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는 만나볼 수는 없지만 2025년 상반기에 유럽 시장에서 출시된 2025년형 르노5는순수 전기동력 소형 승용차로 나왔습니다. 지난 2021년에 콘셉트 카로 먼저 나왔고, 이제는 양산형 전기동력 승용차로 유럽에서 판매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판매되지 않지만, 르노5는 유럽의 최신 소형 전기동력 승용차라는 점에서 유럽의 최신 경향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자료를 찾아 글을 준비했습니다.

최신형 르노5 전기동력 차량은 팝 그린(Pop Green)과 팝 옐로(Pop Yellow)라는 두 가지 색상이 대표 색이며, 모두 다섯가지 색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 초록과 노랑은 르노5가 처음 등장하던 1972년에도 대표적인 색으로 홍보됐다고 합니다.

새로운 르노 5는 전장ⅹ전폭ⅹ전고가 3,920ⅹ1,770ⅹ1,500(mm)이고 휠베이스는 2,540mm입니다. 차체는 B-세그먼트 크기의 패스트백(fastback) 형태의 해치백(hatch back) 구조입니다. 측면 뷰에서 눈에 띄는 건 매우 짧은 앞뒤 오버행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차체 크기에 비해 휠베이스가 상당히 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18인치의 휠과 195/55 R18 타이어를 적용해서 차체 측면 이미지는 매우 건장한 모습입니다. 게다가 휠 아치에는 검은 색의 휠 아치 몰드와 휠 아치를 강조하는 펜더의 디자인까지 더해져 있어서 측면 뷰는 그야말로 건장한 이미지 그 자체입니다. 휠의 디자인도 마치 아날로그 시계 같은 이미지의 ‘크로노 휠’ 디자인입니다.

휠 아치는 둥근 형태이지만, 앞뒤 펜더에 직선 형태의 휠 아치 캐릭터 라인으로 클래식 르노5의 사각형 휠 아치 형태 모티브를 보여줍니다. 또한, 신형에서는 클래식 모델의 사각형 헤드 램프와 C-필러에 길게 디자인된 환기구와 그 아래쪽의 테일 램프를 모티브로 한 디테일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신형 르노 5의 헤드램프는 마치 옆으로 돌려놓은 디귿(ㄷ)의 형태이지만, 렌즈 안쪽에 네 개의 기역(ㄱ) 형태의 연결로 만들어진 사각형 그래픽이 들어가 있고, 범퍼에는 역시 네 개의 ㄱ 으로 사각형을 구성한 주간주행등이 디자인돼 있습니다. 저렇게 만들어진 앞 모습 전체 인상은 어딘가 중세 유럽의 투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디지털 이미지도 풍깁니다.

한편 테일 램프는 클래식 모델의 이미지를 모티브로 하면서도 픽셀을 연상시키는 디테일로 뒷모습도 디지털 감각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테일 게이트를 가로로 지나가는 몰드에는 5 라는 숫자를 새겨 넣었습니다. 사실 이런 그래픽 디자인 부분에서 프랑스의 예술적 감각 같은 요소들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런 요소는 후드에도 있습니다. 후드 윗면에 숫자 5가 새겨진 전기 충전 상태 표시 디스플레이 패널이 설치돼 있습니다. 이 부분은 클래식 르노5의 후드에 뚫려 있던 환기구를 모티브로 만든 장식적 디자인 요소지만, 단순한 장식이 아닌 기능적 요소로서의 표시 패널입니다.

유럽의 차량과 제품의 디자인을 보면 화려한 장식이 있는 게 아님에도 이런 장식적 효과와 기능이 형태로 잘 어우러져 있는 것이 독특합니다. 사실 장식 요소가 분명하지만, 기능을 가져서 거기에 있어야 하는, 그야말로 ‘탐나는’ 장식… 모든 디자이너들이 하고픈 디자인 작업이 바로 이런 방향의 디자인 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형 르노 5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최근의 경향을 반영한 수평형 디자인이면서 두개의 계단처럼 디자인돼 있고, 조수석의 크러시 패드에는 두 줄의 노란색의 재봉선이 아홉 줄 들어간 패딩 재질로 덮여 있습니다. 다분히 촉각적 질감을 중시하는 유럽 감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앙부와 좌우에 각각 배치된 장방형 환기구는 역시 앞모습의 주간주행등 디자인처럼 네 개의 ㄱ 으로 만들어진 사각형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게다가 모든 버튼을 터치로 만들지 않고, 사용 빈도가 높은 기능의 버튼은 물리 버튼으로 만들어서 중앙 환기구 아래에 배치해 놓았습니다.

이런 방식의 인터페이스 설계는 차를 몰기 시작해서 1~2주 정도 지나 버튼의 위치가 익숙해지면 운전 중에는 거의 시선을 버튼 쪽으로 돌리지 않아도 작동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의 터치식은 아무리 익숙해져도 반드시 시선을 돌려서 확인하고, 즉 전방을 주시하지 않는, 한눈파는 행동을 해야만 조작할 수 있습니다. 거듭 생각해봐도 터치 인터페이스는 자동차에는 정말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르노5 전기차는 소형 승용차이므로 그에 맞는 1열과 2열의 좌석 실내 공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6:4분할의 3인용 2열 좌석 이후의 적재 공간도 넓지는 않아도 차량의 크기에 합당한 정도로 보입니다.

좌석에 쓰인 직물은 100% 재활용 생수병으로 만든 직물이라고 하며, 도어 트림 등 실내에서 직물이 들어가는 부품에 모두 그 직물이 쓰인다고 합니다. 게다가 인공지능 앱 챗GPT를 탑재한 스마트 애플리케이션이 들어 있어서 운전자를 돕는 다양한 기능이 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21세기의 자동차의 모습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운전자에게 안전한 운전을 위한 조언도 해준다고 합니다. 물론 그것이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모습인 것이 틀림없습니다.
2025년형 르노5 전기동력 차량은 디지털 감각의 디자인을 보여주지만, 시트 재질을 100% 재활용 소재로 쓰는 등 오늘날의 관심사를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고, 여기에 프랑스 차량들 특유의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디자인과 직관성을 중시한 실내 디자인 등이 주목됩니다.
최근의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이제 승용차는 거의 중형 이상이 주류가 돼 버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형에서 준대형급으로 편중이 된 건 어쩌면 갖고 싶은 소형 차가 없어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앞으로는 실용적이면서 좀 더 감각적 디자인의 전기동력 소형 승용차가 지금보다는 더 많아지고 사람들에게 호응 받기를 기대해 봅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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