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8개월 간 경차 시장 판매 1위를 수성해 온 기아자동차의 모닝. 그리고 2015년 8월, 7년 8개월만에 경차 판매 1위를 탈환한 쉐보레 더 넥스트 스파크. 기아자동차의 레이와 함께 경차 시장에서 본격 경쟁에 나선 두 대의 자동차를 만나봤습니다.
두 대의 비교 시승 이야기에 앞서 국내 경차 시장 이야기를 잠깐 해 보자면, 한동안 '티코'의 단일모델만 판매되다 현대자동차의 '아토스'의 출시 이후 경쟁 구도에 들어서게 됩니다. IMF 외환 위기 후 '마티즈'가 출시되며 경차 시장은 대우자동차가 주도하게 되고 기아자동차 '비스토'를 통환 이원화 전략이나 '터보차저'를 더한 차별화 전략에도 불구하고 '경차 = 마티즈'의 공식은 제법 굳건히 자리하게 됩니다.
이후 세제 개편 전 소형차로 데뷔했다 경차로 편입한 기아차 '모닝'의 출시를 기점으로 시장은 재편되었고, 그렇게 7년 8개월 동안 모닝의 독주는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 2세대 스파크의 출시와 함께 쉐보레는 7년 8개월 만에 경차 시장 판매 1위를 탈환하게 되는데요. 이처럼 크기도 배기량도 가장 작지만 경쟁만큼은 아주 치열한 경차 시장을 양분하는 두 대의 경차를 직접 비교해봤습니다.
먼저 디자인을 살펴보면, 전장과 전폭이 제한된 이른 바 '경차 규격' 내에서 디자인 된 두 대는 닮은 듯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더 넥스트 스파크(이하 스파크)가 소형 해치백의 전형적인 모습을 한다면 더 뉴 모닝(이하 모닝)은 경차 특유의 발랄함에 약간의 허풍을 더 한 모습입니다. 이는 헤드램프의 높이나 후드의 처리 그리고 디테일의 활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모닝이 경차라는 범위 내에서 최대치를 그려냈다면, 스파크는 소형차의 범위에서 하나씩 덜어내며 그러낸 느낌을 받게 됩니다. 때문에 모닝은 귀엽고 개구진 이미지를, 스파크는 성숙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풍기죠.
물론, 시장에 먼저 선보였고 특유의 화려함과 디테일로 시장을 선도한 모닝의 모습이 스파크에 오버랩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독특하게 처리한 LED DRL이나 테일램프의 꺾임은 스파크에서 모닝의 흔적을 찾게 하는데요. 일부 디테일에서 유사점이 있지만 큰 틀에서의 디자인이 상이하기에 두 대를 두고 닮았다거나, 한 쪽을 카피했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습니다.
두 대의 지향점은 다르지만, LED와 크롬 등 장식적인 요소를 아낌없이 사용한다거나 16인치의 다소 큰 알로이 휠의 적용(더 넥스트 스파크) 또는 별도의 스포츠 트림의 준비(더 뉴 모닝) 등을 통해 경차 시장에서 각자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노력도 엿볼 수 있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워낙 주관적이기에 두 대의 디자인에 순위를 결정할 순 없지만 '경차의 매력을 최대한 끌어낸 모닝'과 '소형차의 느낌을 담아낸 스파크'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스파크의 디자인이 다소 심심하다면 순정으로 준비된 바디킷을 추가할 수 있고, 모닝의 디자인이 다소 과하다면 스포츠 트림이 아닌 일반 트림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외부 디자인에서 닮은 듯 다른 느낌을 보였다면, 인테리어에서는 스파크와 모닝의 개성을 확실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먼저, 모닝의 인테리어는 운전자 중심의 레이아웃을 가졌고 블랙 하이그로시와 실버 페인트를 사용하여 제법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순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하이테크 이미지도 함께 내비치는데요. 앞서 말한것처럼 운전자 중심의 레이아웃으로 조작 편의성을 도모한 반면 다소 답답해 보이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다음으로 스파크는 선대 모델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계승하고 또 발전 시킨 모습입니다. 모닝과 동일하게 블랙 하이그로시 그리고 실버 페인트를 사용, 화려함을 강조하는 한편 좌우 대칭의 레이아웃을 통해 실내를 보다 넓어보이게 합니다. 마이링크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하며 버튼을 줄여 심플하게 처리한 부분이나 공조 다이얼에 삽입한 LCD는 디테일에도 공을 들인 모습.
