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깊은 곳에서 생겨난 바람이~ 들판에 홀로 선 케이스에~ 후욱 스치며 불고 갑니다~ 저기는 바람이 지나가는 길~
보통 ‘길’이라 하면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동차 등이 지나갈 수 있는 일정한 공간을 뜻한다. 즉 도로다. 도로라 하면 도로법 기준으로는 특별시도, 광역시도, 지방도, 일반국도에 이어 마지막으로 고속국도(고속도로)가 있다. 여기서 가장 빠른 건 고속도로다. 딱히 막아서는 것도 없고 뻥 뚫려 달리는 것에 최적화됐다.
그럼 PC 케이스에 바람이 지나가는 길이 있다면 어떨까? 전면 메쉬 구조의 케이스가 대체로 이런 형식이다. 통풍이 잘 되며, 전면 메쉬로 찬 공기가 유입돼 뜨거워진 PC 내부 공기를 이끌고 빠져나간다. 그런데 이 과정이 시원치 않다면? 열이 배출되기 어렵고, PC 내부가 뜨거워진다.
즉 PC 온도 관리에 신경을 쓴다면, 좋은 전면 메쉬 구조의 케이스를 사야 한다. 마치 고속도로를 닮은 그런 케이스 말이다. 바람을 딱히 막아서는 것도 없어야 한다. 뻥 뚫린 구조로 바람이 빠르게 지나가야 한다. 바람이 지나가기에 최적화된 케이스. 쿠거가 선보였다.
◆ COUGAR MX600 RGB
대응 규격: E-ATX, CEB, ATX, M-ATX, Mini-ITX
사이즈/중량: D515 x W235 x H478
호환성: VGA 최대 400mm, 공랭 쿨러 180mm, 수랭 쿨러 360mm(상단, 전면)
특징: 140mm aRGB 팬 x3, 120mm ARGB 팬 x1
확장슬롯: 8(세로 슬롯 악세서리 킷 변환 가능)
I/O 패널: USB 3.2 Gen2 Type-C x1, USB 3.0 Type-A x2, 4 Pole Headset Audio, RGB Button
판매/유통: 서린씨앤아이
1. 이런 메쉬 케이스는 처음이야
언젠가 TV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그런 장면을 봤다. 기안84가 물티슈를 뜯을 때 물티슈 뚜껑을 개봉하는 것이 아니라, 물티슈 측면을 부욱 찢는 것이었다. 해당 장면에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나는 왜 저렇게 해 볼 생각을 안 했을까. 하는 거야 당연히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을 한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이번 쿠거 케이스를 보면서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COUGAR MX600 RGB(쿠거 MX600 RGB, 이하 MX600 RGB)다. 전면 메쉬 미들타워 케이스다. 전면 메쉬 미들타워 케이스라면 사실 생김새를 예측하기 쉽다. 그런데 MX600 RGB는 지금까지 봐 왔던 메쉬 케이스와는 뭔가 달랐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보통 PC에 잔뼈가 굵은 사람들에게 메쉬 케이스라 하면 전면 메쉬 케이스를 떠올린다. 전면 메쉬 케이스는 생긴 게 거진 다 비슷하고, 조립을 많이 해 봤다면 대충 눈 감고도 그릴 수 있을 정도다. 전면에 커다란 쿨링팬이 보통 3개 달려 있고, 사이드 패널은 커다란 강화 유리가 붙어 있는 구조다.
MX600 RGB는 그런 구조인 건 같다. 같은데… 어째 가만히 보고 있자니 좀 다르다. 메쉬 케이스의 전면 패널을 보면 보통 원형 메쉬 패널 구조다. 조그만한 원이 엄청 많이 뚫려 있고, 이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MX600 RGB는 사각형 메쉬 패널이 적용됐다. 원형이 아닌 사각 메쉬 무늬가 적용된 패널이다.
이게 생긴 것만 멋있는 거 아니야? 아니다. 원활한 공기 유입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각 메쉬 패널이다. 원활한 공기 유입? 뭐 얼마나 원활하겠어? 하지만 사실이다. 약 11% 정도 공기 유입량이 늘었다. 상당히 많이 늘어난 셈이다.
또한, 전면 전체에 있어 측면 하단에 추가로 흡기 환경을 구현했다. 똑같은 사각 메쉬 패널로. 110mm 정도의 높이에 네모 구멍이 송송 뚫렸는데 이를 통해 차가운 공기가 유입된다. 덕분에 시스템 발열을 제어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 파워 서플라이도 그렇고 그래픽카드에도 도움이 된다.
1-1. 섀시 내부에 경사? 공기가 지나가는 길
그런데 여기서 끝낼 쿠거가 아니다. 쿠거는 FV270 등의 케이스로 어항 케이스 내부에 ARGB 전시용 턴테이블을 재현하는 등 좋은 의미로 기상천외한 케이스를 선보였다. 분명 그냥 지나갈 리가 없다.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쿠거는 좀 특별한 설계를 했다. MX600 RGB 내부 섀시 설계에 경사면을 적용한 것이다. 경사면은 하단부와 측면에 자리잡았다. 이 경사면이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사실은 신의 한 수다. 자연스럽게 공기가 지나가는 길을 만들어준다. 찬 공기가 쿨러를 통해 유입되면, 경사면을 타고 올라와 후면으로 나가게 된다.
