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론(Tamron)은 DSLR 카메라 시대에도 인기있는 서드파티 렌즈 제조사였지만 미러리스 카메라 시대로 넘어오면서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와 보급형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을 소멸시켰으며, 풀프레임 미러리스에서 해답을 찾고 있는 카메라 제조사들 가운데 캐논과 니콘은 서드파티 렌즈 업체에 라이센스를 거의 내주지 않고 있다. 반대로 소니와 후지필름처럼 호환 렌즈에 개방적인 자세를 취하는 곳은 가성비 전략으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이 이뤄진다.
탐론은 치열해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통적인 렌즈 라인업 틀을 깨는 새로운 화각의 제품들을 개발하면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표준 화각이나 광범위 줌렌즈 화각에서 살짝 벗어난 제품들로 렌즈 교환 타이밍이 애매하거나 2개의 렌즈를 가지고 다니기 번거로운 사람들에게 1개의 렌즈로 2가지 역할을 할 수 있는 제품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표준 화각부터 망원까지 커버할 수 있는 28-200mm F/2.8-5.6 Di III RXD 렌즈나 35-150mm F/2-2.8 Di III VXD 렌즈를 비롯해 본격적인 망원 영역에 들어간 50-400mm F/4.5-6.3 Di III VC VXD 렌즈도 호평을 받았는데, 이번에 선보인 제품은 50-400mm 렌즈의 라이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탐론 50-300mm F/4.5-6.3 Di III VC VXD다.
가벼워진 무게에 손떨림 보정도 지원하는 표준-망원 렌즈
탐론 50-300mm F/4.5-6.3 Di III VC VXD (모델 A067) 렌즈는 소니 풀프레임 E 마운트(FE)를 지원하는 50-300mm 화각을 가진 광범위 줌 렌즈에 해당한다.
기존 탐론의 소니 FE 망원 렌즈로는 저렴한 가격에 표준 망원 구간을 가진 70-300mm F/4.5-6.3 Di III RXD (A047) 렌즈와 앞에서 언급한 50-400mm F/4.5-6.3 Di III VC VXD (A067) 렌즈가 존재했다.
전자는 50만원대 초반의 저렴한 가격에 545g의 가벼운 무게가 장점이지만 화질이 떨어지고 구형 RXD(Rapid eXtra-silent stepping Drive) 스테핑 모터에 손떨림 보정 기능이 없으며, 후자는 50mm부터 400mm까지 훨씬 넓은 화각과 향상된 화질에 빠르고 조용한 VXD(Voice-coil eXtreme-torque Drive) 리니어 모터와 함께 손떨림 보정(VC) 기능까지 탑재한 대신 1,155g으로 상당히 무겁고 가격도 180만원대로 비싸다.
탐론 50-300mm F/4.5-6.3 Di III VC VXD는 이들 두 렌즈의 절충점에 해당하는데, 화각은 50mm 표준 구간부터 시작해 300mmm 망원까지, 무게는 70-300mm보다 겨우 120g 증가한 665g으로 신형 VXD와 손떨림 보정(VC) 기능까지 모두 적용됐다. 가격 또한 예판 기준 109만원대로 두 렌즈 사이에 위치한다.
탐론은 50-300mm 렌즈 출시 배경으로 70-300mm 사용시 광각이 조금 부족하다는 의견을 수용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기존의 300mm급 망원 줌 렌즈는 70-300mm라는 상식을 깨고 50mm 표준 화각부터 시작하여 70mm에서 조금 부족하다고 느끼는 장면에도 대응할 수 있다.
망원으로 올라갈수록 경통이 튀어나오는 방식으로 이너 줌 방식에 비해 조리개나 외형에서 불리한 점이 있는 대신 기본 광각 상태일 때 렌즈 길이가 150mm로 줄어들기 때문에 일반 70-300mm 망원 줌 렌즈처럼 큰 결심이 필요하지 않고 데일리 렌즈로 카메라에 장착한 채 외출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적다.
공업용으로 충분한 강도를 가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을 사용해 무게를 줄였으며, 외부로부터 물방울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는 실링 처리가 된 간이 방적 구조를 채용했다.
탐론 50-300mm 렌즈를 앞서 출시된 소니 풀프레임 E 마운트용 70-300mm 렌즈 및 50-400mm 렌즈와 비교해보면 화질과 촬영 편의성을 위한 설계가 충분히 고려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렌즈 화질 및 해상력에 영향을 미치는 렌즈 구성과 특수 렌즈 사용을 보면 50-400mm 정도는 아니지만 70-300mm 렌즈보다 많은 XLD(eXtra Low Dispersion, 초저분산) 렌즈 2개와 LD(Low Dispersion, 저분산) 렌즈 2개를 사용해 색수차를 비롯한 여러 수차를 효율적으로 억제하며, 반사방지 코팅도 2세대인 BBAR-G2 (Broad-Band Anti-Reflection Generation 2) 코팅으로 고스트나 플레어 발생을 억제한다.
