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체리 MX 스위치의 독점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이를 모방한 체리 MX 호환 가성비 스위치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는데요. 대표적으로 카일, 게이트론, 오테뮤 스위치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윤활, 구조, 스프링 강도, 디자인 변경 등의 커스텀이 더해진 특주축까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키보드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성으로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자석축의 원리와 판도를 뒤엎을 COX CMK87R 키보드의 등장
▲ 게이트론 마그네틱 스위치(자석축)
가장 최근에는 자석축을 사용한 키보드가 점차 대중화되어가는 중인데요. 자석축은 스위치의 슬라이더 하부에 네오디뮴 자석이 고정되어 있고, 스위치를 누른 만큼 자석이 스위치의 바닥을 향해 내려가게 됩니다. 이때 기판에 위치한 홀 센서가 자기장의 변화를 감지해서 키보드의 입력을 판단합니다.
▲ 자석축 래피드 트리거 작동 원리 (좌) / 일반 스위치 작동 원리 (우)
(이미지 출처 : https://wooting.io/)
이런 구동방식은 자기장의 증감 상태를 통해 현재 키를 누르는 중인지, 아니면 떼고 있는 중인지의 액션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고, 자기장의 세기를 정밀하게 측정하면 현재 스위치가 몇 mm까지 눌렸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자석축 키보드는 래피드 트리거 기능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는데요.
래피드 트리거란 키보드의 입력/해제 지점을 0.1mm 단위로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기능으로, 만약 입력/해제 지점을 0.1mm로 설정하면 키보드의 스위치를 0.1mm만 누르더라도 입력이 되고, 반대로 얼마나 깊게 눌렀든 간에 0.1mm만 스위치가 올라가게 되면 입력이 해제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석축의 래피드 트리거 기능을 이용하면 굉장히 촘촘하면서 정밀하고 빠른 반응속도를 보여줄 수 있는데요. FPS나 리듬게임에서 굉장한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면서 게이머들 사이에서 점차 관심을 받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 가성비 게이밍 자석축 키보드 COX CMK87R (앱코)
다만, 기존 자석축 키보드는 가격대가 비쌌기 때문에 대중화되기는 사실상 어려웠는데요. 그런데 드디어 게이밍 기어 회사 앱코에서 게임 체인저가 되어줄 가성비 게이밍 자석축 키보드 COX CMK87R을 출시하면서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출시가는 99,000원이지만 행사를 통해 79,000원의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COX CMK87R은 마그네틱 스위치(자석축)(실시간 79,000원)를 사용했는데요. 폴링레이트 8k, 래피드 트리거 지원으로 빠른 입력 속도가 가능해서 게임에 완전히 최적화되었습니다. 그 밖에 호불호가 적은 87배열 텐키리스 레이아웃, 예쁜 색상, PBT 키캡, 전용 소프트웨어, RGB 조명 설정 등. 부족하지 않은 구성을 보여 주는데, 가격까지 79,000원으로 합리적이어서 어느 하나 흠잡을 만한 요소를 찾을 수 없습니다.
구성품으로는 키보드, 매뉴얼, AS 접수증, 키캡 리무버, 스위치 리무버, 청소용 브러쉬, USB 타입 A to C 케이블로 구성되었는데요. 일반적인 기계식 키보드의 구성품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그중 부채꼴 모양의 브러쉬 퀄리티는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수국에서 영감을 받은 투톤 디자인, PBT 키캡
COX CMK87R 자석축 래피드 트리거 게이밍 키보드는 수국에서 영감을 받은 투톤 디자인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요. 수국이 생각나는 파스텔 톤의 연보라와 하늘색의 투톤 조합으로 디자인이 적당히 화사하고 예쁩니다.
키 배열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형태의 전형적인 87키 텐키리스 키보드여서 오피스와 게이밍 어떤 용도로 사용하더라도 적합하겠습니다.
유선 키보드로 USB 연결 시 사용할 수 있으며, C 타입 연결을 지원합니다. 약간의 홈이 있기 때문에 커스텀 케이블을 사용하려면 먼저 간섭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겠습니다.
(※ 커스텀 케이블 사용 시, 케이블 사양에 따라 래피드 트리거 사용이 불가할 수 있습니다.)
키캡은 PBT 재질의 이중사출 방식으로 각인이 지워지지 않는 반영구적 내구성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PBT 재질의 키캡이라 촉감도 보들보들하니 고급스러운 편입니다. 표면이 반질반질한 ABS 재질의 키캡보다 오염이 잘되지 않는 점도 특징입니다.
키캡의 두께는 약 1.38mm 전후로 두꺼운 편은 아닙니다. 따라서 타건 시 중후한 느낌보다는 도각도각 거리는 타건음이 청명하게 들리는 편이었습니다.
키캡 디자인(높이)은 체리 프로파일이 적용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OEM, SA 등의 높은 키캡보다 딱 적당한 높이를 보여주는 체리 프로파일을 선호하기 때문에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체리 프로파일은 측벽의 높이가 그렇게 높지 않은 만큼 내부에 빈 공간이 작아 소음(울림) 또한 작습니다. 또한 오늘날 가장 일반적인 스텝스컬쳐2 디자인이 적용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키보드 하단에는 5개의 미끄럼 방지 고무패드가 있어 키보드가 잘 밀리지 않았고요.
받침대는 2중으로 되어 있어, 총 3단계로 각도 조절을 할 수 있었습니다. 손목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각도 조절이 유연해서 좋았습니다.
키보드의 하우징은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습니다. 가격 대비 퀄리티를 따져보았을 때 준수한 편이고 색감, 디자인 등 외적인 요소도 만족스러웠습니다.
