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릿소 이야기
예전엔 소가 가장 든든한 일꾼이었습니다.
논밭을 갈고, 마을을 오가며 짐을 나르던 소는
사람들과 함께 고된 하루를 묵묵히
견뎠습니다.
소는 혼자 일할 때 ‘호릿소’,
둘이 함께 멍에를 메고 일할 땐 ‘겨릿소’라 불렸습니다.
‘겨릿소’란 ‘겨리’를 끄는 소라는 뜻인데,
‘겨리’는 소 두 마리가 함께 끄는
쟁기를 말합니다.
땅을 깊이 갈거나 험한 밭을 일굴 때면
겨릿소가 함께 힘을 모아야 했습니다.
그럴 때면 일에 익숙한 소와
막 배우기 시작한 소를 나란히 멍에에
묶었습니다.
사람들은 경험 많은 소를 ‘안소’,
배우는 소를 ‘마랏소’라 불렀습니다.
마랏소는 안소 곁에서 함께 걸으며
조금씩 일을 배워나갔습니다.
쟁기질할 때면 농부는 회초리를
안소 쪽에 들었습니다.
안소만 제자리를 잘 지키면,
마랏소는 자연스럽게 따라왔기 때문입니다.
그 회초리는 혼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안소를 믿는다는 표시였습니다.
결국 농부의 손에 들린 회초리는
깊은 믿음이었습니다.
배우는 이가 그 빛을 따라 그냥 걷습니다.
어려운 길도 함께 걸으면 두렵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며 마음을 나눌 때
그 마음은 더욱 깊어져 서로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