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스트랙션 장르가 최근 몇 년 사이 다시 부상하면서 다양한 신작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비교적 이른 단계부터 주목을 받은 작품이 더 큐브, 세이브 어스(THE CUBE, SAVE US)다. 스튜디오 큐브가 넥스트 페스트에서 데모를 공개한 뒤 반응이 빠르게 집계되었고, 플레이 지표 역시 체험판 수준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편에 속했다. 현재의 완성도를 정식 출시 기준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방향성 자체는 꽤 선명하게 드러난 상태다.

이 게임이 가장 독특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익스트랙션 장르에서 당연하게 자리 잡았던 총기 중심 구조를 거의 완전히 비워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경쟁작이 사격과 포지셔닝으로 싸움이 이뤄지는 반면, 더 큐브는 칼·망치·둔기 등 근접 무기를 주축으로 전투를 설계했다. 접근전 특유의 거리 조절, 한 번의 실수가 크게 작용하는 체감, 기동 스킬을 이용한 진입 타이밍 등 기존 익스트랙션에서 보기 어려웠던 리스크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단순한 근접 액션과 달리 “언제 싸울지”가 “어떻게 싸울지”만큼 중요해지는 형태다.
맵 구조 또한 일반적인 축소식 구조와 다르다. 전체 63명이 27개 구역에 배치된 뒤, 시간이 경과할 때마다 특정 지대가 구역 단위로 붕괴한다. 자연스럽게 이동 압박이 생기기 때문에 고정 위치에서 버티는 플레이 자체가 불가능하며, 매 판 이동 루트 선택이 생존률을 결정한다. 설산, 사찰, 도시 폐허 등 이질적인 지형이 섞여 있어 전투 환경에 따른 운영 방식이 크게 달라지는 점도 눈에 띈다. 반복 플레이에서 발생하는 단조로움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익스트랙션 장르의 가장 큰 진입 장벽은 실패 시 모든 자원을 잃는 구조인데, 더 큐브는 이를 위험도 선택 시스템(PVE·일반·경쟁전)으로 완화했다. 장비 로스트 여부와 보상의 수준이 단계별로 나뉘기 때문에 초보자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고, 적응 이후 상위 난이도로 넘어가면 본래의 익스트랙션 특유의 리스크와 보상이 살아난다. 여기에 스탯 투자, 스킬 조합, 무기 강화 같은 RPG 요소가 결합되면서 플레이 스타일의 차별화가 가능하다.
데모 기준으로 보면 템포 조절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한 판이 과하게 길지 않으면서도 후반으로 갈수록 압박감이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구조가 유지되었고, 체험판 단계에서 흔히 나타나는 프레임 드랍·입력 지연 문제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물론 UI나 타격감 등 개선 여지는 남아 있으나, 개발팀이 피드백 기반으로 그래픽·서버 구조·전투 연출을 조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종 버전은 지금보다 완성도가 높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출시 목표는 2026년 1분기로 잡혀 있다.

종합하면 더 큐브, 세이브 어스는 익스트랙션 장르의 규칙을 그대로 복사하기보다 기존 틀에서 비어 있었던 영역—근접 중심 전투, 구역 붕괴식 압박, 위험도 단계 구조—를 실험적으로 묶어낸 작품이다. 데모만으로도 방향성은 충분히 확인되었고, 완성도 역시 초기 빌드 대비 안정적인 수준이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지만, 장르 팬이라면 추후 빌드 업데이트를 계속 지켜볼 만한 가치가 있는 타이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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