AF 구동에는 리니어 모터 포커스 장치인 VXD(Voice-coil eXtreme-torque Drive)를 탑재했으며, 최단 촬영 거리 및 최대 촬영 배율은 50-400mm보다 향상되어 하프 매크로 촬영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카페나 식당에서 바로 앞 테이블에 놓인 음식을 50mm 구간으로 찍을 수 있다는 뜻이다.
70-300mm 사용자들이 가장 아쉬워했던 손떨림 보정 기능의 부재를 탐론의 독자적인 VC(Vibration Compensation) 매커니즘을 탑재함으로써 망원 영역이나 움직이는 물체, 근접 촬영 시 발생하기 쉬운 손떨림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다만 50-400mm 렌즈는 VC 기능을 사용자가 직접 켜고 끄거나 동작 모드를 바꿀 수 있는 스위치를 제공했지만, 50-300mm에는 별도의 조작 버튼이 없어 기본 활성화된 상태로 카메라의 손떨림 보정 옵션에 따라 동작하게 된다.
렌즈 조작 방식은 커다란 면적과 다소 뻑뻑한 움직임을 가진 50-300mm 줌 링과 상대적으로 빠르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포커스 링, 그리고 그 사이에 위치한 포커스 설정 버튼을 사용한다. 탐론에서는 렌즈를 구성하는 각 파트의 세부까지 검토해 조작성과 질감을 고려한 렌즈 디자인을 채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컴팩트 디자인으로 렌즈 경통이 튀어나오는 망원 렌즈는 장기간 사용하다보면 경통이 헐거워지거나 이동 중에 렌즈 무게로 줌이 흘러내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다른 탐론 렌즈와 마찬가지로 이 제품에도 줌 락(Zoom Lock) 스위치가 달려있다. 렌즈 길이가 가장 짧은 50mm일 때 줌 락 스위치를 올리면 줌 링이 돌아가지 않으며,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줌 락을 걸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50-400mm 렌즈와 마찬가지로 렌즈 하단에 USB-C (USB Type-C) 포트가 달려있는데 탐론이 독자 개발한 전용 소프트웨어 '탐론 렌즈 유틸리티(TAMRON Lens Utility)'를 사용하여 렌즈에 탑재한 포커스 세트 버튼 기능을 바꾸거나 최신 렌즈 펌웨어로 업데이트 할 수 있다.
다양한 포커스 이동 방식을 사전 설정하거나 변경 범위를 제한할 수 있으며, 포커스 링의 반응 속도, 회전 방향을 변경하거나 포커스 세트 스위치를 AF/MF 전환 스위치로 설정할 수도 있다. 또한 포커스 링을 조리개 링으로 쓰거나 카메라 바디로 미리 할당한 기능을 포커스 세트 버튼으로 사용할 수 있다.
USB-C 케이블은 별매이나 굳이 탐론제 케이블을 사지 않아도 보통의 USB-C to C 또는 C to A 케이블로 충분하다.
탐론은 풀프레임 미러리스용 렌즈 대부분의 필터 직경을 67mm로 통일하여 휴대성을 높이면서 각종 필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데, 50-300mm 렌즈 역시 필터 직경 67mm 규격에 맞춰서 설계되었기 때문에 탐론 라인업을 많이 보유한 사람은 렌즈 교환시 다른 렌즈 캡을 찾거나 크기가 다른 필터 여러 개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기본 렌즈 구성으로는 전면 캡과 후면 캡, 꽃모양의 렌즈 후드가 제공된다. 렌즈 후드는 사용하지 않을 때는 거꾸로 끼워 길이를 줄일 수 있고, 렌즈 캡(67mm II형)은 후드를 씌운 상태로도 손쉽게 탈부착이 가능하다.
그 밖에 다국어 사용자 설명서와 안전 가이드, 시리얼 넘버 스티커, 그리고 탐론 렌즈의 국내 공식 유통사인 썬포토에서 제공하는 품질 보증서가 들어간다. 썬포토에서 유통하는 탐론 렌즈는 박스에 정품 스티커 씰이 붙어 있어 쉽게 구분할 수 있으며 홈페이지에 정품 등록을 하면 구입일로부터 12개월 동안 AS 보증을 받을 수 있다.
소니 ZV-E1에도 무난한 크기와 무게 밸런스
탐론 50-300mm 렌즈가 일반 망원 줌 렌즈에 비해 컴팩트한 것은 맞지만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들 역시 작고 가벼운 디자인을 추구하다보니 데일리 카메라로 구성하기에는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DSLR 카메라 시대였다면 적당한 크기였겠지만 ZV-E1과 같은 브이로그용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에는 확실히 커보이는 느낌이다. 다만 더 나은 화질과 밝은 조리개를 위한 망원 렌즈는 이보다 더 크고 무겁다는 것을 감안하면 브이로그용 망원 줌 렌즈로는 50-300mm가 마지노선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300mm 망원으로 찍을 때는 렌즈 경통이 많이 나와서 카메라에 비해 렌즈가 너무 크게 보이지만 655g으로 가벼운 편이며 무게 밸런스도 렌즈를 파지하는 줌 링 을 중심으로 잡혀있어 삼각대 없이 핸드 헬드 촬영을 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이보다 크고 무거운 탐론 50-400mm 렌즈는 별매 액세서리로 삼각대 마운트 링이 출시되지만 50-300mm는 70-300mm 렌즈와 마찬가지로 삼각대 마운트 링을 지원하지 않는다.