무게는 생각보다 가벼운 편입니다. 키보드 본체의 무게만 741g으로 측정되었는데, 기계식 키보드 치고는 다소 가벼운 느낌입니다.
게이트론 자석축과 타건감
가성비 게이밍 키보드, COX CMK87R 자석축 래피드 트리거는 게이트론 사의 마그네틱 스위치(자석축)가 들어갔습니다. 스위치를 분리해서 바닥을 보면 중앙부가 뚫려 있는 것이 특징이며, 구멍 안으로 자석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게이트론 마그네틱 스위치(좌) / 일반 기계식 키보드 스위치(우)
또한 자석축의 경우 전기적 접점이 필요 없기 때문에 구리 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스위치를 기판에 고정하기 위한 플라스틱의 핀만 존재합니다.
기판 중앙에 보이는 원형 구조가 홀 센서이고, 양옆의 홀은 스위치 핀이 고정되는 자리입니다. 또한 홀 센서 바로 아래로 RGB 조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일반 기계식 키보드보다 좀 더 심플한 디자인을 보여 줍니다.
게이트론 자석축은 리니어 방식으로 걸림이 없는 기계식 키보드 적축의 키감을 상상하면 됩니다. 게이트론 자석축의 키압은 30g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체리, 오테뮤 등의 적축 보다 오히려 키압이 높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좀 더 정확히는 게이트론 황축 스위치인데 좀 더 가벼운 황축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서걱임이 없고 바닥을 때릴 때 도각 거리는 소음이 나는데, 30g 키압 치고 반발력도 좋아서 구분감 있는 타건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게이트론 황축이 생각났고, 체리 적축과는 거리가 조금 있는 느낌의 리니어 스위치라고 느꼈습니다.
타건감은 개인 취향에 따라 많이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개인적으로 타건에 대한 소감은 호불호 중 극 ‘호’였습니다. 바닥을 때릴 때 나는 도각 거리는 소음이 예쁘게 들려서 매력을 느꼈고, 서걱임 없는 키감과 매우 어울리는 조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키감을 제공한 주요 이유로는 알루미늄 재질의 보강판이 들어갔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알루미늄 보강판 적용으로 타건피치가 높고 정갈하며 단단한 타건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페이스바, 시프트, 엔터, 백스페이스 등의 키는 체리식 스테빌라이저를 적용해서 축의 뒤틀림을 방지하고 일관적인 타건감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스테빌과 철심을 자세히 보면 공장 윤활이 적당히 듬뿍 발려 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덕분에 철심 소리가 나지 않아 부드럽고 거슬리지 않는 타건 소음을 들려주었습니다.
전용 소프트웨어와 래피드 트리거
여태까지 키보드의 스펙, 타건감, 디자인 등을 살펴보았는데 이 정도만 보아도 충분히 제구실을 하는 기계식 키보드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석축의 찐 매력은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키보드를 아주 빠르고 낮게 연타해서 캐릭터를 움직였습니다.
0.1mm 단위로 트리거 설정이 가능한 래피드 트리거 기능으로 특히 FPS 게임 환경에서 엄청나게 정밀한 컨트롤이 가능하게끔 만들어 줍니다. FPS 게임으로 예를 들면 마우스 대신 키보드 이동으로 정교한 에임을 맞추는 상황에서, 래피드 트리거 기능을 사용하면 입력과 해제가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아주 조금씩 정교하게 움직여서 에임을 맞출 수 있게 됩니다.
또한 COX의 전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0.1 ~ 4mm까지 0.1mm 단위로 트리거 설정을 할 수 있는데요. 퀵 트리거를 활성화하면 래피드 트리거 기능이 활성화 상태로 놓이며, 키마다 개별로 설정할 수 있는 게 압권입니다. 누름(트리거, 입력)/놓음(재설정, 입력 해제)을 동시에 설정하거나 개별로 설정해 개인에 맞는 최적의 입력과 입력 해제 값을 커스텀 할 수도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매크로, 키 커스텀, 부가 설정, RGB 조명 설정 등의 다양한 튜닝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었는데요. 수준 높은 소프트웨어 퀄리티와 광범위한 튜닝이 가능하다는 점이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RGB 조명 설정도 정적, 네온, 숨쉬기, 레이더, 자동 리플, 줄무늬라는 큰 카테고리와 해다 카테고리에서 추가로 설정할 수 있는 세부 이펙트를 통해 무수히 많은 효과 설정이 가능했고요.
특히 RGB 효과가 만족스러웠던 점은 투명 스위치에 빛이 고르고 넓게 퍼지게 하는 디퓨저까지 있어서 LED가 상당히 뚜렷하고 화사하게 보인다는 점이었습니다.
맺음말
여기까지 가성비 게이밍 키보드 COX CMK87R 자석축 래피드 트리거 제품을 살펴보았는데요. 79,000원이라는 가격이 아깝지 않은 그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준 훌륭한 제품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타건감 자체도 일반적으로 사용했던 리니어 스위치가 적용된 기계식 키보드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요. 키보드 기능 및 구성, 사용방법, 키캡 등 일반적인 기계식 키보드와의 호환성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점도 이 제품을 추천할 수 있는 이유가 될 것 같았습니다.
특히 자석축의 특성을 이용한 래피드 트리거 기능의 빠르고 정교한 입력은 게이밍 키보드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걸 한 발 더 빨리 실현할 수 있게 만드는 제품은 합리적인 가격대로 출시한 COX CMK87R 키보드로부터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되었습니다. 접점이 없는 자석축 특성상 내구성도 훌륭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키보드라는 점도 추천드릴 수 있는 이유입니다. 여기까지 COX CMK87R 자석축 래피드 트리거 키보드 사용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