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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실용주의와 엔지니어링이 빛나다 Trigon Exxceed Integrated Amplifier

2021.02.22. 1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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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는 외모도 스펙도 소리도 중요하지만 역시 누가 만들었느냐가 관건이다. 이는 유저 입장에서도 그렇고, 필자처럼 오디오를 보고 듣고 평가하는 리뷰어 입장에서도 그렇다. 예를 들어 이번에 리뷰한 트라이곤(Trigon)의 엑시드(Exxceed) 인티앰프를 보자. 이 인티앰프가 DAC을 내장한 만큼 해당 스펙과 사용 칩을 소개하고, 어떤 출력 트랜지스터를 써서 8옴에서 100W를 내는지 짚어본 뒤, 몇 곡 시청을 통해 전체적인 사운드 시그니처를 더듬어보면 사실 리뷰의 80%는 완성된다. 

하지만 엑시드 인티앰프의 리뷰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빠지면 안 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첫째. 트라이곤은 독일 하이엔드 명가 레스텍(Restek) 출신의 오디오 엔지니어가 설립했다.
둘째. 트라이곤은 ‘메이드 인 저머니’를 표방하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affordable)를 표방한다.
셋째. 인티앰프로서 엑시드는 프리단에 OP 앰프, 볼륨단에 IC, 파워단에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썼다. 
넷째. 엑시드 전면 패널의 디스플레이는 무려 24가지 색상을 지원한다. 

이 중에서 굳이 2번 항목을 집어넣은 것은 거의 안드로메다 수준의 가격표를 내건 오디오가 즐비한 곳이 독일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필자가 이번 리뷰를 준비하면서 트라이곤 제품에 대한 국내외 여러 글을 찾아 읽어봤지만, 위 4개 항목과 관련한 최소한의 팩트를 언급한 글은 거의 없었다. 그냥 하나같이 ‘트라이곤은 1996년에 설립된 독일 메이커’로 슬쩍 넘어간 뒤, 리뷰의 반 이상을 제작사가 홈페이지에서 밝힌 내용과 스펙으로 채웠다. 레스텍에서 16년을 일한 엔지니어가 세운 회사라는 얘기는 왜 빠진 것일까. 그 정도는 다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트라이곤, 레스텍, 백설공주, 난쟁이


트라이곤(Trigon Elektronik)의 설립자 레이너 레드만(Rainer Reddemann)

트라이곤(Trigon Elektronik)은 레스텍에서 1982~1996년 치프 엔지니어 겸 하드웨어 개발자로 일한 레이너 레드만(Rainer Reddemann)이 1996년 9월에 설립했다. 공동 설립자는 역시 레스텍에서 세일즈 매니저로 일했던 랄프 콤씨(Ralf Kolmsee). 참고로, 1975년에 설립된 레스텍은 에르고(Ergo)나 스칼라(Scalar) FM 튜너, 그리고 토렌스와 공동 개발한 포노 내장 프리앰프 Restek 3.0 Pre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트라이곤은 설립 때부터 자신들의 슬로건을 분명히 했다. ‘믿음직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표를 단 음악성 가득한 제품을 만든다’(To create reliable, yet reasonably priced components of ultimate musicality)는 것이었다. 필자의 짧은 경험과 지식에 비춰보면, 이렇게 ‘합리적 가격’을 슬로건으로 내건 독일 제작사는 소노로(Sonoro)와 린데만(Lindemann), 그리고 이번 트라이곤 정도다. MBL, T+A, 타이달, 아방가르드, 버메스터 등 독일은 가격까지 그냥 하이엔드인 오디오 메카인 것이다. 

