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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강력한 자장 속으로 Waversa Systems W Phono Lite

2021.03.04. 13: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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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그리고 AD 컨버터


여러 마스터링 스튜디오에선 아날로그 마스터를 디지털 음원으로 변환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 홈 오디오 쪽에서도 EMM Labs나 에어 어쿠스틱스, 마이텍 디지털 등 여러 메이커가 실제로 AD 컨버터를 만들어 스튜디오에 납품하기도 한다. 음반사 같은 경우 아예 오래된 오리지널 아날로그 릴 마스터를 음원으로 변환해 보관한다. 오래된 릴 마스터의 경우 계속해서 상태가 나빠지기 때문이다.

약 2년 전 뉴욕 타임스는 특종을 내보냈다. 2008년 6월 1일 LA 할리우드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커다란 화재가 있었고 이 사고로 수많은 영화 및 음악을 담은 마스터가 화마에 불타버렸다는 사실이다. 아날로그 마스터로 엘피를 생산하지 못하는 타이틀이 많은 이유기도 한데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더욱더 과거 위대한 아날로그 음악 유산을 디지털로 변환해 보관할 필요가 있다.

현재 아날로그 황금기 시절의 명반들이 재발매될 수 있었던 데는 음원으로 변환해놓은 작업 덕분이다. 24비트로 미리 변환해놓은 마스터가 없었다면 아마도 16비트 CD 수준의 해상도로 엘피 재발매를 이어나가야 했을지도 모른다. 오리지널 마스터를 사용해 AAA로 발매하는 게 최선이지만 그 혜택을 보는 음반은 자꾸만 사라져가고 있다. 몇몇 레이블은 이제 오리지널 마스터를 봉인해버리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녹음한 음악은 아날로그 포맷으로 즐겨야 하지만 최근 들어 홈 오디오 분야에서도 이런 식의 AD 변환을 적극 이용하는 현상들이 포착된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드비알레가 만들어낸 Expert 시리즈 앰프들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캐나다 나드에서 M33이라는 스트리밍 앰프를 내놓았는데 이 또한 입력된 카트리지 신호를 AD 컨버팅 후 증폭해 출력해 준다. 이런 시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눈치챘겠지만 예를 든 앰프들 모두 클래스 D 증폭단을 채용한 앰프들이다. 이런 앰프의 경우 일단 제작자 입장에선 디지털로 변환한 이후 바로 PWM 증폭을 할 수 있어 상당히 간편한 회로 설계가 가능하다. 더불어 디지털 도메인에서 셋업이 가능하므로 사용자 입장에서도 엘피를 마치 음원 다루듯 쉽게 다룰 수 있게 된다.


W Phono Lite

와중에 이번엔 웨이버사 시스템즈에서 AD 컨버터를 탑재한 독립형 포노앰프를 개발해 제품화에 성공했다. 이미 웨이버사는 상용화한 포노앰프만 해도 MCH, W Phono3 그리고 입문기인 W Phono1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델을 통해 아날로그 사랑을 피력해왔다. 디지털 기술로 유명하지만 사실 뼛속까지 아날로그맨임을 신준호 대표와 이야기해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디지털 기술로 아날로그 사운드의 그 깊고 자연스러운 맛을 내는데 일가견이 있었던 것. 그리고 결국 최종적으로 특별한 포노앰프를 개발했다. 바로 W Phono Lite가 그 주인공이다.