가죽으로 감싼 스티어링 휠은 두 대의 개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부분으로 모닝이 귀엽고 아기자기함을 강조한다면 스파크는 실용적이고 신뢰성 높은 소형차의 느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두 대 모두 스티어링 휠 좌측과 우측에 빼곡히 리모컨을 추가해 두었는데 인포테인먼트에서 크루즈 컨트롤까지, 경차로는 꽤나 호사스러운 사양을 담았습니다. 겨울철 요긴하게 사용하는 스티어링 휠 히팅 기능 역시 모두 적용되어 있구요.
계기판도 각기 다른 모습이나 시인성 그리고 정보 전달 측면에서 스파크의 계기판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인포테인먼트는 순정 내비게이션을 탑재하고 후방 카메라 화질에서 모닝이 강점을 인터페이스를 비롯한 그래픽과 스마트 디바이스와의 확장성 그리고 음질에서 스파크가 강점을 보였습니다. 특히 6 스피커를 탑재한 스파크의 오디오는 론칭 당시 미디어 시승에서도 꽤 좋은 평을 받았는데요. 경쟁모델인 모닝과 직접 비교가 어려울 만큼 괜찮은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음악에 조예가 깊지 않다면 굳이 별다른 튜닝이 필요없는 수준.
외에 안드로이드 오토(국내 서비스 X)와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부분에서도 스파크의 인포테인먼트가 강점을 가졌습니다.
모닝과 달리 별도의 내비게이션이 없지만 카플레이를 연결할 경우 지도를 통해 경로 안내를 받을 수 있고, 안드로이드 오토 역시 마찬가지죠. 핸즈프리 통화 기능 역시 카플레이 또는 안드로이드 오토를 통해 활용 가능한데요. 스마트폰에서 익숙한 UI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라 생각됩니다. 아직까지 활용 가능 어플리케이션이 한정적이라는 아쉬움에도 꽤 매력적인 사용 경험을 전할 뿐 아니라 차세대 모닝이 안드로이드 오토 또는 카플레이를 지원하기 까지 스파크만의 강점으로 자리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4단 자동변속기 그리고 CVT로 방식을 달리하지만 시프트 노브나 컵홀더, 수납공간의 구성은 두 대 모두 대동소이하며
▲더 뉴 모닝의 실내
▲더 넥스트 스파크의 실내
경차 규격에 맞춰 설계된 탓에 실내 크기 역시 대동소이 합니다. 두 대의 경차 모두 하이루프나 톨보이, BOX형의 디자인을 선택하지 않고 일반적인 해치백의 디자인을 한 탓에 헤드룸에서도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뒷좌석의 경우 시트에 앉았을 때 착좌감이 미세하게 나마 모닝이 더 편안했고 스파크와 달리 센터시트에도 헤드레스트를 적용한 부분이 돋보였습니다.
반대로 앞좌석에서는 모닝이 조금 타이트한 느낌이라면 스파크는 의외로 여유로운 느낌인데 유미한 수준의 차이는 X.
상대적으로 여성 운전자의 구매 비중이 높음을 감안, 여성 운전자를 위해 선바이저에 별도의 조명을 추가한 모닝과 조명이 없는 스파크.
아기자기한 디테일에서는 확실히 모닝이 앞서는 모습입니다.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제품에 반영하는데 빠른 기아차의 장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죠.
▲더 뉴 모닝의 트렁크
▲더 넥스트 스파크의 트렁크
실내공간과 마찬가지로 경차 규격의 한계로 인해 트렁크 역시 두 대의 경차에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공간이 여유롭지 않은 탓에 많은 짐을 적재할 순 없지만, 60:40 시트 폴딩을 지원하는 만큼 필요에 따라 뒷좌석을 폴딩하여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주행성에 대한 비교를 이어가겠습니다.
1세대 스파크가 4기통 엔진을 사용한 것과 달리 2세대 스파크는 3기통 엔진을 탑재합니다. 기아의 모닝 역시 1세대의 4기통에서 2세대는 3기통으로 변경되었는데요. 두 대 모두 동일한 3기통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고 5단 수동 변속기 또는 4단 자동변속기와 무단 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1L 3기통 엔진의 성능은 모닝이 78/6,200(ps/rpm)의 최고출력과 9.6/3,500(kg.m/rpm)의 최대토크를, 스파크가 75/6,500(ps/rpm)의 최고출력과 9.7/4,500(kg.m/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합니다. 모닝은 출력에서, 스파크는 토크에서 약간의 우위를 점하고 있죠.