트라이곤 백설공주(Snow White) 프리앰프

트라이곤 난쟁이(Dwarf) 모노블록 파워앰프

트라이곤 왕자(Prince) CD 플레이어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작명 센스다. 지금은 비록 단종되었지만 ‘백설공주’(Snow White, Snow White II)라는 이름의 프리앰프가 있었고, 이와 짝을 이루는 모노블록 파워앰프 ‘난쟁이’(Dwarf, Dwarf II)가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CD 플레이어 이름은 무려 ‘왕자’(Prince)였다! 실제로 Dwarf II 모델을 보면 가로폭 20cm에 무게 5.2kg의 앙증맞은 크기에서 8옴에서 60W, 4옴에서 90W라는 귀여운(?) 출력을 낸다. 

현재 라인업은 인티앰프(Exxceed, Exxact Integrated, Epilog, Trinity), 프리앰프(Dialog), 모노 파워앰프(Monolog), 헤드폰앰프(Exxpert), 포노앰프(Advance, Vanguard II, Vanguard III), 플레이어(Exxceed Audio Server, Exxceed CDP, Exxact CDP, Chronolog) 등을 망라한다. 참고로, 필자가 국내에서 트라이곤 제품을 처음 접한 것은 2013년 12월이었는데, 당시 용산 오디오페어에서 다이알로그 프리앰프와 모노로그 모노블록 파워앰프가 에메(Emme) 스피커를 당차게 울렸었다. 


Exxceed 인티앰프 탐구

엑시드(Exxceed) 인티앰프는 8옴에서 100W, 4옴에서 170W를 내는 솔리드 인티앰프다. 또한 PCM은 32비트/384kHz, DSD는 DSD128 사양의 DAC을 내장해서 디지털 입력에도 적극 대응하고, 헤드폰 앰프도 내장해서 웬만한 헤드폰은 거의 다 드라이빙 할 수 있다. 전면의 큼지막한 TFT 디스플레이의 색상을 24가지 중에서, 밝기를 20단계 중에서 고를 수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실물을 처음 본 엑시드는 지금까지 필자가 봐왔던 트라이곤 앰프들과는 이미지 자체가 달랐다. 무엇보다 가운데 투명 강화유리 뒤에 보이는 화려한 색감의 디스플레이가 앰프 자체의 인상을 지배하다시피 했다. 가로폭은 440mm, 높이는 110mm, 안길이는 380mm, 무게는 18.3kg을 보인다. 섀시 재질은 두께 2mm의 스테인리스 스틸이고, 전면 패널은 두께 10mm의 알루미늄이다. 

디렉터 프리미엄(Director Premium) 리모컨


전면을 보면 왼쪽 입력 선택/컨트롤 노브와 오른쪽 볼륨/뮤트 노브가 좌우 대칭 형태로 박혀 있고, 볼륨/뮤트 노브 둘레에는 총 25개의 작은 LED가 박혀있다. 가운데에는 헤드폰 잭과 센서로 작동하는 4개의 터치 버튼(스피커 온·오프, 메뉴, 모노, 파워 온·오프), 그리고 TFT 디스플레이어가 마련됐다. 내장 DAC의 4개 필터 중 하나를 고르거나, 멀티채널 운용 시에 유용한 유니티 게인을 선택할 수 있는 점 등이 돋보인다. 옵션으로 디렉터 프리미엄(Director Premium) 리모컨이 준비됐다. 

후면을 보면 엑시드 인티앰프의 풍성한 입출력단이 드러난다. 위에는 디지털 입력단자, 아래에는 아날로그 입출력 단자가 장착됐으며, 양 사이드 스피커 단자는 싱글 와이어링만 지원한다. 디지털 입력단자는 USB-B, 광 2, 동축 2, 아날로그 입력단자는 밸런스(XLR) 1조, 언밸런스(RCA) 3조, 프리아웃 단자는 밸런스 1조와 언밸런스 1조(레코드 아웃을 겸함)가 마련됐다. 

