치를 어케 믿나???
 

랜드로버의 새로운 시도와 노력은 존중한다. 그러나, 오랜 시간 축적되어온 기술적 노하우와 브랜드 이미지는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기술과 획기적인 편의 사양을 무분별하게 채용하기 보다는 랜드로버의 전통적 DNA를 계승시키는 방향에서의 지혜로운 조합이 필요하다. 귀족은 몰락했지만 귀족의 이미지와 성품은 계승해도 되지 않을까?


랜드로버가 경직된 영국 귀족적 사고에 얽매여 결국 망했는지도 모른다
. 이 후 BMW, Ford와 재혼했다가 모두 이혼하고 오늘날 인도 Tata 그룹과 백년 가약을 맺었는데 이 결합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현재까지는 잘 살고 있다. 디스커버리의 형 렌쥐(레인지로버)와 누이동생 이복희(이보크)등 나머지 자식들도 잘 지내고 있다. 그래서 재혼으로 팔자 고친 몰락 귀족이란 말이 촌철살인과도 같다.

장점


이미 충분히 설명했다.

단점


비싸다.

크다.

부품값 비싸다고 하더라.

지나치게 쎈 클랙션 (임산부 진짜 주의).

연비. 대략 10km 미만.

어떤 분들께 어울릴까요?

각 좋아하는 군필 중년 남자.

급한 경우 차에서 숙식 해결해야 하는 싱글 남자.

어디에 머리를 기대야 잠이 드는 아이가 둘 이상 있는 가정.

어디 가서 이거 몇 년도 갤로퍼인가요 라고 해도 가볍게 웃어 넘길 수 있는 사람.

캠핑 가서 텐트 안 치고 차 안에서 대충 구겨져 자고 싶은 사람.

3 4일 여행에 집안 살림 30% 정도 들고 다니는 사람.

이 차 트렁크만큼이나 넓고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

끝으로 디스커버리를 지독히 사랑하는 사람 누구나 환영~~^^


Thank you!^^


영국 귀족의 피가 흐르는 오프로드의 제왕.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

http://www.autogear.co.kr/xe/board_bjfW68/30538

 

<저작권자(c) 두타(www.autogear.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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