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바빌론의 삶을 전례 없이 생생하게 묘사한 3천 년 전 찬가가 인공지능(AI)의 힘으로 되살아났다.
독일 뮌헨 루트비히-막시밀리안 대학교(LMU)의 엔리케 히메네스(Enrique Jiménez)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바그다드 대학교와의 협력, 첨단 AI 기술을 활용해 기원전 1000년경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바빌론 찬가를 완전히 해독하고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출처 : 루트비히-막시밀리안 대학교 홈페이지]
이번 복원 작업은 ‘전자 바빌론 도서관 플랫폼(Electronic Babylonian Library Platform)’이라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행되었다.
이 플랫폼은 설형문자로 새겨진 점토판들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포함하며, 많은 자료가 고대 전설 속 대홍수에서 노아에 의해 구출되었다는 ‘시파르 도서관’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히메네스 교수 연구팀은 아직 적합한 위치를 찾지 못한 설형문자 조각들을 모아 연결하는 알고리즘을 훈련시키고 있고 이 알고리즘은 이미 수백 개의 사본과 수많은 텍스트 간 연관성을 새롭게 발견했다.
[현재 개발중인 바빌로니아 엔진 포털의 스크린샷, 출처 : anetoday.org]
예를 들어, 2022년 11월, AI는 기원전 13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길가메시 서사시의 가장 최근 석판에 속하는 조각을 인식했는데, 이는 서사시의 가장 오래된 버전보다 수천 년 더 오래된 것이다. 히메네스는 사람들이 이렇게 늦은 시기에도 여전히 길가메시를 베끼고 있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번에 복원에 성공한 찬가는 총 250행으로 구성됐으며 여러 사본이 발견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고대 세계에서 상당히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자들은 이 작품이 고대 바빌론의 자긍심을 표현하고자 한 작가에 의해 쓰였으며, 당시 도시의 찬란한 건축물과 유프라테스 강의 비옥한 범람원이 자연에 생명과 풍요를 가져다주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새롭게 발견된 찬가가 적힌 설형문자 점토판, 루트비히-막시밀리안 대학교 홈페이지]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찬가가 단순한 도시 찬양을 넘어, 당시 바빌론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묘사도 인상적으로 찬가에서는 여성들이 신전의 사제이자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여성의 지위를 비교적 직접적으로 다룬 가장 초기 문헌 중 하나로 평가된다.
사회 구조에 대한 서술도 눈에 띄는데 이 찬가에 등장하는 바빌론 시민들은 외지인에게 관대하고 존중을 보이는 열린 태도를 지녔던 것으로 그려진다. 이는 고대 문명이 종종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기존의 이미지와는 대조적이며, 바빌론을 고대 세계의 진정한 국제 도시로 재조명하게 한다.
이번 복원은 단지 고고학적 성과에 그치지 않으며 AI가 고대사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글 / 홍정민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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