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SCHE. 포르쉐는 그 이름 하나만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내가 꿈꾸던 차가 없어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는 창업자 페리 포르쉐의 말은 포르쉐 철학이자 원칙이 됐고 독보적인 스포츠카 브랜드로 성장하는 기반으로 굳어졌다. 대표 모델인 911을 비롯한 포르쉐의 2인승 스포츠카는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그런 포르쉐가 2006년 파격적인 발표를 한다. 포르쉐의 첫 SUV ‘카이엔’을 세상에 공개한 것이다. 포르쉐의 골수팬들은 “스포츠카 메이커가 무슨 SUV냐”라는 비아냥과 함께 “포르쉐가 변질 했다”라며 찬사 보다는 탄식에 가까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상 기업은 수익창출이 목적이다. 포르쉐 역시 급성장하는 SUV 시장을 구경만 할 수 없었던 셈이다. 포르쉐의 이러한 도전은 대박을 터뜨렸다. 포르쉐가 만든 SUV는 동급 최강의 성능을 자랑했고, ‘포르쉐’ 라는 브랜드를 더 높이 비상하게 해주었다.
여기에 용기를 얻은 것이었을까, 2008년 포르쉐는 다시 한 번 큰 도전을 하게 된다. 4인승 스포츠카 ‘파나메라’를 세상에 공개한 것이다. 2인승 스포츠카의 대명사 포르쉐에게 파나메라는 카이엔보다도 어쩌면 더 큰 도전 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포르쉐에게 실패는 없었다. 4명을 태우고 편안하게 주행하다가 필요에 따라 달리기 선수로 변신한다. 이 녀석의 이 독특한 매력은 소비자들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는데 한몫을 했다.
그 인기를 등에 업고 2세대로 거듭난 ‘파나메라’는 한 층 더 고급스러워졌다. 외관과 성능 역시 조금 더 가다듬어진 모습이었다. 포르쉐 코리아는 서울 용산 포르쉐센터에서 26일 미디어 대상 시승회를 열고 변화한 파나메라를 자랑스레 선보였다.
가장 편안한 4인승 가족용 스포츠카
시승차는 파나메라 4s로 4륜 구동 모델이다. 2인 1조로 진행된 시승에서 우선 조수석을 맡았다. 2억원이 넘는 이 차의 실내는 나무랄 것 없이 반짝였고 고급스러웠다. 만질 수 있는 모든 곳의 촉감은 부드러웠다. 포르쉐가 고집하던 엄청난 수의 단추들은 대부분 멀티미디어 시스템 속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단추들의 자리는 피아노 블랙으로 처리된 터치 버튼으로 대체되었다.
일반적으로 버튼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운전하면서 조작하기는 어려워진다. 물리적으로 조작감이 느껴지지도 않고 위치를 대번에 찾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포르쉐는 이 단점을 햅틱 진동을 이용하여 극복했다. 버튼을 누를 때 마다 진동으로 버튼이 눌리는 듯한 촉감을 전해준다.
하얀색 가죽으로 잘 포장되어 있는 시트는 상당히 편안한 착좌감을 제공한다. 게다가 시트가 움직이는 폭이 상당히 넓다. 상, 하로만 주먹 2개가 들어갈 때부터 머리공간이 모자랄 때까지 이동이 가능하다. 어떤 체형의 사람이 타도 포용할 수 있는 보편성을 띠고 있다. 뒷좌석은 리클라이닝 기능이 제공된다. 리클라이닝 각도가 꽤 크다. 잠시 정차할 시간이 있어서 뒷좌석으로 이동했다. 173cm인 내 몸에 시트를 맞춰 보니 무릎엔 두 개의 주먹이 머리엔 한개의 주먹이 들어갔다. 레그룸과 머리공간에선 상당히 넓은 공간을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1열 시트 포지션을 충분히 낮췄더니 2열에 발을 둘 공간이 다소 좁게 느껴진다. 뒷좌석 사장님용으로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렇다고 기사를 두고 뒷좌석에만 타는 소퍼 드리븐으로 쓰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시승은 용산 한복판에서 시작되었다. 막히는 시내구간에서 파나메라의 정숙성은 빛을 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경적소리와 하루를 무사히 보낸 직장인들의 버스는 피곤을 담은 소음을 내며 수없이 지나갔다. 그러나 파나메라 안에서 그런 고단한 소음들은 철저히 걸러졌다. 다만 400마력을 감추고 있는 v형 6기통 2.9L의 바이터보 엔진이 나설 때를 기다리며 부드럽게 그르렁 거리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시내에선 조용해서 좋다지만 포르쉐이기에 엔진의 포효가 약간 아쉽긴 했다. 배기량을 낮추고 터보로 출력을 높이는 다운사이징은 피해갈 수 없나 보다.
