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전세계 게임 시장의 화두는 블록체인이었다. 2018년 최초 출시된 크립토 게임 '엑시인피니티', 국내에서는 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 등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활용한 P2E(플레이투언), P&E(플레이&언) 게임이 성과를 거두면서 게임사들이 앞다투어 블록체인 시장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성과를 보여주기도 전에 터진 ‘테라-루나’ 사태와 글로벌 거래소의 문제 등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찬바람이 불어왔고, 콘텐츠의 재미(Play)보다 수익만을 창출하려는 이들(Ern)이 늘어나면서 시장의 기대감도 시들어져만 갔다.
이렇게 차갑게 식었던 블록체인 게임 시장이 최근 들어 ‘스테이블 코인 기반 시스템’의 도입으로 다시 분위기가 바뀌는 중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기본적으로 법정화폐 혹은 특정 자산 등의 가치에 연동된 디지털 자산으로, 특정 자산 등의 가치에 고정되어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설계된 화폐로, 대부분의 ‘스테이블 코인’이 항상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가격 안정성도 높다.
이러한 ‘스테이블 코인’의 특징은 과거 민간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 기반으로 설계되어 게임 내 재화 가치가 급등락하거나, 인플레이션으로 시스템이 붕괴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사들에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미국 상원에서 ‘스테이블 코인’ 규제 법안인 ‘GENIUS 법’이 미국 상원을 통과했고, 하원 표결을 앞두는 등 기축통화인 ‘달러’를 보유한 미국에서 적극적인 도입 의사를 밝히면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게임사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중이다.
현재 게임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도입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게임 외부’에서 이용자 간의 거래나 보상을 처리하는 금융 수단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PvP 랭킹전 보상, 스킨 거래, NFT 캐릭터 구매 등에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하면, 환율 변동 없이 일관된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게임 내부’에서 실제 통화처럼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일례로 게임 내 마켓플레이스에서 아이템을 사고팔거나, 다른 이용자와 자산을 공유할 때 ‘USDC 기반 토큰’을 사용하면, 인게임 머니의 희소성과 가치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최대의 인터넷·금융 그룹인 GMO의 경우 2024년 자체 발행한 일본 엔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GYEN)을 사용한 Web3 게임 플랫폼을 시작했으며, 이 코인은 실제 일본 은행 계좌와 연동되어 게임 내 재화를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현재 베타 테스트를 진행 중인 MMORPG ‘미러 월드’(Mirror World)의 경우 USDC 기반 경제 구조를 통해 P2P 자산 거래, NFT 장비 대여, 랜드 시스템 등에서 거래 안정성과 투명성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위메이드’와 ‘넥써스’가 스테이블 코인에 적극적이다. 위메이드는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 3.0’을 통해 스테이블 코인인 'USDC.e'의 도입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 달러에 고정된 ‘$WEMIX Dollar’를 기반으로 게임 내 보상과 유통을 구조화하여 ‘나이트 크로우 글로벌’, ‘레전드 오브 이미르’ 등의 게임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블록체인 플랫폼 ‘넥써스’도 게임 플레이와 유통 거래를 USDC 기반 ‘스테이블 코인’으로 통합하는 시스템을 구성 중이며, 최근 자체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크로쓰 플랫폼’을 활용해 '로한2'의 글로벌 블록체인 서비스 설계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물론, 스테이블 코인과 게임의 만남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암호화폐의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로 규제를 진행하는 국가도 많으며, 게임사와 이용자 간 수수료 비중과 이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여기에 법정화폐 혹은 특정 자산 등의 가치에 연동된 자산인 만큼 실물 경제의 움직임이 게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코인 해킹이 발생하면 회사 내에서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여기에 게임 밸런스 조정과 외부 경제 시스템의 충돌 등도 우려되며, 아직 성공적인 모델을 기록한 게임이나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둔 게임이 없다는 것도 위험 요소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