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시장은 언제나 조용한 듯 하면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다른 PC 부품보다 제품의 수도 많지 않고 신제품 주기도 긴 편이어서 큰 이슈는 보기 힘들지만, 조용한 전쟁터라 할 수 있다.
올 상반기 HDD 시장 역시 많지는 않지만 몇 가지 이슈를 만들어 냈다. 씨게이트가 바라쿠다 HDD의 오작동 문제로 뭇매를 맞았는가 하면, WD에서 최초의 2TB 제품을 선보여 용량의 한계를 또 한 번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 외장HDD의 선전으로 관련 상품이 활기를 띄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SSD도 최근들어 부쩍 선전하고 있다. 아직까지 SSD는 비싼 가격 때문에 스토리지 시장의 주력이 되기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갈수록 저렴해 지는데다, 성능도 좋아지고 있어 2~3년 안에 HDD와 호각지세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과연 지난 4개월 간 소비자들은 어떤 HDD 제품을 선호했으며, 용량대별 가격은 어떻게 변했는지, 그리고 현재 판매되는 HDD 중 어떤 용량의 제품이 가장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는지 다나와 리서치를 통해 알아봤다. 참고로 아래의 데이터는 다나와 연동몰을 통해 판매된 제품의 통계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 제조사별 판매량 : WD 수성 속에 삼성의 선전 돋보여
현재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는 HDD는 크게 웨스턴디지털(WD)과 씨게이트, 삼성, 히타치 등 4개 브랜드의 제품으로 나눌 수 있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약 4개월 간 3.5인치 제품과 2.5인치 제품을 통틀어 판매된 HDD의 판매량은 1강 2중 1약으로 분석할 수 있다. 약간의 굴곡은 있지만 WD가 40% 대 이상의 판매율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그 뒤를 씨게이트가 노리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3개월 간 가장 주목할 만한 업체는 다름아닌 삼성이다. 4월까지만 하더라도 겨우 12%에 머물며, 선두권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던 삼성이 갑자기 상승세를 타더니, 어느덧 씨게이트와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사실 삼성의 이와 같은 선전은 다소 의외다. 특별히 주목받을 만한 신제품을 내놓은 것도 아니요, 성능이나 기술의 큰 진전이 있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씨게이트나 WD가 꾸준하게 신제품을 출시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점유율이 오른 것은 출시된 지 1년이 넘은 '삼성 320GB Spinpoint F1 HD322HJ/DOM (SATA2/7200/16M)' 제품의 선전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제품이 최근 몇 달 사이 큰 폭으로 가격이 떨어지면서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났고, 결과적으로 삼성HDD의 전체 점유율도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HDD 시장의 추세가 점점 고용량 제품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역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용량대별 판매량 : 1TB 판매량 크게 늘었다
다음으로 어떤 용량의 제품이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했는지 알아봤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대용량 데이터가 늘어나고, HDD의 가격이 점점 떨어져감에 따라 주력으로 사용하는 HDD의 용량 또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작년 이 맘 때까지만 하더라도 주력 제품으로 250GB와 160GB 제품을 꼽을 수 있었다. 또 1TB 제품의 경우 아예 순위에도 끼지 못할 정도로 낮은 판매량을 보였지만 올해는 다르다. 320GB 제품이 전체 판매량의 41%로 당당하게 주력의 자리에 올라섰고, 뒤를 이어 500GB, 640GB, 1TB 같은 대용량 제품의 판매량이 부쩍 늘었다. 이제 250GB 제품의 경우 아예 순위에 끼지도 못할 정도로 저조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으로 1TB 제품의 선전을 꼽을 수 있다. 1TB 제품의 경우 작년 6월경 20만원 초반의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었지만 현재 10만원 초반에 판매되고 있다. 1년 만에 거의 반 값으로 떨어진 것이다.
때문에 판매량도 급격히 늘었다. 그래프에서도 나타났듯 1TB 제품은 4개월 만에 두 배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이는 640GB 제품과 동일한 수치다. 이제 더 이상 1TB 제품은 '꿈의 용량'이 아닌 셈이다.
- 쭉쭉~떨어지는 1TB 가격, 용량당 가격도 가장 낮아
끝으로 지난 4개월 간의 HDD 가격 변동률과 각 용량대별(160GB/320GB/500GB/640GB/1TB) 1GB 당 가격에 대해 알아봤다. 대상 제품은 3.5인치 데스크톱용 HDD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다섯 가지 제품군에 한하며, 가격은 다나와 평균 판매 가격으로 집계했다.
거의 모든 제품군에서 평균 20% 이상의 높은 가격 하락율을 기록했으며, 그 중에서도 1TB 용량의 제품이 26%로 가장 많이 떨다. 가격이 가장 적게 떨어진 제품은 160GB대로, 그만큼 수요가 많이 줄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종 류 |
용 량 |
가격 평균 (원) |
등락폭(원) |
비율 (%) |
1GB당 가격(2009년 6월) |
|
2009년 3월 |
2009년 6월 |
|||||
3.5 인치 |
160 GB |
65,150 원 |
52,826 원 |
- 12,324 원 |
-18.91% |
330 원 |
320 GB |
79,915 원 |
60,171 원 |
- 19,744 원 |
-24.7% |
188 원 |
|
500 GB |
97,184 원 |
73,145 원 |
- 24,039 원 |
-24.73% |
146 원 |
|
640 GB |
114,800 원 |
89,722 원 |
- 25,078 원 |
-21.84% |
140 원 |
|
1 TB |
156,243 원 |
115,309 원 |
- 40,934 원 |
-26.19% |
115 원 |
이렇듯 빠른 속도로 가격이 떨어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1.5TB와 2TB 같은 대용량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한층 높아지게 된다. 항상 그렇듯 대용량 제품 혹은 새로운 용량의 제품이 출시되면 기존 제품들의 가격은 떨어진다. 때문에 반기 또는 분기마다 주력 제품의 용량은 변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1GB 당 가격으로도 1TB 제품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즉, 현재 제품을 구입한다면 1TB 제품이 가장 가격대 용량비가 좋다는 뜻이다. 물론 불필요하게 큰 용량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겠지만 지금 '고용량' 제품을 선택하고자 한다면 1TB 하드디스크가 가장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다나와 홍진욱 기자 honga@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