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물고기'로 감독 데뷔한 이창동 감독이 두 번째로 만든 '박하사탕'(1999년)은 설경구가 연기한 영호라는 인물이 겪은 20년을 다루고 있다.
1979년부터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1999년까지 현대사의 가장 아픈 부분이 한 인물의 기억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를 위해 각본을 직접 쓴 이 감독은 영호의 죽음부터 과거로 시간을 되짚어 올라가는 플래시백 기법을 사용했다.
시간을 거꾸로 올라가는 방식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 작품에서는 아주 효과적이다.
주인공의 죽음으로 시작해 충격을 주면서 도대체 왜 죽어야만 했는 지 이유를 따져보는 과정이 미스테리 영화처럼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공장 노동자 출신의 순하디 순한 청년이 광주민주화항쟁의 진압군, 서슬퍼런 군사 정권 아래서 공안 경찰을 거치며 변해가는 과정은 그 자체가 인간성 말살의 비극이다.
이를 한 개인의 잘못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역사의 짐이 너무 크고 무겁다.
그만큼 영호의 변화는 사회구조와 제도라는 환경속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는 곧 치유될 수 없는 영호의 상처이자, 같은 시대를 살았던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고 있는 내상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 감독도 속죄하는 심정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형식이나 구성 면에서 이 영화는 대단히 훌륭하다.
무엇보다 우리를 속박하는 현대사의 20년을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인데도 함축적으로 잘 표현했다.
특히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각각의 기억이 옴니버스 영화처럼 전개된다.
즉, 토막난 조각이 하나의 거대한 그림을 이루는 퍼즐처럼 유기적으로 물려 상당히 치밀하고 설득력있게 영호의 죽음을 설명한다.
여기에는 상영시간 130분 내내 영호 그 자체로 산 설경구의 뛰어난 연기도 한 몫 했다.
신인 아닌 신인 설경구는 이 영화로 제 37회 대종상과 제 36회 백상예술대상, 제 29회 영평상에서 신인남우상을 휩쓸었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준수하다.
장면에 따라 디테일이 떨어지는 등 편차는 있지만 채도나 색감 등이 과거 소장 의욕을 떨어뜨리는 DVD에 비하면 월등 좋다.
문제는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
기차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데 소리는 계속 리어에서 흘러 나오는 식으로, 무조건 인위적인 채널 분리를 하다 보니 효과음이 영상과 맞지 않아 자연스럽지 못하다.
부록으로 이 감독과 이동진 기자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오디션 장면 및 아웃테이크, 카를로비바리 영화제 영상 등이 들어 있다.
by 블로그 '달콤한 인생' http://wolfpack.tistory.com/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 스크린 샷은 저작권 문제가 걸려 있으니 퍼가지 말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