이제 설계 디자인을 살펴볼 차례. 엑시드 인티앰프는 기본적으로 아날로그 프리앰프부 증폭단에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ADA4898 OP 앰프, DAC 심장부에 일본 AKM의 AK4490 델타시그마 DAC 칩을 썼다. USB 인터페이스 칩은  거의 대세로 자리 잡은 XMOS 제품. 아날로그 컨버팅이 끝난 뒤 릴레이를 거쳐 아날로그 프리앰프 증폭단으로 들어오는 순서다. 볼륨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PGA2311 컨트롤러 칩을 쓴다.   

파워앰프부는 전압 증폭은 역시 대세라 할 JFET을 활용한 차동 캐스코드 방식, 최종 전류 증폭은 채널당 2개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푸시풀 구동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따라서 스피커에 최종 전력을 송출해 주는 출력단으로만 보면 클래스 AB 증폭, 푸시풀 구동의 솔리드 앰프인 셈이다. 내부 사진을 보면 두 채널 출력단에 각각 전원을 공급하는 2개의 토로이달 트랜스와 출력단 기판에 바싹 붙은 평활 및 정전 커패시터를 확인할 수 있다.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는 출력단 기판과 히트싱크 사이에 붙어있다.



시청

하이파이클럽 제 1 시청실에서 진행한 시청에는 소스기기로 린의 셀렉트(Selekt) DSM, 스피커로 카이저 어쿠스틱스의 퓨리오소 미니(Furioso Mini)를 동원했다. 셀렉트 DSM과 엑시드 인티앰프는 XLR 인터케이블로 연결, 온전히 아날로그 앰프 성능만을 테스트했다. 스탠드마운트 퓨리오소 미니는 공칭 임피던스가 4옴, 감도가 89dB, 주파수 응답 특성이 37Hz~30kHz를 보인다. 음원은 룬으로 타이달 음원을 들었다.

Arne Domnérus - Ellington: High Life
Jazz at the Pawnshop

린의 셀렉트와 카이저 어쿠스틱스의 퓨리오소 미니는 여러 차례 들었고 리뷰도 했었지만, 엑시드 인티앰프를 끌어들여 들어본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 못 느꼈던 부분이 바로 엑시드 인티앰프의 지분일 것이라 생각하며 청음을 시작했다. 두드러진 것은 높은 SN비, 선명한 윤곽선, 야위지 않은 음. 그러면서 은근히 온기가 베여있고, 인티앰프임에도 악기의 레이어가 제법 촘촘히 펼쳐진다. 무대가 밋밋하거나 얇지 않다는 얘기다. “음향 특성이 좋고 노이즈와 왜곡이 낮아서” 선택했다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OP 앰프가 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음이 조금 가볍게 느껴진다는 것. 대신 드럼 스킨에서 먼지를 모두 털어버릴 듯한 탄력적이며 생생한 에너지는 독보적이었다. 

Chet Atkins - Sometime, Someplace
Sails

이 곡에서 앞서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베를린필을 지휘한 모차르트 레퀴엠을 들어봤다. ‘Dies Irae’에서는 음 표면에 윤활유를 바른 듯한 매끄러운 질감이 도드라진다. 스피커 드라이빙 솜씨는 ‘매직’ 수준까지는 아니고 100W/170W에 합당한 구동력이다. ‘Tuba Mirum’은 바리톤의 힘찬 목소리와 음에 그늘이 없는 소프라노의 고음이 매력. 적어도 엑시드의 아날로그 앰프 파트는 스펙(5Hz~250kHz. -3dB) 만큼이나 주파수 응답 특성이 기본적으로 탁월한 앰프다. 본격적으로 쳇 앳킨스 곡을 들어보면, 시청실을 가득 채우는 음수의 풍성함이야말로 이 앰프의 큰 미덕 중 하나다. 이와 함께 음 하나하나가 경쾌하고 빠릿빠릿하며 무대를 넓게 쓰는 점도 특징. 이 곡을 이 앰프로 초봄에 들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저역은 이 와중에도 힘 있게 바닥에 잘 깔렸다.     

