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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한국에 전기차 공장 지을 수 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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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0 04:50:49
조회 수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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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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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시각)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 공장을 세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러나 그 전에 베를린 공장과 미국의 두번째 공장을 먼저 완성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게 무슨 얘기냐 하면요. 현재 역량을 쏟아부어야 하는 2개의 신규 공장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다음으로 중국 이외 아시아에 공장 짓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머스크가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라든가, ‘가능성 있다’ 정도가 아니라, “그렇다”라고 명확히 답한 뒤 ‘다만 당장 급한거 해결하고 나서’라는 의사를 꽤 구체적으로 밝혔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중국 말고 아시아에 어떤 곳이 유력할까요? 저는 단연 한국이 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테슬라 뿐 아니라 한국의 전기차 생태계, 전기차를 넘어 한국의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체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봅니다. 결국 시간의 문제일뿐 테슬라가 한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은 예정된 순서라는 것이지요. 물론 테슬라가 글로벌 전기차 선도기업으로 지금의 성장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얘기입니다.


원본보기

로이터연합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이미 언론에서는 유력 후보지로 한국과 일본을 꼽고 있는데요. 그 이유로 한국·일본과의 부품 협력 관계가 이미 공고하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일본의 파나소닉이 미국 배터리 공장을 함께 지었고, 상하이의 배터리 공장은 한국 LG화학이 맡고 있으니까요. 물론 이것도 당연히 의미가 크지요. 최근에 파나소닉과 테슬라의 관계가 그리 좋진 않지만, 일본이 테슬라의 의사결정에 여전히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저는 기존 배터리 업계와의 관계가 다음 공장의 부지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결정적인 이유가 뭐냐고요? 네, 바로 ‘시장’입니다.


이것은 테슬라가 그동안 ‘어디’에 공장을 지어 왔는지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첫번째 전기차 공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습니다. 캘리포니아는 자동차 환경 법규로나 소비자 성향으로나 전기차가 가장 잘 팔리는 곳이지요. 즉 시장이 이미 있고 성장 가능성도 가장 큰 곳이었습니다. 두번째 공장은 중국 상하이에 있지요. 역시 중국의 강력한 전기차 보급정책과 전기차를 사줄 거대한 시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공장을 현재 독일 베를린에 짓고 있습니다. 이곳에 들어간 이유도 유럽의 강력한 전기차 지원 정책과 시장입니다.


그럼 테슬라의 유럽 공장은 왜 독일에 짓고 있을까요? 동유럽이나 남유럽에 지으면 돈이 덜 들텐데 말입니다. 특히 동유럽에는 기존의 자동차부품업체도 많고 한국의 배터리나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대거 진출해 있으니 유리할 수도 있을텐데요.


여기에서 테슬라의 성향이 드러납니다. 그런건 됐고, 전기차 시장을 이끌 것같은 업체가 있는 그 중심으로 쳐들어간다는 겁니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이미 ‘전기차용 통합 플랫폼’을 갖추고 매우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새로 개발해 유럽을 중심으로 대량 보급에 나서고 있습니다. ‘ID.3’라는 전기차인데요. 올해 판매 목표는 10만대이고요. 2025년엔 그룹 전체로 연 300만대의 전기차를 판다는 야심찬 계획이 막 시작됐습니다. 폴크스바겐은 이 통합 플랫폼을 ‘MEB’라 부릅니다. 구글링해보셔도 재미있는 내용이 많이 나올 겁니다. 앞으로 전기차 생태계에 중요한 요소로 떠오를거고요.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전략과도 연결됩니다. 현대차 얘기는 이 글 뒷부분에서 설명하겠습니다.


베를린 공장까지는 확정된 거고요. 테슬라는 4번째 전기차 공장 부지 선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텍사스 오스틴이 유력하다는군요. 이곳에선 내년 출시되는 테슬라 최초의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이 생산될 예정입니다. 오스틴으로 확정된다면 그 이유가 명확하겠죠? 텍사스는 ‘내연기관’ 픽업트럭의 본고장입니다. 머스크는 앞서 말씀드린 트위터 글에서 미국 제2공장을 짓는 이유에 대해서 “북미의 나머지 절반인 동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라고 코멘트를 달았습니다.


즉 머스크는 시장이 큰 곳, 그리고 지금부터 더 크게 성장할 곳, 그리고 무엇보다 그 시장 내부에 이미 강력한 경쟁자가 있는 곳을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강력한 경쟁자가 있는 곳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승부를 보겠다는 것은 현재 짓고 있는 독일 베를린 공장 사례에서 알 수 있죠.


다시 생각해봅니다. 테슬라가 왜 한국에 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높을까요? 네, 시장입니다.