사실 AD 컨버터를 통해 디지털 신호로 바꾸어버리면 아날로그 사운드의 특성은 바뀌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신 여러 기능적인 이득을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도메인에서 제작자의 능력에 따라 여러 변형을 가해 보다 편리하게 아날로그에 버금가는 사운드를 누릴 수 있다. 엘피를 들을 때 거슬리던 노이즈를 제거한다던가 게인이나 임피던스 특성을 쉽게 조정할 수도 있다. 특히 웨이버사라면 디지털 기술에서 이미 WNDR이나 WAP 등 다양한 솔루션이 이미 개발되어 있다. 이것이 포노와 결합한다면 그 시너지는 상당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나의 예상은 일단 광의적인 면에선 옳았다. 하지만 웨이버사는 생각했던 것보다 이미 좀 더 멀리 나아가 있었다. 카트리지가 읽어낸 신호를 AD 변환 후 디지털 도메인에서 독자적인 알고리즘을 꾸민 뒤 DA 변환을 다시 거쳐 아날로그 출력을 한다는 건 맞다. 하지만 아날로그는 물론 디지털 동축 출력이 가능하며 AD와 DA 변환 사이에 WAP 기술이 적용된다. 그리고 WNDR 같은 웨이버사의 독보적인 전송 프로토콜까지 합세할 예정이라고 한다. 단순한 입문형 포노 EQ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W Phono Lite는 DC12V 입력을 받아 작동하며 WLPS H/P 같은 웨이버사의 전용 전원 공급장치를 사용하면 더욱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후면엔 RCA 아날로그 입력 한 조 그리고 RCA 아날로그 출력도 한 조 지원한다. 더불어 디지털 동축 출력을 지원하므로 일반적인 DAC에 직결해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웨이버사의 W Slim Lite의 동축 입력을 사용하면 금상첨화다. 흥미로운 건 이더넷 입력단이다. 예를 들어 웨이버사의 스트리밍 DAC 등에 연결해 디지털 도메인에서 WAP 등 웨이버사의 독보적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디지털 도메인에서 포노 신호에 대한 여러 기능 조정이 가능해졌다. 해당 IP를 찾아 진입하면 WRemote 메뉴 안에서 카트리지 타입과 게인 등을 조정 가능하다. 게다가 사운드의 뎁스(Depth), 그러니까 원근감 조정도 가능하도록 했다. 더불어 LP의 잡음을 줄여주는 기능도 적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화룡점정은 WAP/X의 적용이며 더불어 다이내믹레인지까지 그 레벨 조정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시청평


내부 포노단은 풀 밸런스 회로다. 풀 디스크리트 방식은 아니고 OP 앰프를 채널당 네 개씩 적용해 만든 풀 밸런스 회로다. 이후 신호는 AD 컨버터로 향하는데 하나가 아니라 총 두 개의 ADC를 투입한 모습이다. 작지만 내부를 보면 절대 작지 않은, 치밀한 회로 구성이다. 더불어 디지털 출력의 경우 176.4kHz 고정이다. 아마도 내부에서 변환 가능한 최대치를 이 정도 샘플링레이트로 고정시킨 듯하다.

첫인상은 정교하면서 타이트한 사운드로 현대적인 느낌의 아날로그 사운드였다. W Slim Lite에 전원부인 WLPS H/P를 모두 사용한 상황이어서 기본 모델보다 더 향상된 사운드를 들려주는 상황이었다. 시청엔 매킨토시 MT2 턴테이블에 수미코 블루포인트 No.2 그리고 저출력 MC 카트리지 다이나벡터 DV20X2를 사용했다. 주로 디지털 동축 출력을 통해 들어보았는데 이전에 들어본 이 카트리지의 소리와 조금 다른 점이 포착되었다.


LP VS 디지털 변환된 LP 사운드


Seong-Jin Cho - Piano Concerto No.1 In E Minor, Op.11 
Chopin : Piano Concerto No.1, Ballades

예를 들어 조성진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쇼팽 피아노 협주곡을 들어보면 예전에 들었던 블루포인트 No.2에서 핵이 더 뚜렷하고 피아노 타건도 더 에지 있게 들렸다. 고해상도 디지털 사운드에 좀 더 가까운 소리였지만 분명히 카트리지의 소리 특성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주파수 특성에서 비롯된 소리의 균형감, 토널 밸런스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더 또렷한 기음과 음상을 그려내는 방향으로 전환된 것이다. 밝고 화사하면 몰입감이 높은 웨이버사 사운드 속에서 카트리지의 특성이 오롯이 빛나고 있었다.

나윤선 - Lento
Lento

나윤선의 ‘Lento’에서도 이런 현상은 뚜렷하게 드러났다. 엘피로 출시되었지만 디지털의 깔끔하고 매끈한 사운드가 분명히 드러나는 엘피 중 하나다. 사실 이 정도라면 굳이 엘피로 듣지 않아도 되는 녹음이지만 엘피로 들어보면 디지털 음원에서 느낄 수 없었던 잔향이 추가된 소리가 난다. 하지만 W Phono Lite를 통과한 ‘Lento’는 또 다른 차원으로 전이된 모습이다. 원래 디지털 녹음이었다는 걸 변증법적으로 반증해내듯 정확한 억양과 아티큘레이션으로 응수한다.