Sarah McLachlan - Angel
Surfacing

역시 풍윤한 음이 샘솟듯이 펼쳐진다. 퓨리오소 미니 스피커의 영향도 크다고 생각하지만, 앰프가 이 스피커를 제대로 울리지 못했으면 이런 질펀한 음의 잔치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주 묵직하거나 헤드룸에 큰 여유가 느껴질 정도는 아니지만, 실생활에서 운용하기에는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사라 맥라클란이 두성을 이용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생생하고, 약간 어지러울 정도로 재현된 공간감과 홀톤이 기막히다. 저역은 계속해서 필자의 가슴을 지긋이 눌러주는 상황. 전체적으로 프리단에 보다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인티앰프다. 스팅의 ‘Shape Of My Heart’ 역시 프리단이 표현해낸 마이크로 다이내믹스와 악기의 분리도, 경쾌한 스텝이 도드라졌다.  

Gilbert Kaplan, Wiener Philharmoniker
Mahler: Symphony No. 2

1악장부터 빠져나오는 음들의 에너지가 장난이 아니다. 이 곡 특유의 긴장감(사실, 이는 이 음원에 포함된 최고의 고급 정보다!)도 실감 나게 전해진다. 총주도 큰 아쉬움이 없다. 맞다. 이 인티앰프라면 말러 2번 같은 클래식 대편성곡 재생도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이 곡을 들으니 더욱 확실해졌다. 엑시드는 무지막지한 모노블록 파워앰프들과는 가는 길이 완전히 다르다. 쓰나미 같은 파워와 돌덩이 저역보다는 에너지와 대역 밸런스, 그리고 유려하고 매끄러우며 디테일한 재생음에 보다 신경을 쓴 그런 앰프다. 필자의 짐작이기는 하지만, 프리단의 OP 앰프와 볼륨단의 IC 칩, 그리고 바이폴라 트랜지스터의 선별에 이러한 기준이 엄격히 적용됐을 것 같다. 그래서 앰프도 그렇고 스피커도 그렇고, 역시 관건은 누가 만들고, 누가 튜닝하는지의 여부라고 생각한다.


총평

정리해본다. 트라이곤의 엑시드는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최소한으로 투입한 인티앰프로, 파워 또는 출력에 올인한 앰프는 아니다. 그보다는 에너지와 대역 밸런스, 저왜곡과 저잡음, 디테일과 해상도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면서도 출력단 전용의 전원 트랜스를 채널별로 2개씩 준비하는 등 전원부에 큰 신경을 썼다. 엑시드는 또한 PCM 32/384, DSD128 스펙의 AK4490 칩을 투입, 디지털 음원에도 적극 대응한다. 헤드폰 앰프로도 쓸 수 있고, 프리아웃을 통해 별도의 파워앰프를 붙일 수도 있다. 24가지 색상, 20단계 밝기 조절로 나만의 엑시드를 꾸밀 수 있다. 

이렇게 조목조목 나열해보니, 엑시드는 확실히 독일 실용주의를 표방한 친절한 오디오 기기이자, 1982년부터 오디오 엔지니어로 일한 레이너 레드만의 내공과 엔지니어링이 깃든 본격파 앰프다. 애호가들의 진지한 청음을 권한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Specifications

Output Power

2x 100W / 2x 170W   8/4 Ohm

Inputs

5x analogues, 4x digital SPDIF

plus optional 1x USB-HiRes Audio PCM/DSD

Input Impedance

analogues 47kOhm

Outputs

1x Speaker, 1x Cinch (Pre/Rec), 1x XLR Pre Out

1x Phones (32 - 250 Ohm)

Distortion

< 0,015%

Frequency Response

5Hz - 250kHz (-3dB)

Crosstalk

< -80dB

S/N

< -92dBA at 1W at 4 Ohm

Optional Equipment

IR remote control DIRECTOR

Weight

18,3 kg

Warranty

3 years

Dimensions

440mm X 110mm X 380mm  (BxH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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