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적에 사용했던 IBM 씽크패드 X200.
그때 느꼈던 사용감들을 아직도 잊지 못해요.
진한 향수와 옅은 땀내가 났던
그런 남성적인 아이였더랬죠.
잘 쓰다가 게임이 안된다는 이유로 퇴출했었는데,
그 뒤로 한동안 앓이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똥이 마려울 정도로 속 쓰리네요.
갑자기
레노버가 씽크패드를 가져가서
지들이 멋대로 만들어버렸죠.
참 맘에 안듭니다.
짱깨패드가 왠말인가요.
그래도.
유전자를 타고 났으니 사랑할 수 밖에요.
레노버 엣지 11, E430, E320을 쓰면서
X200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연명하던 중.
아주아주 신박한 키보드를 발견했습니다.

짜잔.
키보드만 뙇 뜯어 놓은 키보드입니다.
레노버에서 만들었는데요.
싱크패드 0B47209라고 합니다.
정말정말 레노버 노트북에서 키보드만 똭 떼어온 비주얼입니다.
빨콩 느낌 참 좋고, 윈도우가 알아서 드라이버를 잡아주네요.
전용 프로그램도 깔립니다.
키감도 퍼펙트합니다.
쫀득쫀득 손가락 끝을 간지럽히는 키감이 예술이에요.
이렇게 하릴 없이 글을 쓰게 만드는 마성을 가진 키감이죠.
제가 이 사용기를, 그것도 별 내용 없이 쓰는 이유도
바로 요 키보드 때문이죠.
네, 지금 요 키보드를 주력으로 계속 쓰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빨콩을 어루 만질 때는 부드럽게,
힘차게 움직여선 안됩니다.
부드럽게 맹글맹글하게 만져줍니다.
굳이 힘 주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곳에 척척 커서를 가져다 줍니다.
빨콩은 미끄러지지 말라고
오돌토돌하게 문양이 세겨져 있습니다.
정말 잘 미끄러지지 않습니다.
마우스 좌우 버튼은 소리소문 없이 눌리구요.
아주 맘에 듭니다.

몇가지 단점도 있죠.
키보드가 너무 힘이 없어요.
무슨 말이냐면, 든든하게 판이 깔려 있다는 느낌이 아니라
키를 빡빡 누르면 눌리는 느낌이 납니다.
얇은 플라스틱으로 제작되서 그런가 봐요.
한가지 더 단점은 레노버에서 만들었다는 겁니다.
IBM이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라나요.
괜한 아쉬움에 뻘소리를 해봅니다.
한가지 더더더 단점은,
비싸다는 것입니다.
존ㅋ비싸요.
짜증나게.
와이프한테 손이 발이 되도록 애걸복걸해서 구입한 키보드랍니다.
자존심 팍팍 구겨가면서요.
IBM이 만들었으면 쉽게 샀을라나요.
여전히 자존심이 살아 있네요.
뭐 어쨌든 저쨌든 전 이 키보드가 맘에 듭니다.
기계식의 찰랑찰랑한 느낌도 좋지만,
뭐 이것도 나쁘지 않네요.
키보드를 교체한다면 블루투스가 되는 것으로 바꾸고 싶어요.
선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불편합니다.
왜 선 있는 거 샀냐구요?
돈이 없어서요.
데헷~*
별점 이유: 레노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