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그룹에 속한 오펠이 IAA 2025에서 공개한 순수 전기 코르사 GSE 비전 그란 투리스모. 스텔란티스는 그러나 2030년 유럽내 모든 신차를 전동화로 전환하는 계획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오펠)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닷지, 피아트, 크라이슬러 등 다수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스텔란티스(Stellantis)가 오는 2030년 유럽 내 전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데어 포워드 2030(Dare Forward 2030)’ 프로젝트를 철회했다.
스텔란티스는 지난 2022년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에 연간 50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고 유럽에서는 100% 전기차 라인업 구축, 북미 시장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전기차로 채우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불과 3년 만에 전동화 전환 프로젝트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전기차 속도 조절’ 흐름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스텔란티스는 그 동안 전기 지프, 전기 닷지 차저, 전기 픽업 램 등을 선보이며 전동화 전환에 박차를 가했다. 베스트셀링 헤미(Hemi) V8 엔진을 단종시키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전기 픽업 ‘램 1500 REV’ 출시 지연, 전동화 트럭과 대형 EV 신차의 개발 차질 그리고 카를로스 타바레스(Carlos Tavares) CEO 퇴임 이후 속도가 크게 둔화됐다.
유럽 총괄 장 필리프 임파라토(Jean-Philippe Imparato) 사장은 “EU의 탄소배출 규제가 사실상 달성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유럽 내 전기차 판매를 지금의 두 배 이상 끌어올리지 못하면 내연기관 공장 축소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배터리 원가 부담, 충전 인프라 확충 지연,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 등 복합적 난관이 겹치며 전동화 목표를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기 어렵게 된 현실을 반영한다.
스텔란티스의 후퇴는 자동차 업계 전반의 흐름과도 맞물린다. 볼보(Volvo)는 이미 지난해 ‘2030 전기차 전환’ 목표를 철회했으며 메르세데스 벤츠, GM, 폭스바겐 그룹 역시 내연기관 투자 확대와 전기차 목표 축소로 방향을 선회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으로 보였던 내연기관차가 다시 글로벌 제조사 전략의 중심 무대로 복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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