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진보가 얼마나 빠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장의 사진이 화제입니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벤처캐피털 안드리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에서 일하는 '베네딕투스 에번스(Benedict Evans)'는 "1995년 개봉한 토이 스토리의 CG 렌더링에 사용된 렌더팜 전체 CPU는 10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되어있었다. 이것은 애플 아이폰6에 탑재된 A8칩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렌더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당시 픽사 CEO 에드 캐트멀의 사진을 트윗 했습니다.
’트랜지스터 수의 차이=성능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트랜지스터 수가 많아질수록 프로세서 성능과 기능이 향상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핵심은 엄청난 수의 트랜지스터입니다. 트랜지스터 하나하나는 스위치의 역할만 하는 간단한 작은 소자에 불과하지만, 이것들을 고도로 결합해 다양한 계산을 하거나 주변기기를 제어할 수 있게 됩니다. 즉, 결합 트랜지스터의 수가 많아질수록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성능과 기능을 향상되는 논리입니다.
애플의 A8칩은 20나노 제조공정으로 생산되었는데 실제 크기는 8.47 × 10.5mm로 매우 콤팩트한 사이즈입니다. 그런데 이것의 수십, 수백 배 크기의 고성능 컴퓨터(?)로 구성된 렌더팜이 토이 스토리의 CG 렌더링 처리를 했다는 것입니다. 2년 전 출시된 최신 스마트폰이 토이 스토리 CG 렌더링 작업에 사용된 렌더팜보다 높은 계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죠. 시장 조사 기관 IDG 온라인 매거진 썬월드가 토이 스토리 개봉 당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토이 스토리의 렌더링에 사용된 렌더팜은 썬마이로시스템즈의 ’스팍스테이션(SPARCstation) 20’이라는 워크스테이션이 사용됐다고 합니다.
[썬마이크로스시스템의 워크스테이션 '스팍스테이션 20']
픽사는 2차원 영상을 3차원 영상으로 전환하는 3D 렌더링 기술인 ‘렌더맨(RenderMan)’을 개발했으며, 이 도구는 영화 ’쥬라기 공원’에 등장하는 공룡의 CG 렌더링과 '터미네이터 2'의 각종 CG 효과 처리에 사용된 것으로 유명합니다. 픽사는 이 렌더맨에서 토이 스토리 CG 렌더링을 위해 100MHz 클럭으로 작동하는 87개의 듀얼 프로세서와 30개의 쿼드 프로세서로 구성된 스팍스테이션 20을 활용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1975년 탄생한 슈퍼컴퓨터 Cray-1의 300배에 해당하는 처리 성능입니다. 토이 스토리는 모두 11만 프레임에 해당하는 CG 렌더링이 필요했는데 무려 46일 동안 쉬지 않고 작업해야 끝나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양이었습니다. 픽사의 걸작 토이스토리가 21년 전 1995년 개봉되었다지만 당시 사용된 CPU의 트랜지스터 수가 손위의 작은 컴퓨터인 아이폰 6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기술의 발전이 얼마나 빠른지 새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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