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개봉도 10여년이 지난 지난해 11월에 뒤늦게 했고, DVD 조차 아예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블루레이 타이틀로 나오다니, 이루 말할 수 없이 반갑다.
특별히 이 작품이 더 반가운 이유는 오래전 봤던 조잡한 비디오 테이프 때문이다.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기 전이어서 국내서 이 작품을 구하기 힘들었던 1990년대 후반, 일본 애니메이션을 아주 좋아했던 친구가 복사해 준 비디오테이프에 이 작품이 들어 있었다.
일본 LD를 카피한 것으로 알려진 복제 비디오테이프는 화질이 매우 열악했지만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재미있는 소재와 그림, 음악이 어우러져 새로운 신세계를 열어준 느낌이었다.
그동안 좋은 화질로 다시 감상하기를 고대했는데, 블루레이 타이틀로 정식 국내 출시됐으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새삼 출시사에 고마움을 느낄 정도.
이 작품은 '그녀의 추억' '최취병기' '대포도시' 등 3편을 묶은 옴니버스 애니메이션이다.
'아키라'(http://wolfpack.tistory.com/entry/아키라-SE)로 저패니메이션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떠오른 오토모 카츠히로 감독이 총감독을 맡고, '파프리카'(http://wolfpack.tistory.com/entry/파프리카) '천년여우'(http://wolfpack.tistory.com/entry/천년여우)를 만든 곤 사토시 감독, 유명 작곡가 칸노 요코 등이 합세했다.
유명 성악가의 기억이 우주선을 끌어당기는 이야기를 다룬 '그녀의 추억'은 모리모토 코지, 온 몸에서 냄새를 풍겨 사람을 죽이는 희한한 미래 생화학 무기에 얽힌 얘기를 다룬 '최취병기'는 오카무라 텐사이, 온 도시가 대포 쏘는 일에만 매달리는 '대포도시'는 오토모 카츠히로가 각각 감독했다.
그만큼 구성이나 그림 등이 각기 다르다.
세 작품 모두 단순히 애니메이션의 재미를 뛰어넘어 철학적 메시지를 잘 녹여 냈다.
특히 '최취병기'와 '대포도시'의 경우 도조 히데키를 닮은 작업 반장의 얼굴 등을 통해 군국주의에 대한 비판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요즘 지나친 우경화 언행으로 군국주의 부활을 의심받는 일본 아베총리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추억'과 '최취병기'는 클래식부터 팝음악까지 삽입곡 또한 영상과 잘 어울렸다.
그만큼 세 편 모두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작품들이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샤프니스가 떨어지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색감이 잘 살아 있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채널 분리가 잘 돼 있고 소리가 넓게 확산돼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부록은 전혀 없다.
by 블로그 '달콤한 인생' http://wolfpack.tistory.com/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 스크린 샷은 저작권 문제가 걸려 있으니 퍼가지 말아주세요 *
두 번째 에피소드인 '최취병기'는 오카무라 텐사이가 감독했다.
이름모를 약을 먹은 뒤 온 몸에서 풍기는 냄새 때문에 도시가 초토화되는 내용.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감독인 곤 사토시도 각본과 설정 등에 참여했다.
세 번째 에피소드 '대포도시'는 오토모 카츠히로가 직접 감독했다.
세 편의 작품이 이야기나 구성, 그림체가 모두 달라 색다른 재미가 있다.
군국주의에 대한 비판과 생화학무기에 대한 두려움, 기계 문명 앞에 사그러진 인간 정서에 대한 그리움 등이 세 편의 작품에 각기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