가히 완벽이란 단어와 가장 가까운 자동차
파나메라 조수석에 앉아 운전석을 탐 낼 즈음 회차점에 도착했다. 잠시 사진을 찍고 나서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빠르게 회전수를 올리며 운전자에게 출발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알린다. 경기도 가평에서 돌아가는 첫 코스는 와인딩이었다.
인스트럭터를 따라 좁은 굽이길에 들어섰다. 스티어링휠 하단에 마련된 모드 셀렉터를 스포츠 플러스에 두고 속도를 높였다.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 (PDCC)가 적용되어 있는 만큼 높은 속도에서도 차는 좌우로 기울지 않고 부드럽게 선회를 이어나갔다. 상당히 높은 속도에서도 좌우로 기울지 않는 차체는 놀라우리 만큼 정제된 움직임을 보여줬다. 게다가 후륜조향 시스템이 채용되어 있어서 고속에서 선회할 때 회전을 한다는 느낌보다 기차가 선로를 갈아타는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이어 고속구간이 이어졌다. 가속페달에 급하게 발을 가져다 댔다. 그러나 이 차는 초지일관 부드럽게, 하지만 빠르게 가속을 이어나갔다. 페달에 힘을 유지해 6000rpm에 도달했을 때 PDK는 눈을 깜박이는 것 보다도 짧은 틈에 변속기를 다음 단과 체결시킨다. 높은 가속력에 취해 계기판 보는 것을 잠시 잊었다. 시선을 내려 계기판을 보니 속도계는 이미 무서우리만큼 높은 속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주말 편안하게 여행을 떠날 수도, 서킷에서 드리프트 질주도 제격
그러나 머지 않아 퇴근길 정체의 서막을 알리듯 차량 통행량이 급격하게 많아졌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이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자주 가져다 댔다. 6 피스톤의 브레이크는 일류 셰프의 칼처럼 날카롭게 차량을 제동했다.
뻥 뚫린 도로를 기대했지만 차량은 점점 늘어났고 그 상태로 서울 시내에 진입했다. 고속에선 마냥 즐겁던 진동들이 시내에 들어와서는 거슬림이 된다. 스포츠 플러스를 향하던 주행모드를 노말로 돌렸다. 차고는 높아지고 노면의 진동이 언제 실내로 유입되었냐고 묻는 듯 서스펜션이 부드러워졌다. 3챔버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된 파나메라는 이전보다 에어 사용량이 늘면서 감쇄력과 차고조절의 폭이 상당히 커졌다.
노말 모드에서 부드럽게 주행을 이어나갈 때엔 스포츠카의 면모를 확실히 감춘다. 물론 플래그십 대형 세단의 그런 승차감에 비할 바는 못된다. 하지만 충분히 부드럽고 충분히 안락했다. 승차감과 운동성능은 양립할 수 없다는 기존의 관념을 혁파하는 순간이었다. 출퇴근 뿐 아니라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에서도 충분하다.
그렇기에 감히 완벽이란 단어에 가장 가까운 자동차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이 차를 꾸미고 싶다. 4명을 태우고 드리프트를 하며 질주를 할 수도 있고, 편안하게 먼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이 차에 적용된 차선 유지 장치는 비교적 능동적으로 차선을 유지시킨다. 야간에 시계가 저하 되었을 때를 대비한 나이트 비전은 어두운 시골길을 지날 때 상당히 유용하다. 오토홀드 기능이 있어서 시내에서 편안함도 준다. 그러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조금 아이러니다. 포르쉐 측에서도 고급 세단의 편안함을 표방한다고 한 바 있기에 더 아쉬운 부분이다.
2017년 한 해는 포르쉐에게 있어서는 악몽같은 한 해였다. 폴크스바겐 그룹의 디젤게이트에 연루되어 차량 등록이 전면 취소되었다. 그러나 올해 출시한 파나메라를 시작으로 내년 스포츠카 카이맨을 출시한다. 다시 한 번 독보적인 스포츠 브랜드로 발돋움 하겠다는 게 포르쉐 코리아의 포부다. 마이클 키르쉬 포르쉐 코리아 사장은 ‘파나메라가 포르쉐가 재기하는 중요한 시작점이 될 것’ 이라며 2세대 파나메라에 대한 자신감을 표했다.
<파나메라 4s 제원>
홍성국 에디터 carguy@globalms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