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덩어리의 대리석이 오랫동안
그 자리에 놓여 있었습니다.
표면은 거칠고 틈이 많아 누구도 손대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매일 같은 시간 찾아오는 한 사람이 있었는데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최고의 미술가인
바로 '미켈란젤로'였습니다.
그는 망치와 끌을 들고
묵묵히 돌의 결을 따라 손을 움직였습니다.
하루의 수고가 헛되게 느껴지는 날도 있었지만
그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보기엔 그저 돌을 깎는 일 같았지만,
그에게 조각은 돌을 깎아내는 일이 아니라,
인내의 시간 이면에 그 안에 숨은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루, 또 하루가 쌓였습니다.
조금씩 돌가루가 흩날리고, 그 안의 형체가
서서히 드러났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거칠던 대리석 속에서
한 사람의 형체가 완전히 드러났습니다.
그는 새로운 것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안에 숨겨져 있던 모습을
찾아낸 것이었습니다.

조각상은 수백 번 수천 번의
망치질을 거친 후에 비로소 세상에 보입니다.
우리의 삶도 조각과 닮았습니다.
불필요한 것을 하나씩 덜어낼 때,
비로소 내 안의 진짜 모습이 드러납니다.
꽃나무가 자기 계절이 오면
굳이 다른 꽃을 흉내 내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가장 빛나는 꽃을 피우듯,
우리도 나 아닌 것을 떼어낼 때
비로소 자기다운 삶을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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