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바꿨으면 좋겠을 마음을 양껏 불러 일으킬 희대의 명곡을 부르는 이거 기획한 나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될 때마다 많은 가정에서 반복되는 풍경이 있다. 바로 에어컨 리모컨을 들고, “올해도 잘 작동할까?”라는 걱정과 함께 버튼을 누르는 모습이다. 흔히 에어컨 사용 기간은 1년 중 고작 2~3개월.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이 때문에 사용한 지 10년이 훌쩍 넘은 제품이라도 막상 돌아가기만 하면 큰 문제 없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에어컨 교체 주기를 평균 10년으로 보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 기간이 지났다고 당장 사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냉방 효율 저하나 잦은 고장 같은 문제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래도 아직 잘 돌아가는데 꼭 바꿔야 할까?"
본격적인 무더위를 앞두고 아직도 고민하는 여러분들을 위해 이번 글을 바친다. 최근 에어컨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게 되면 에어컨 교체에 대한 구미가 당길테니...!
에어컨 언제 사셨나요? 혹시 정속형...?
▲ 인버터 에어컨은 희망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도 저전력으로 계속 운전하기 때문에,
전원을 반복해서 켜고 끄는 정속형 에어컨보다 훨씬 전기 효율이 높다.
물가도 전기요금도 오른 요즘, 에어컨 사용이 망설여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요즘 에어컨, 특히 인버터 방식 제품은 생각보다 전기를 많이 먹지 않는다.
정속형 에어컨은 설정 온도에 도달하면 꺼지고, 온도가 다시 올라가면 ‘풀파워’로 돌아가며 전기를 왕창 쓰는 구조다. 반면 인버터 에어컨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저전력으로 계속 운전해 전기 소모가 훨씬 적다. 특히 밤새 틀어야 하는 여름 밤엔 차이가 확연하다.
중요한 건 내가 쓰는 에어컨이 정속형인지 인버터형인지, 언제 생산된 제품인지다. 2011년 이전에 출시된 에어컨은 대부분 정속형이라 전력 소모가 크다. 특히 2009년 이전 제품은 완전한 정속형일 가능성이 높으니 바꾸는 걸 추천한다.
에어컨도 이제 AI 맞춤형 시대
▲ 최신 에어컨들은 AI 기능을 통해 사용자에게 최적의 냉방 효과를 제공한다.
요즘 에어컨은 단순히 인버터 기술에 그치지 않고 AI를 적극 활용해 더 똑똑하게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LG전자는 2018년형부터 ‘AI 스마트케어’ 기능을 도입해, 햇빛, 습도, 실내외 온도 등을 감지하고 사용자의 생활 패턴에 따라 냉방과 절전 운전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실제 LG전자 실험 결과에 따르면 해당 기능을 적용한 모델은 기존 제품 대비 최대 18.7%의 전력 절감 효과도 입증됐다.
▲ GPT 기반 음성인식으로 말하는 의도를 파악해 적합한 온도로 작동하는 제품도 등장했다.
최신형 에어컨일수록 AI 기반의 사용자 맞춤형 기능은 점점 더 확대 적용되는 추세다. 지난 2023년에 LG전자가 일부 고급형 모델에 추가한 ‘레이더 센서’를 예를 들 수 있다.
이 센서와 AI 기능을 통해 LG전자 에어컨은 사람의 유무와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사용자가 자리를 비우면 에어컨이 스스로 이를 인식하고 절전모드로 자동 전환한다. 그래서 외출할 때 에어컨을 끄는 걸 깜빡하더라도, 기기가 알아서 상황을 판단해 최대 냉방 상태와 비교해 최대 72%까지 전력을 절약할 수 있다.
▲ AI를 활용해 냉방 효율을 높인 제품들이 대거 출시되었다.
삼성전자도 AI 기술을 에어컨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더 똑똑한 냉방 환경 제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5년형 에어컨 전 모델에 ‘AI 쾌적’ 기능을 기본 탑재했다.
