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진 날씨 탓에 난방기를 돌리는 날이 많아졌다. 행여 찬바람 들어올까 문 꼭꼭 닫고 난방을 가동하니 금새 훈훈해져 좋다. 하지만 문제는 습도다. 겨울철 적정 실내 습도는 40~50%지만 난방기를 작동하면 20% 미만까지 떨어진다. 건조해진 공기 때문에 피부는 수분이 마르고 목은 컬컬하다. 창문 열고 탁해진 집안 공기를 환기시키고 싶지만 미세먼지에 엄두도 나지 않는다. 오죽하면 올 겨울 날씨를 ‘삼한사온’ 대신 ‘삼한사미(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라고 했을까.
그래서 요즘 각광받고 있는 것이 에어워셔다. 에어워셔는 가습과 공기청정 2개 기능을 동시에 갖춘 투인원시스템이다. 세균 번식이 쉬웠던 기존 가습기와 달리, 에어워셔는 젖은 수건을 널어 습도를 조절하는 것처럼 가습소자 내의 수분이 자연증발하는 방식이어서 훨씬 안전하고 에너지 절감 효과도 뛰어나다. 오염된 실내 공기를 흡입해 디스크 표면에 먼지와 가스를 흡착한 후, 수분을 머금은 공기를 배출하기 때문에 공기정화와 가습을 한번에 할 수 있다.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에서 제공하는 소비형태통계시스템 다나와리서치 조사에서도 에어워셔 인기가 그대로 나타나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간 에어워셔 판매량이 최고를 달리고 있다. 작년 8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에어워셔 판매량을 보면, 10월에 시작된 매기가 12월에 정점을 찍고 2월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올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10월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작년에 비해 판매량이 전반적으로 늘어 10월 전년 동기 대비 28%, 11월에는 34%나 뛰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12월에는 최고 기록 경신도 무난해 보인다.
크기는 5~15평형대 에어워셔가 많이 팔리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1년간 판매된 에어워셔 가운데 53%가 34~50㎡(10~15평형) 면적의 제품인데, 이는 주로 안방이나 거실에서 에어워셔를 사용하는 소비층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8~33㎡(5~10평형) 제품도 전체 에어워셔 판매량의 38%를 차지해 사실상 에어워셔 10대 중 9대가 18~50㎡(5~15평형) 면적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에어워셔 면적에 대해 사용 공간의 130% 정도를 적정한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거실 면적이 19.4㎡인 아파트(99㎡)에서 에어워셔를 사용한다면 거실 면적의 130%에 해당하는 25.2㎡ 면적의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적정 사용면적보다 처리용량이 적으면 정화능력이 떨어져 비효율적일 수 있다.
물탱크는 2.1~4리터 중소형이 주류를 이뤘다. 2.1~4리터 물탱크 에어워셔가 전체 판매량 점유율의 47%로 가장 많이 팔렸으며, 다음은 4.1~6리터(27%), 8.1리터 이상(12%), 6.1~8리터(10%) 순으로 집계됐다. 물탱크 용량이 클수록 연속 가습시간이 길기 때문에 편리하지만, 위생상 자주 물을 갈 수 있는 중소형 물탱크가 오히려 선호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물탱크 용량보다는 내부 청소를 감안해서 물탱크의 구조를 살피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에어워셔의 공기 정화 능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필터다. 따라서 필터 소재가 무엇이고, 어떤 원리로 정화되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다나와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판매된 에어워셔의 77%가 헤파필터와 탈취필터(정화필터)를 모두 장착했다. 정화필터만 장착한 것이 12%였으며, 헤파필터만 장착한 것도 11%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헤파필터가 2.5마이크로미터(PM 2.5) 이하의 미세한 입자를 걸러주는 필터라면, 탈취필터는 악취부터 유기화합물(VOCs)까지 걸러주는 것이 차이다. 최근에 판매되는 에어워셔는 헤파필터와 정화필터를 모두 장착한 비중이 85%를 넘어 공기정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필터도 최고 등급의 필터가 잘 팔리고 있다. 헤파(HEPA)필터 등급은 최대 14까지 있으며, 등급이 높을수록 미세먼지 제거율이 높다. 14, 13등급을 ‘헤파’, 12~10등급은 ‘세미헤파’라고 한다. 보통 H13등급이면 0.3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입자를 99.95%까지 걸러낼 수 있으며, E12는 0.5마이크로미터 입자를 99.5%, E11은 95%까지 여과해 준다
조사 결과, 최근 1년간 판매된 에어워셔의 89%가 H13일 정도로 H13이 가장 많고, E12등급은 10%, E11등급은 1%가 채 되지 않았다. 등급이 낮아도 공기청정기 내부 팬을 통한 공기순환능력이 좋다면 실질적인 제거율을 높일 수 있지만, 필터 등급이 높은 제품을 구입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에어워셔에도 다양한 부가기능이 있는데, 소비자들은 특히 가습기능 중에서도 취침모드(16%), 타이머(16%), 버튼잠금(15%), 물없음알림(14%), 습도 표시(10%) 기능들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침모드는 모터 소음을 최소화해서 쾌적한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해 주는 기능이다. 시간을 설정해서 자동으로 꺼지도록 예약하는 타이머 기능도 소비자들이 에어워셔를 선택의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했다.
또 청정기능과 관련해 소비자들은 탈취, 제균, 미세먼지 제거능력 등을 우선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취기능을 지원하는 에어워셔의 판매 점유율이 14%로 가장 높았으며, 음이온 12%, 제균기능 11% 미세먼지지거기능 10% 순으로 이어졌다. 탈취기능은 암모니아와 같은 유해가스부터 집안의 각종 잡냄새까지 깨끗이 정화해 주는 기능으로 에어워셔마다 탈취필터, 숯탈취필터, 광촉매탈취블랙필터 등이 장착돼 있다.
이외 이오나이저와 미세먼지농도표시 기능도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이오나이저는 고농도 플라즈마 이온이 공기 중 세균, 바이러스와 결합해 유해균은 없애고 수분만 남겨 깨끗하고 건강한 공기를 유지해 준다. 보통은 집먼지 진드기를 없애는 집진 이오나이저와 균을 없애주는 제균 이오나이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