50mm 표준 화각과 하프 매크로 촬영으로 쓰임새 향상
70-300mm 망원 렌즈는 사람의 눈과 비슷한 광각-표준 화각이 없기 때문에 싱글 렌즈 상태로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 애매하다. 그러나 최소 화각을 50mm부터 시작하게 되면 표준 화각으로 편안한 일상을 담으면서 주목할 만한 피사체를 발견하면 바로 망원 줌으로 들어가면 된다.
렌즈에 표시된 줌 구간별 화각을 비교해보면 망원에서 200mm와 300mm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표준-망원 구간에서 50mm와 70mm는 제법 차이가 난다. 50mm 화각이 추가되면서 렌즈를 교체하지 않고도 표준 화각의 더 많은 풍경을 담을 수 있다.
탐론 50-300mm 렌즈의 최단 초점 거리는 300mm 망원에서 0.9m로 최대 배율 1:3.1을 달성하면서 50mm 표준 구간에서는 22cm의 근거리에서 최대 배율 1:2로 뛰어난 근접 촬영 성능을 제공한다. 300mm 망원으로 피사체를 당겨 찍는 것보다 50mm에서 피사체에 근접한 상태로 하프 매크로 촬영을 즐길 수 있다.
렌즈 손떨림 보정 VC 탑재로 동영상 촬영 시 안정성 개선
탐론 50-300mm는 VC(Vibration Compensation)로 불리는 고유의 손떨림 보정 매커니즘을 탑재하여 사진은 물론 동영상 촬영시에도 카메라의 흔들림 영향을 효과적으로 줄이면서 안정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소니 E 마운트 미러리스 카메라 중에서 보급형 모델은 스테디샷(SteadyShot)이라고 불리는 바디 내 손떨림 보정(in-body Image Stabilization) 기능을 탑재하지 않고 번들 렌즈에 OSS(Optical SteadyShot) 기능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VC 기능이 탑재된 탐론 50-300mm 렌즈는 스테디샷 옵션을 켜면 ZV-E1과 같은 풀프레임 브이로그 미러리스 카메라는 물론 ZV-E10 같은 보급형 브이로그 카메라에서도 효과적으로 흔들림을 줄여준다.
다만 전동 줌 기능이 들어간 소니 파워줌(PZ) 렌즈들과 달리 줌 링을 수동으로 돌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큰 흔들림은 막기 힘들다. 동영상 촬영 중에는 가급적 줌을 쓰지 않는 것이 좋으며 망원 구간에서는 살짝 움직여도 화면이 흔들릴 수 있으니 삼각대는 필요하다.
데일리 망원 촬영에 적합한 탐론 50-300mm
탐론 50-300mm F/4.5-6.3 Di III VC VXD 렌즈는 평상시 28-75mm나 17-50mm와 같은 광각이 포함된 줌 렌즈를 가지고 다니면서 망원 촬영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에게 2개의 렌즈를 휴대하지 않고도 표준 50mm부터 300mm 망원까지 폭넓은 구간에서 일상에서 담을 수 있는 제품이다.
하프 매크로 촬영이 가능한 50mm 화각은 다양한 일상의 모습은 물론 음식 사진과 같은 브이로그 영역까지도 커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렌즈 손떨림 보정 기능이 탑재되어 흔들림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다.
다만 50-300mm 외에도 탐론에는 이미 다양한 표준-망원 구간 선택지가 존재하며, 본격적인 망원 촬영을 하고 싶은 사람이나 더 밝은 조리개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아쉬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또한 탐론은 50-300mm 출시하고 얼마 되지도 않아 28-300mm F/4-7.1 Di III VC VXD라는 슈퍼 줌 렌즈를 100달러 높은 가격으로 내놓으면서 50mm 이하 광각까지 필요한 사람에게 또 다른 선택지도 내놓고 있다. (대신 300mm 망원 구간의 최대 조리개값이 F7.1로 50-300mm보다 어둡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탐론 70-300mm를 구입하려고 생각했던 사람이 50-70mm 구간과 손떨림 보정 탑재, 그리고 화질 개선 및 하프 매크로 등 추가 기능에 비용을 지불할 마음이 있다면 50-300mm은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물론 F2.8 고정 조리개나 30mm 이상의 망원, 50mm 이하의 광각과 같은 옵션은 다른 렌즈로 충족할 수 있지만 늘어난 무게와 비용 부담도 커질 것이다.
Copyrightⓒ 넥스젠리서치(주) 보드나라 미디어국. www.bodnar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