음원 VS 디지털 변환된 LP 사운드


나윤선
Immersion

이번엔 24비트 마스터 음원을 재생해보면서 엘피와 음원의 차이점을 비교해보는 아이디어를 냈다. 나윤선의 [Immersion] 앨범의 24/48 wav 음원과 이 음원을 마스터로 하여 제작한 엘피를 비교해보았다. 이 녹음에서도 본래 마스터 음원과 W Phono Lite에서 엘피 사운드를 디지털로 변환해 출력한 음원 사이엔 상당히 소리 차이가 발견된다. 같은 디지털 음원이지만 본래 마스터 음원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카트리지의 소리가 투과된 새로운 마스터 사운드가 만들어졌다.

유재하 - 가리워진 길
사랑하기 때문에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을 들어보았다. 오리지널도 들어보았지만 내게 오히려 수년 전 재발매한 엘피 음질도 선호하는 편이다. 오리지널 릴 마스터 테이프를 피나는 노력으로 복원해낸 엘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오리지널이 우선이다. 1987년 오리지널 엘피를 재생해보면 W Phono Lite에서 디지털 신호로 변환, 출력할 경우 악기의 두께가 약간 얇게 변화하지만 반대급부로 보컬과 악기의 레이어링, 사이사이의 공간은 더 뚜렷해진다. 콘트라스트가 확실히 증가해 더 명료하고 정교한 느낌을 준다. 트레이드오프가 있다는 것이다.


총평


엘피를 W Phono Lite를 거쳐 재생해보면 일면 24비트 96kHz 고해상도 음원을 듣는 듯하다. 실제로 동축 출력에서 W Phono Lite는 176.4kHz로 신호를 내보내며 이런 디지털 신호가 주는 느낌은 당연하다. 하지만 일단 엘피라는 물성을 거쳤고 중간에 카트리지라는 트랜스듀서를 통해 읽어 들인 소리는 원래 가지고 있는 디지털 음원과 전혀 다른 소리다. 음원과 엘피 중 어느 쪽에 더 가깝냐는 질문을 한다면 같은 디지털 음원임에도 엘피에 더 가까운 소리처럼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시디도 마찬가지지만 엘피, 테이프 등 피지컬 매체는 같은 앨범도 그 판본이 수없이 다양하다. 오리지널은 하나지만 이후 어떤 레이블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포맷으로 출시했느냐에 따라 그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아날로그 녹음을 통해 생산한 엘피만 듣는다면 그것이 최고다. 하지만 재발매의 경우 아날로그 마스터의 망실이나 손상으로 인해 디지털 마스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신보의 경우 디지털 녹음이 대다수이니 당연히 디지털 마스터가 압도적이다. 여러 테스트를 통해 얻을 결론은 최소한 디지털 마스터로 생산한 엘피의 경우 W Phono Lite를 사용할 경우 꽤 들을만한 음질을 들려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WAP 및 WNDR 등 웨이버사의 독보적 디지털 프로세싱이나 전송 프로토콜을 활용하면 엘피 사운드에 대한 다양한 변용이 가능하다. 보수적인 아날로그 마니아들이 들으면 성낼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재미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엘피 노이즈를 저감시켜주는 기능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AD 변환에서 얻는 이득과 효용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혹시 멀지 않은 미래엔 각 카트리지 메이커마다 가지고 있는 미묘한 소리의 특성을 디지털 알고리즘으로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버튼만 누르면 추억의 카트리지 사운드와 함께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아무튼 W Phono Lite는 디지털 사운드와 편의성에 익숙한 대중들을 아날로그의 강력한 자장 속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Specifications

Type

Phono Amp

Input

Phono MM, MC

Output

Digital : Coaxial x 1, Ethernet x 1

Analog : RCA x 1

DC Input

12V 

Dimension

150 x 150 x 30 mm (W x L x H)

Weight

20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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