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 NVIDIA의 고성능 AI 칩 100만 개를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2027년까지 매년 50만 개씩 수출하는 이 계획은 단순한 기술 거래를 넘어, 중동 지역에서의 AI 생태계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흐름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번 수출 논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UAE 국영 AI 기업 G42의 존재입니다. 전체 물량의 약 20%는 이 회사에 공급되고, 나머지는 OpenAI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이 UAE 내에서 운영할 데이터 센터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보다 약 4배 많은 수출 규모로, 기술 확산을 제한했던 기존의 수출 규제가 대폭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배경에는 정책 변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정부가 추진했던 'AI 확산 규칙'을 철회하고, 기업 중심의 수출 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큽니다. NVIDIA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이러한 규제 완화를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모든 시선이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일부 미국 의원들은 G42와 중국 기업 간의 기술 협력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AI 칩이 중국으로 간접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미국의 기술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동시에 UAE, 사우디 등 중동 국가들이 막대한 자본력으로 AI 칩을 확보하면서, 미국이 오히려 전략적 의존 관계에 놓일 수 있다는 반론도 존재합니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수출 계약이 아니라, 세계 기술 질서를 둘러싼 긴장과 이해관계를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며 글로벌 AI 확산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동시에, 중동이라는 새 우군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 확장을 시도하는 모습입니다. 앞으로 이 논의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미국 내 기술 규제가 어떤 식으로 재편될지는 AI 시장을 바라보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