이 기능은 사용자의 생활 패턴은 물론, 실내외 온도·습도·날씨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지금 어떤 냉방이 가장 필요한지 스스로 판단한다. 빠른 쿨링이 필요할 땐 ‘하이패스 회오리 냉방’으로 강력하게 작동하고, 쾌적한 상태가 유지될 땐 자동으로 무풍 모드로 전환해 에너지를 절약한다. 말 그대로 AI가 알아서 쾌적함과 절전 사이의 균형을 맞춰주는 냉방 시스템이다.
위생 걱정 덜어주는 '열교환기 자동 세척'
▲ 에어컨은 구조가 복잡해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내부까지 청소하기 힘들다.
에어컨은 구조상 내부에 습기가 쉽게 남아 곰팡이나 세균이 번식하기 딱 좋은 환경이다. 특히 열교환기나 필터 쪽에 곰팡이가 생기면 퀴퀴한 냄새는 물론 호흡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 최신 에어컨은 '자동 청소 건조' 기능을 지원해 별도의 조작 없이도 에어컨 내부를 건조한다.
그래서 등장한 기능이 바로 ‘내부 습기 건조’다. 에어컨을 끈 뒤에도 팬이 일정 시간 더 작동해 내부의 물기를 말려주는 방식이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곰팡이와 냄새 발생을 줄이는 데 분명 도움이 되지만 이것만으로 에어컨 내부를 완벽하게 관리하기엔 한계가 있다. 특히 열교환기나 송풍구 깊숙한 곳까지 청소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일본 트위터에서 난리난 에어컨 냄새 없애는 꿀팁'.
에어컨 내부의 응축수를 증시켜 열교환기 표면에 흡착된 냄새를 지우는 원리다.
지금 쓰고 있는 에어컨에서 퀴퀴한 냄새가 난다면, 이미 열교환기 내부에 냄새 입자가 흡착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땐 창문을 열고 냉방 온도를 18℃ 이하로 설정한 뒤 약 한 시간 정도 강하게 가동해보자. 냉방 중 생긴 응축수가 냄새 성분을 씻어내는 데 도움이 되어 내부를 일종의 ‘물세척’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열교환기에 부착된 먼지 등의 냄새 원인 물질을 동결을 통해 탈착시킨 뒤, 얼음을 녹이며 오염물을 제거한다.
최근 출시된 에어컨은 복잡한 냄새 제거 작업도 버튼 하나면 OK다. 삼성전자는 2020년형 무풍에어컨부터 ‘스마트냉방세척’ 기능을 탑재해, 리모컨만으로 간편하게 에어컨 내부 세척을 자동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핵심 기술인 ‘동결세정’은 열교환기를 급속 냉각해 얼음막을 만들고, 이를 녹이면서 오염물질을 함께 씻어내는 방식이다. 날씨에 관계없이 세척 효과가 일정하고 기존 냉방세정보다 더 강력한 세정력을 제공한다.
LG전자 역시 2022년부터 이와 비슷한 열교환기 세척 기능을 본격 도입했으며, 2021년형 ThinQ 제품의 경우에는 전용 앱을 통해 해당 기능을 원격으로 사용할 수 있다.
툭 열고 쓱 닦고~ 에어컨도 선풍기처럼 쉽게
▲ 최신 에어컨은 제품을 열어 직접 에어컨의 내부 팬을 청소할 수 있다.
최근에는 소비자 스스로 에어컨 내부를 청소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들이 점점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부터 일부 모델에 ‘이지 오픈 패널’을 적용해, 공구나 고정 나사 없이도 간편하게 열 수 있는 구조를 도입했다.
하단 아트패널을 가볍게 누르고 레버만 돌리면 전면 패널이 열리고, 내부는 물에 적신 부드러운 천으로 손쉽게 닦아 관리할 수 있다. 다만 이 기능은 2025년형 삼성 에어컨 중 몇 안되는 고급형 모델에만 적용된다.
LG전자는 2024년형 휘센 뷰 에어컨부터 ‘클린뷰’ 구조를 도입해 기존처럼 나사 20개를 풀지 않아도 나사 하나와 버튼만으로 상단 패널을 쉽게 열 수 있게 개선했다. 덕분에 사용자가 직접 내부까지 청소할 수 있는 실용성이 크게 향상됐다. 참고로 2025년형 LG전자 에어컨은 일부 보급형 모델을 제외하면 모두 클린뷰 기능이 탑재되었다.