우선 테슬라는 모델3 단 한 차종만으로도 올 상반기 한국에서 약 7000대를 팔았습니다. 상반기 전기차 판매 2위인 현대 코나의 약 4000대, 기아 니로의 약 2000대를 가볍게 따돌렸습니다. 즉 한국의 전기차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단연 1등인겁니다. 물량만 충분했다면 1만대도 가볍게 팔았을 겁니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올해 한국에서만 2만대를 팔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반면에 일본은 도요타 프리우스로 대표되는 하이브리드카의 종주국이라서인지, 하이브리드카 판매규모가 압도적으로 크고요. 해외 브랜드의 전기차 판매는 극히 저조한 상황입니다. 작년의 경우 한해 동안 일본에 수입된 전기차는 고작 1378대밖에 안됐습니다. 이 가운데 90%가 테슬라였다고 하지만 그래봤자 1000대 남짓입니다. 올들어서도 테슬라의 일본 판매량은 인구가 3분의1인 한국보다도 절대량 자체가 훨씬 적습니다. 테슬라 재고가 없어서 못파는 한국과 달리, 일본 현지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일본 소비자들의 테슬라 선호도도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또 시장에 비해 덜 중요하긴 합니다만, 테슬라가 지난 수년간 일본 파나소닉 등과 함께 일하면서 일하는 방식이나 업무 판단 등에서 상당한 충돌과 불협화음이 있었다는 것도 테슬라로서 일본 공장의 매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한국의 경우 노조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으나, 이 부분은 사전에 정부·지자체·사내 조율을 통해 새 판을 짜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고, 또 지금까지 온갖 말도 안되는 난제를 뚫고 살아남은 일론 머스크의 사업수완이 발휘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즉 노조가 무서워서 엄청난 사업기회를 방치할 것이냐, 아니면 또한번 어려운 도전을 할 것이냐는 전적으로 기업가의 능력과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또 테슬라는 해외에 공장을 세운다 해도, 기본적으로 현지인의 내부 채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점도 있고요. 테슬라의 조립라인 자동화가 비약적으로 진전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부품 조달이나 공정을 외주화하는 것도 가능해 보입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합니까. 많은 한국 소비자들이 테슬라를 원하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을 제외하면, 아시아 국가 중 전기차 시장이 현재도 가장 크고 앞으로도 빠르게 커질 가능성이 높은 곳이 한국입니다. 자동차회사에서 이것보다 더 강력한 것은 없습니다. 자동차회사가 어떤 나라에 진출할지를 판단하는 판매대수 기준이 보통 연간 5000대 정도입니다. 즉 한달에 400대만 팔아도 그 시장에 들어갈 가치가 충분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테슬라는 지난 6월 한 달 동안에만 모델3 한 차종을 3000대 가까이 팔았습니다. 이미 테슬라는 한국의 전기차 시장에서 1등입니다. 1등을 유지하려면 커지는 시장에서 판매 볼륨도 함께 커져야 하겠지요.


만약 테슬라가 한국 전기차 시장에서 1등을 유지하고 싶다면, 테슬라가 앞으로 한국시장에서 월 1만대씩 파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만약 월 1만대 이상을 안정적으로 팔 수 있다면 공장 설립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전기차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고, 한국인은 테슬라를 좋아하고, 테슬라에선 매력적인 신차들이 계속 나올테니까요. 저는 모양이 다소 당황스럽게 생겼다고 생각하는 테슬라 사이버트럭에 대해서도 “나오면 꼭 사고 말테야”라고 외치는 한국의 소비자들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이 보았습니다.


그 다음으로 테슬라 공장이 한국에 세워질 수 있는 이유 중의 강력한 한 방은 무엇일까요?

네, 그건 말할 것도 없이 현대자동차 때문입니다. 현대차의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최근에 LG·삼성·SK 등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업계를 주도하는 국내 배터리 3사(LG화학, 삼성 SDI, SK이노베이션)가 속한 그룹의 수장을 차례로 만났는데요. 정 부회장이 3사 수장을 만난 이유 중 하나는 현대차가 내년부터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통합플랫폼(MEB)과 비슷한 개념인 자체 전기차 통합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전기차 확대 전략을 본격화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차는 이 전기차 통합플랫폼을 기반으로 2025년 이후 연간 10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팔아, 테슬라를 잡고 폴크스바겐그룹과 전기차 1위 다툼을 벌인다는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지요. 이미 현대·기아차는 작년에만 세계에 전기차(플러그인 포함)를 약 13만대나 팔았습니다. 작년 전기차 판매 1위인 테슬라도 37만대 정도인 것을 볼 때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지요.


