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침체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곳이 외식업계다. 일상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생필품은 지출을 줄일 수는 있어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외식, 취미, 여가 등은 가장 먼저 줄이는 항목이 된다. 그래서 이 시장이 가장 먼저 경기의 영향을 받는다.
PC 시장도 이 경향을 따른다. 어제까지는 PC의 답답한 반응에 “바꿔버리겠다”고 결심하지만, 얇아지는 지갑을 보면 “아직 쓸 만한데”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하게 된다. 결국, 갖고 싶은 것은 사게 되고, 고민이 길어질수록 배송만 늦어질 뿐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구입할 때 비용을 낮추려는 시도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계속되어 왔다. 특히 해외에서 제작된 제품은 해외 이커머스를 통해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주요 이커머스의 할인이나 프로모션에 따라 한국에서의 주문이 폭증하면서 세관 업무가 폭증하기도 한다.
CPU, 주요 직구 아이템으로 자리잡아
일부 소비자들은 한국과 해외의 단가 차이를 들어 한국 판매자들의 폭리를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상 PC 시장은 이미 성숙한 시장으로, 기존 플레이어들의 과당경쟁이 지독한 저마진 경쟁으로 이어졌다.
이런 가격 괴리는 여러 요인으로 발생한다. 첫 번째는 환율 문제다. 한국 경제구조의 특성상 경기가 침체되면 환율이 뛰기 시작해, 동일한 가격의 제품도 국내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두 번째는 부가가치세의 유무다.
많은 이커머스 기업은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지 않는 지역에 기반한다. 세 번째는 규모의 차이다. 중국 이커머스에서의 저렴한 CPU 판매는 대부분 대량으로 납품되었던 CPU가 리테일 시장으로 흘러온 경우가 많다. 네 번째는 국내 이커머스의 구조적 문제다. 높은 판매수수료와 프로모션 비용 요구로 인해 제품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런 요인들이 결합되면 상황에 따라 국내 가격보다 해외의 가격이 월등히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대량의 CPU가 소비되는 중국 시장에서 광군제 등 특별 할인이 시작되면 “나도 한 번 사볼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매력적인 가격에 고성능 제품이 판매되기도 한다.
But, 저렴한 만큼 위험성도 높아
직구는 분명 가격 측면에서 매력적이지만, 몇 가지 감수해야 할 위험성도 존재한다. 특히 구입한 제품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으므로 이런 부분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 때로는 해외 직구가 싸게 느껴질 때가 반드시 있다.
2019년경 저렴한 가격에 인텔 프로세서를 직구로 구입한 한 소비자가 날벼락을 맞았다. 아마존을 통해 저렴하게 판매됐던 인텔 프로세서가 구형 제품을 IHS 부분의 마킹만 바꾼 제품이었던 것이다. 2020년경에는 중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리셀러까지 끼고 조직적으로 행해졌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코어가 전혀 장착되지 않은 빈 PCB에 IHS만 붙여 CPU인 척 판매한 사례도 보고됐다.
이런 판매자는 단기간에 엄청난 수량을 판매한 후 갑작스레 사라지는 게 일반적이다. 인텔 프로세서의 국내 공급을 담당하는 유통사를 통해 AS를 받을 수도 없으므로, 결국 구매자가 모든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 단, 정품 시피유 일지라도 허용하지 않은 튜닝으로 파손된 제품 혹은 인위적으로 제품을 손상시킨 경우에는 정식 서비스에서 제외된다.
다행히 정상적인 CPU가 도착했다 해도 사용 도중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해결은 어렵다. 국내에 정식 공급된 제품이 아닌 이상 국내 공급사를 통해 사후지원을 받을 수 없고, 결국 인텔의 월드 워런티를 이용해야 하지만 그 과정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직구로 구입한 CPU가 특정 기업을 위해 공급된 제품일 경우 워런티 적용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사후지원과 구매자 권리 체크
“나는 조립PC를 구매했으니 아무 문제 없겠지?” 하고 안심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한국 시장에는 직구를 통해 국내로 유입된 CPU가 사용되고 있고, 필요에 따라, 또는 이윤에 따라 누군가는 이를 악용해 더 높은 마진을 취하려 시도할 수도 있다.
정품과 직구/병행수입 외에 벌크 제품도 존재하며, 비교적 저렴한 가격 덕분에 조립PC에 흔히 사용되기도 한다. 국내 시장에 공급되는 벌크 제품은 공급사를 통해 AS가 가능하지만, 정품과 AS 규정이 다르다.
결국 정품을 판매하는 판매점, 또는 조립PC 전문점을 통해 CPU를 구입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소비자는 CPU나 조립PC 구매 시 구매한 CPU 박스에 국내 공급을 담당하는 3사의 정품 스티커가 부착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인텔의 정품 CPU에는 피씨디렉트, 인텍앤컴퍼니, 코잇 중 하나의 정품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정품 시리얼 조회는 https://www.realcpu.co.kr/ 에서 할 수 있다.
정품 CPU의 경우 원격으로 PC의 문제를 점검해주는 셀프 PC 케어 서비스, 통합 드라이버 서비스센터, 보안 소프트웨어 서비스, 택배비 지원 등의 서비스는 물론, 보증기간 내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언제든 새로운 CPU로 교체할 수 있다. 이는 분명 정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만을 위한 권리와 서비스이다. 단순히 프로세서가 잘 동작할 때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그 차이는 상당히 크다.
현재의 CPU는 과거와 달리 수십억 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초미세공정을 통해 집적한다. 과거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웠을 만큼 엄청난 기능과 각종 명령어셋을 지원한다. 이런 변화는 쾌적한 성능을 보장하지만, 한편으론 달갑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제조사를 가리지 않고 고성능 CPU를 중심으로 정상 동작하지 못하는 불량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과거의 CPU는 성능이 부족해 버리게 될지언정 고장 나지는 않는 하드웨어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초고성능화된 현재의 CPU는 간혹 불량이 발생하기도 한다. 여타 하드웨어에 비하면 그 가능성은 극도로 낮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이런 문제를 경험하게 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코잇이 유통한 인텔 정품 14세대 시피유. 구동에 필요한 모든 구성품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기에 추가 비용을 들여 쿨러를 구매 할 이유가 없다.
이런 경우에도 정품 CPU가 아니라면 구제받을 방안이 막막해진다. 최근 몇 년간 하드웨어 가격이 다소 높아진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그 가격의 상승분을 줄이기 위해 직구를 이용하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오랜 기간 PC를 사용해야 하고, 언젠가는 난감한 상황을 겪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구매 시부터 정품 CPU를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다.
By 오국환 에디터 sadcafe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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