극세필터는 기본? 공기청정기까지 품안에
▲ 에어컨을 공기청정기처럼 쓰고 싶다면 인증을 확인하자.
사실 에어컨의 공기청정 기능은 최근에 갑자기 생긴 기술이 아니다. 이미 2000년대 초반 일부 모델에는 전기집진 방식의 공기청정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다. 다만 그 시절에는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지금처럼 크지 않아, 해당 기능이 큰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나 2017년을 전후로 미세먼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주요 제조사들은 공기청정 기능을 본격적으로 에어컨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출시된 제품들은 기존의 극세사 프리필터 외에도 2~4단계의 추가 필터를 장착, PM 2.5는 물론 PM 1.0 수준의 초미세먼지까지 걸러낼 수 있는 수준으로 성능이 진화했다.
▲ 삼성전자의 고급형 제품은 PM 1.0 필터 뿐 아니라 e-HEPA 필터를 탑재한다.
물론 제조사마다 세부 사양은 조금씩 다르지만, 요즘 출시되는 고급형 에어컨은 공기청정기에 준하는 수준의 성능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세먼지 감지 센서, 고성능 필터, 탈취 및 항균 기능까지 탑재돼 냉방은 물론 실내 공기질 관리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고급형 에어컨에는 PM 1.0 필터와 e-HEPA 필터가 적용된다. e-HEPA 필터는 전기 집진 방식으로 초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며, 일반 헤파 필터와 유사한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물세척이 가능하고 반영구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다.
▲ LG전자의 고급형 제품은 필터 클린봇 기능을 탑재한다.
LG전자는 2020년형부터 일부 고급형 모델에 ‘필터 클린봇’ 기능을 도입했다. 이 기능은 극세필터에 쌓이는 먼지를 일주일 단위로 자동으로 청소해주는 시스템으로, 사용자는 6개월에 한 번 먼지통만 비워주면 되기 때문에 필터 관리가 훨씬 간편하다. 덕분에 에어컨을 자주 분해하거나 직접 청소할 필요 없이 위생적인 상태를 손쉽게 유지할 수 있다.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간결한 디자인
▲ 2025년형 최신 에어컨 디자인. (왼쪽) 삼성전자 / (오른쪽) LG전자
에어컨은 보통 거실 한가운데에 자리하기 때문에,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몇 년이고 신경 쓰이며 후회로 남는다. 그래서 요즘 에어컨은 단순히 ‘시원한 가전’을 넘어, 공간을 해치지 않는 ‘인테리어 가전’으로 진화 중이다.
예전처럼 크고 둥글거나 알록달록한 덩어리 디자인은 사라지고, 최근 제품들은 직선적이고 미니멀한 외관을 앞세워 가구, 벽지, 바닥재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고급형 제품 위주였지만, 최근에는 보급형 제품들 또한 전면 토출구가 감춰져 있거나 매끈하게 마감돼 거실 한복판에 둬도 위화감이 없다.
이제 에어컨은 시원하기만 하면 되는 시대가 아니다. 인테리어 완성도를 높이는 세련된 가전으로 활용하고 싶다면 최신 에어컨이 정답이다.
바꾸면 좋은 이유는 생각보다 많다
“옛날에 산 에어컨, 아직 잘 돌아가는데?” 이 말이 틀리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에 에너지 효율은 좋아지고, 관리도 쉬워지고, 작동도 편해지고, 디자인까지 예뻐진 에어컨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에어컨이 진짜 문제 있는 게 아니라, ‘지금의 에어컨’이 너무 많이 좋아진 것뿐이다.
한여름 고장 나서 땀 뻘뻘 흘릴 때 바꾸는 것보다, 미리 한 번쯤 교체를 고민해보는 게 지갑에도, 건강에도, 여름에도 이롭지 않을까.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조은혜 joeun@cowave.kr
(c) 비교하고 잘 사는, 다나와 www.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