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여름,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움직임이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정치·산업·문화 전반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패권 경쟁과 창작 윤리, 저널리즘 생태계와 서비스 산업까지 AI는 전방위로 침투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7월 상하이 세계 AI 회의(WAIC)에서 국제 협력 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미국 중심의 기술 규범에 맞선 'AI 글로벌 거버넌스' 구상이다. “기술 독점을 해소하고 개발도상국도 함께 가야 한다”는 메시지는 단순한 선언을 넘어선 외교 전략이다. 이에 맞서 미국은 자국 내 생성형 AI 산업 생태계를 중심으로 글로벌 AI 프레임을 선도하려는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화웨이의 발표는 이 같은 흐름을 기술적 기반에서 뒷받침한다. 그들은 엔비디아와 맞먹는 고성능 AI 슈퍼컴 ‘CloudMatrix 384’를 내놓았다. 이는 수백 개의 자체 칩을 결합한 초대형 연산 플랫폼으로, 중국의 AI 독립 전략을 구체화하는 핵심 전력으로 떠오른다.
한편, 기술의 영향은 콘텐츠 유통 생태계 전반에도 예외 없이 미치고 있다. 유럽 언론사들은 구글의 AI 요약 기능 ‘AI Overviews’로 인해 검색 유입이 80% 가까이 줄었다고 주장하며 EU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요약 콘텐츠가 검색 상단을 차지하면서, 독자가 원본 기사 클릭 없이 정보를 얻는 ‘제로 클릭’ 현상이 보편화됐다는 것이다. 언론은 알고리즘에 종속된 수익 모델을 근본부터 재고해야 하는 현실과 마주했다.
서비스 영역에서도 AI는 기존 방식의 대체재가 되고 있다. 스페인 가스 유통업체 Nedgia는 IBM과 손잡고 AI 상담 도구를 도입했다. 고객은 대기 없이 문제 해결이 가능하고, 기업은 상담원 비용을 줄이며 응대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AI는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일자리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가장 논쟁적인 영역은 ‘창작’이다. 인도 제작사 Eros Media는 2013년 개봉한 로맨스 영화 ‘Raanjhanaa’의 결말을 AI로 바꿨다. 비극을 해피 엔딩으로 전환한 리버전은 재개봉 예정인데, 감독의 동의 없이 시나리오를 수정했다는 점에서 윤리적 논란을 낳고 있다. AI는 기존 저작권의 개념과 예술 표현의 주체성을 근본부터 흔들고 있는 것이다.
AI는 지금, 정보와 권력, 감성의 경계를 다시 쓰고 있다. 세계는 기술 주도권을 쥐기 위한 힘겨루기를 본격화했고, 인간 중심 질서에 대한 새로운 질문들이 쏟아진다. 기술은 이미 도입 단계를 넘어 세계관을 재편하고 있다. 이 거대한 전환기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글 / 한만수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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