연비는 시승차 기준 모닝 4단 자동변속기 복합 15.2km/ℓ(도심 13.8km/ℓ 고속도로 17.4km/ℓ)를, 스파크 CVT 복합 14.8km/ℓ(도심 13.7km/ℓ 고속도로 16.5km/ℓ)의 효율을 가졌습니다. 참고로 공차중량은 모닝 945kg, 스파크 900kg.
비슷한 출력에 살짝 차이나는 공차중량. 그리고 4단 자동변속기와 무단변속기.
공차중량에서 모닝이 살짝 열세에 있지만 주행성은 되려 모닝이 경쾌한 느낌입니다. 변속이 민첩하지도 직결감이 뛰어나지도 않은 자동 4단 변속기이지만 어딘가 두루뭉술한 무단변속기와 달리 변속감이 확실하고, 초반에 제법 가볍게 나가는 덕분에 도심 주행에 잘 어울리죠. 출시 초기 3단에서 멍하게 가속하던 것도 개선되었고, 단단하게 느껴지는 하체 감각도 좋습니다. 스파크와 동일한 3기통이지만 엔진의 진동과 소음을 잘 차단한 것 역시 모닝의 강점.
다만, 속도를 올려 본격적으로 달리고자 하면 4단에 불과한 단수가 발목을 잡고 단단한 척 흐느적 거리는 하체가 또 발목을 잡습니다. 여기에 흐리멍텅한 스티어링 휠은 보너스. 스포티한 디자인의 범퍼가 무색하리만치 고속에서의 주행감각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햇수로 5년차에 접어든 만큼 주행을 하다보면 오래된 느낌도 없지 않아 있는데요. 도심에서의 만족과 고속에서의 아쉬움이 정확히 비례하는, 모닝은 만족만큼 아쉬움도 크게 느껴졌습니다.
반면에 스파크는 차분하고 꾸준하게 내달립니다.
익스테리어의 느낌이 또 인테리어의 느낌과 구성이 어떠했던간에 주행감각은 확실히 모닝을 앞서는데요. 무단변속기 특유의 멍~한 가속감이 아쉬울 뿐 하체의 거동과 스티어링 휠의 감각 그리고 전반적인 밸런스는 나무랄데 없습니다. 사실 주행성에 대한 부분은 1세대 스파크 역시 모닝 대비 우위에 있었는데, 2세대에 접어들며 그 차이를 더 벌리는 느낌입니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이 살짝 가벼운 듯 한 부분을 제외하면 고속에서의 주행성도 경차로서는 우수한 수준. 무단변속기는 모닝의 4단 자동변속기 대비 확실히 회전수를 낮게 사용하며 잘 조율된 서스펜션과 어우러져 고속에서도 잘 달려 나갑니다. 75마력에 불과한 엔진 출력이 아쉬울 뿐 세련되고 안정적인 주행감각은 여느 소형차 못지 않죠. 노면 소음과 풍절음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데 엔진소리가 다소 크게 들려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참고로 모닝은 엔진음의 유입이 작고 노면소음과 풍절음의 유입이 큰 편으로 스파크와는 정 반대의 모습.
차분하고 안정적인 주행성과 더불어 차선이탈경보, 전방추돌경보, 후측방경보와 같은 능동 안전장비도 주행 시 스파크의 분명한 강점으로 자리합니다. 사고 발생 시 탑승객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것도 중요하기 때문이죠.
자! 여기까지...
스파크와 모닝, 두 대의 경차를 만나봤습니다. 실내/외 디자인과 구성에서 저마다의 개성과 강점을 보였는데요. 스파크는 선대모델 대비 상품성이 아주 좋아졌다는 것을 모닝은 출시 후 제법 시간이 흘렀음에도 경쟁력이 만만찮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실내외 평가를 지나 주행성의 평가에서는 두 대의 행보가 엇갈렸습니다. 세련되고 안정적인 주행감각으로 도심과 고속 모두 만족스러운 스파크와 달리 모닝은 도심에서의 만족도를 고속에서 찾을 수 없었습니다. '시티 커뮤터'로는 충분하지만 그 이상은 분명한 아쉬움을 보였는데, 후속 모델의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화려한 경차' 모닝과 '작은 소형차' 스파크. 역시나 직접 시승해보고 선택하는 것이 정답이겠지요?
비교 시승에 나선 더 뉴 모닝 스포츠 가솔린 RUN HIGH + 스타일 + 선루프 + 컨비니언스 + 내비게이션의 가격은 1,563만원.
더 넥스트 스파크 가솔린 LTZ + 컨비니언스 + 스타일 + 선루프 + 스마트의 가격은 1,67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