테슬라 입장에서 볼 때는 어떨까요? 현재 짓고 있는 베를린 공장과 유사한 판단이 가능할 겁니다. 한국 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완전히 신뢰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제 산업 전략의 핵심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기업이니까요. 테슬라가 한국 공장 진출을 판단하기 위해 가장 눈여겨 보는 것은 현대차의 전기차 전략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현대차의 전기차 확대 전략은 독일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확대전략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그리고 현대차에는 그 전략을 실행할 힘이 있고, 한국 내부의 산업 생태계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전기차 시장 확대는 지금부터가 시작일 수 있습니다. 현대차가 전기차 생산을 비약적으로 늘릴 경우 이 전기차는 내수에서도 많이 팔아야 합니다. 수출용으로만 만든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요. 즉 현대차가 이렇게 전략을 세운 이상, 한국의 전기차 시장은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까지의 사례를 보면, 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은 현대차의 전략을 알아서 따라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머스크의 성향을 볼 때, 테슬라가 현대자동차가 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는 한국시장에서 정면승부를 걸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기존 자동차 업계의 압도적 1위였던 도요타의 시가총액을 넘어섰습니다. 지금은 미래에 대한 자본시장의 기대 때문에 테슬라 주가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올랐다고 하지만, 결국은 그런 시총에 걸맞는 판매 볼륨이 따라줘야 할 것입니다. 테슬라는 시장이 가장 먼저 큰 캘리포니아에 공장을 지었고, 두번째로 상하이에 지었습니다. 세번째는 유럽의 자동차 지존인 폴크스바겐의 본거지 독일에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폴크스바겐이 독일과 유럽의 전기차 시장에서 나올 수익을 독식하는 것은 테슬라가 무조건 막아야죠. 전기차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선도업체이니까요. 후발주자의 도전을 내버려둔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인 겁니다. 테슬라가 앞으로 연간 100만대, 200만대, 300만대 체제로 가려면, 현대차의 텃밭이자 강력한 수익기반, 그리고 전기차 시장이 지금부터 터질 수 있는 한국 시장을 현대차에 그대로 내줄 수는 없을 겁니다. 이미 테슬라는 한국 전기차 시장의 1등 업체인데 말입니다. 따라서 한국은 테슬라에 있어 매력적인 공장 선택지일 수 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럼 테슬라가 한국에 공장을 짓는다면, 이것은 한국의 경제산업 생태계에 이익이냐에 대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저는 당장은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테슬라를 잘 이용해서 한국의 자동차산업 생태계의 혁신을 더 빠르게 이룰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도 좋은 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부 언론은 ‘테슬라가 한국에 진출하자마자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라 전기차 보조금을 쓸어간다’면서 마치 국익에 해가 간다는 취지의 기사를 쓰기도 합니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요. 상대에게 아무것도 주려 하지 않고 나만, 우리만 잘되려고 한다고 해서,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절대 없습니다. 좀 더 큰 그림을 보고 더 크고 장기적인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테슬라가 한국에 공장을 짓고 한국 시장에서 전기차끼리만이 아니라 전체 시장에서 본격 경쟁을 하게 된다면, 결국은 현대차에도, 한국의 자동차산업 생태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차는 이미 한국시장의 압도적인 지배자이기 때문에, 산업 생태계적으로 모든 면에서 자기혁신을 하기엔 외부에서 받는 자극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를 탓할 일이 아니라 환경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현대차 내부의 문제 뿐 아니라 부품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만약 테슬라가 한국에 공장을 짓고 대량으로 전기차를 생산하게 된다면, 이는 현대차의 전기차 개발전략에도 큰 자극이 될 것이고, 무엇보다 현대차를 정점으로 하는 한국 자동차부품 업계의 수직통합구조에 좋은 쪽으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만약 테슬라가 한국 사정에 정통한 최고의 구매·조달, 공급망관리 전문가를 고용해 제대로 전략을 세운다면, 아마 현대차에도, 한국 부품업계에도, 테슬라에도 모두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장이 아닌 업계 측면에서만 보자면, 핵심은 다른 부분이 아니라 ‘공급망 관리’에 있습니다. 한국에는 제대로 된 리더십과 비전과 지도만 있으면, 세계에서 가장 가성비 좋은 자동차 부품을 공급해줄 기반이 아직 살아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모델3의 차체 부품 중에는 한국 업체가 공급한 것들이 꽤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테슬라의 한국 공장은 시간의 문제일뿐, 테슬라가 전기차를 넘어 자동차 1등을 목표로 하는 큰 목표를 가지는 한, 예정된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그것이 부분 최적화가 아닌 전체 최적화의 측면에서 한국에도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원석 기자 ws-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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