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랫폼 게임이 일반화되면서 PC 게임도 대부분 컨트롤러를 지원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런 컨트롤러는 조이패드와 조이스틱으로 나뉩니다. 조이패드는 일반적으로 손에 쥐고 조작하는, XBOX 컨트롤러가 대표적인 예가 되겠죠.
이런 범용 조이패드와 다른 컨트롤러가 있습니다. 대전액션이나 고전 아케이드 게임을 즐길 때 좀 더 갬성을 살리기에는 조이스틱만한 것도 없을 듯 합니다. 또 요즘엔 대전액션은 스틱 대신 방향키를 버튼으로 만든 ‘히트박스’를 더 많이 쓰는 듯도 합니다.
▲ 보통 조이스틱은 웬만한 UCS급 레고 블록만큼 큰덩치를 자랑합니다
그런데 조이스틱이나 히트박스 모두… 부피가 상당합니다. 히트박스의 경우 작은 제품도 나오긴 합니다만, 조이스틱은 보통 부피가 매우 매우 큰 것이 일반적입니다. 특정 장르를 즐기기에 조이스틱의 부피는 많은 분들이 부담스러울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접근성도 매우 높은 편이죠. 스틱을 쓰려면 자리를 만들어줘야 하니까요.
그래서 모듈형으로 제작해 1개의 공간만 차지하고 어디든 보관이 편하도록 만들어보면 어떨까? 란 생각에 제작해봤습니다. 조이'스틱'과 히트'박스'에서 이름을 따서 스틱박스로 부르면 어떨까합니다. ㅎㅎ
■ 모듈형 디자인
모듈형으로 떼었다 붙였다 해봐야겠다라는 막연한 생각에 시작했지만 정말 막연했습니다 ㅎㅎ
여러 고민을 하면서 그렸다 지웠다 하면서 틀을 잡았습니다. 모듈 결속을 단단히 해줄 베이스를 뚜껑 겸용으로 쓸까 하다가 그러면 닫았을 때 결속력이 떨어질 것 같아서 뚜껑과 베이스를 따로 만들기로 하고 그려갑니다.
윤곽이 어느 정도 나와서 이제 스틱이 고정될 자리를 만들어주고 버튼들이 들어갈 자리를 파다보니 완성된 듯 합니다. ㅎㅎ
■ 출력 및 조립
이제 3D 프린팅… 인고의 시간입니다. 출력하고 수정하고 하다 보니 꼬박 일주일은 출력만 한 듯 합니다. ㅎㅎ
원래 버튼은 기성품 부품을 사용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싼 부품도 개당 900원… 버튼 높이도 너무 높고 슬림형 버튼으로 가면 개당 2,000원이 넘더군요. 그래서 버튼도 출력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사진에 쓰인 축은 중국산 듯보잡 적축인데 테스트용으로만 사용하고 실제 사용한 축은 오테뮤 갈축입니다.
스틱박스에 쓰일 기판이 플스 호환 기판이 메인이라 버튼에 PS 로고도 밖아줬습니다. ㅎㅎ
버튼 출력하면서 배선 작업을 해줍니다. 의외로 힘이 많이 드네요.
스틱은 산와 호환(?) 스틱을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스틱 퀵릴리즈 봉이 스틱의 가격의 몇 배라 좀 놀랐네요. 비싸도 모듈형이라 퀵릴리즈를 안 쓸 수가 없어서 적용했습니다. 확실히 돌려서 결합하는 나사식에 비해 편리함이 비교가 안되는군요. 비싼게 좋습니다. ㅎㅎ
버튼을 출력하고 모듈형 파츠를 출력했습니다. 스틱 자리와 방향키 버튼이 잘 들어가는지 제일 먼저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스틱 자리는 오차범위 내 입니다.
모듈의 핵심인 포고핀 자리도 사이즈가 잘 맞습니다.
사용한 기판은 유/무선이 가능하고 플스, PC, 모바일 모두 지원하는 기판입니다. 배터리는 몇 년 전에 잘못 사서 쟁여둔 부품인데 이번에 써먹게 됐습니다. ㅎㅎ 출력한 모듈형 파츠를 기판에 붙여서 간이 테스트도 진행합니다.
이렇게 앞뒤로 뒤집으면 모듈과 베이스가 포고핀이 접속되는 방식입니다.
1/3 정도 파츠를 출력하고 맞춰 봅니다. 윤곽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최대한 작게 만들려고 했는데 그래도 크기가 좀 큰 듯 합니다.
이런 저런 작업을 하다보니 출력도 끝나서 본격적으로 조립에 들어갑니다. 기판 고정도 잘 되고 USB 단자도 다행히 자리가 맞습니다. 그런데 이너 너트 밖으면서 보니 나사 구멍에 공차를 안줘서 조립에 애를 좀 먹었네요. 이렇게 또 하나 배웁니다. 나사 자리 공차… ㅎㅎ
히트박스일 때와 스틱일 때 자리를 맞춰봅니다. 수정을 몇 번 거쳐서 다행히 잘 맞물립니다.
이제 마감을 해줍니다
요즘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는 철권이지만… 대표 격겜이다보니 철권으로 꾸며주기로 했습니다. 프린트해 놓은 철권 일러스트를 강도를 높이기 위해 코팅해줍니다. 그리고 지옥의 재단…
재단해서 스틱에 붙인 후 느낌은 이렇습니다. 모듈을 뒤집어 연결했을 때 좀 다른 느낌을 주고자 다른 캐릭터를 넣어 줬습니다.
그리고 모듈형 설계만큼 고심한 스틱 수납부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안쪽에 네모 박스를 파서 뚜껑을 달면 되겠거니 했습니다만, 생각해보니 그러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좀 더 직관적인 방법을 고민하다가 바로 빼서 쓰고 넣기도 편한 홀 방식으로 설계를 바꿨습니다. 다행해 생각한대로 나와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출력한 뚜껑입니다. 제 프린터보다 크기가 커서 자르고 결합 가이드를 만들어 붙여주니 나름 짱짱합니다. 이음새를 가리기 위한 시트지를 발라줬습니다. ㅎㅎ
마지막 화룡점정이라 해야 할까요. 높이 조절 받침을 붙여줍니다. 생각보다 짱짱하게 지지해서 나름 만족스럽네요.
■ 완성 및 활용
처음 구상할 때는 최대한 싸게, 그리고 편리하게 만들어 보자 하고 가볍게 생각하고 만들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일이 커져서 이래저래 애로사항이 좀 있었습니다. 이래저래 전기세, 필라멘트 값, 부품값 다 해보니 5만 원 정도 들었을 듯 합니다. 근데 그 중에 퀵릴리즈 스틱 봉이 2만 원이라는거… 그래도 무사히 완성해서 나름 만족하고 있습니다.
만들고나니 다음엔 좀 더 작게 만들 수도 있을 듯 한데… 작업량이 생각보다 많아서 고민됩니다. ㅎㅎ
그래도 처음 만들고자했던 컨셉대로 나온 듯 합니다. ‘하나로 스틱과 히트박스를 오갈 수 있게, 보관이 간편하게’라는 요건은 충족된 것 같습니다. 쓰지 않을 때는 뚜껑을 닫아서 책꽂이나 구석에 밖아 둘 수 있으니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