이게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상당히 좋은 구조다. 전면에는 140mm 쿨링팬이 세 개 기본으로 붙어 있는데, 해당 제품군 중 최하단에 있는 쿨링팬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만든다. 이를 통해 CPU, VGA를 냉각시키는 것에 일조한다.
1-2. ARGB/PWM 허브 기본 장착으로 화려해
하이엔드 PC 케이스는 ARGB 허브가 기본으로 내장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통합된 범용 팬 허브로 PWM 팬 속도와 ARGB 조명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해당 허브는 5V 3핀 ARGB 커넥터가 6개, 메인 팬 속도 커넥터, 보조 팬 속도 커넥터 5개를 제공한다. 리셋 스위치를 연결해 RGB SW 버튼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메인보드 5V 3핀 커넥터와 연결하면 ARGB 조명이 메인보드와 동기화된다.
리셋 버튼을 사용할 경우 세 가지 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디폴트 모드, 메인보드 동기화 모드, 조명 OFF다. 리셋 버튼을 누르는 시간에 따라 변경된다. 디폴트는 허브와 연결한 리셋 스위치를 눌러가면서 18개의 조명 효과를 변경하는 모드다. 메인보드 동기화는 메인보드 5V 3핀 ARGB 헤더에 연결 시 메인보드 소프트웨어로 동기화할 수 있는 모드다. 참고로 눈이 아프다? 6초 누르면 조명이 꺼진다.
1-3. 유연한 내부 디자인, 넓다
하이엔드 케이스라면 이런저런 추가 기능을 갖추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기본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국 아무 의미가 없다. MX600 RGB는 그런 점에서는 딱히 걱정할 거리가 없다.
MX600 RGB는 공랭 쿨러 높이 최대 180mm, 수냉 쿨러 라디에이터는 전면과 상단에 360mm를 지원한다. 420mm 등 특별한 라디에이터를 쓰지 않는 이상 이 정도면 딱히 설치 못할 게 없다. 쿨러 호환성은 거진 다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 하단의 240mm, 후면의 140mm 라디에이터 장착 공간도 제공한다. 스토리지 장착 공간은 2.5" 최대 4개, 3.5" 최대 2개를 지원한다.
또한, 탈착형 브라켓을 여기저기 적용했다. 우선 상단 패널 커버의 탈부착이 가능하다. 라디에이터 설치 등의 용도로 적당히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탈부착이 가능하다. 이어 전면 팬 브라켓을 떼어낼 수 있다. 그냥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앞/뒤를 바꿔 설치할 수도 있다. 이외에 PSU 슈라우드 커버도 벗겨낼 수 있다. 이것저것 벗겨낼 수 있어 참 편하다.
그래픽 카드 수직 장착은 가능하다. 라이저 케이블을 별도로 구매해 수직형 그래픽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다. 메인보드도 E-ATX를 지원하고 파워 서플라이도 최대 180mm를 지원하니 조립 시 문제될 일이 거의 없다. 상단부에는 USB 3.2 Type-C를 지원하는데, 최대 속도가 20Gb/s로 상당히 빠르다.
이외에 먼지 필터를 적용해 깔끔하게 먼지를 털어내고 쓸 수 있으며, 조립 시 라우팅 레일 및 벨크로 스트랩이 지원돼 케이블을 깔끔하게 정돈해 둘 수 있다. 그래픽카드 처짐 방지 지지대도 제공되어 여러모로 쓸 만하다.
◆ 시스템구성
① CPU - 인텔 14세대 코어 i7-14700K 코잇
② M/B - 애즈락 Z790 PG 라이트닝 대원씨티에스
③ RAM - 클레브 DDR5 6400MHz CRAS V RGB 32GB (서린씨앤아이)
④ SSD - 1TB
⑤ VGA - 엔비디아 RTX 3070FE
⑥ PSU : 1000W
⑦ 쿨러 - 리안리 하이드로시프트 LCD 360TL 올인원 수랭 쿨러
⑧ OS - Windows 11 Pro 23H2
** 편집자 주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
MX600 RGB의 DB를 보면 아래 슬로건이 붙어 있는데, ‘Be the Storm’이다. 직역하면 ‘폭풍이 되어라’라는 뜻인데, 갖춰 놓은 쿨링 시스템만 놓고 보면 이게 과언은 아니다. 전면 메쉬 구조에서 쿨링 효율을 더 높이기 위한 쿠거의 고민이 제대로 반영됐고, 덕분에 꽤 괜찮은 케이스로 만들어졌다.
최근 ‘어항 케이스’가 대세이기는 하지만, 고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싶다면 전면 메쉬 구조의 케이스가 역시 정석이라 볼 수 있다. 그런 것을 중시한다면 MX600 RGB는 아주 좋은 선택지다. 전면 메쉬 케이스에 기대하는 점을 120% 만족한, 그런 좋은 케이스라 볼 수 있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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