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가 친환경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그린슈머’의 부상과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가능 경영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버려지는 자원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순환경제 실현을 위해 재고 의류와 폐원단, 레저 소재 등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프로젝트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전국 폐기물 발생량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폐의류 발생량은 11만938톤으로 2019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생활폐기물로 분리배출된 수치만 집계된 만큼 실제 발생량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패션 기업들은 리사이클링과 업사이클링을 아우르는 ‘리본(Re-Born)’ 전략을 강화하며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올리비아로렌X도산아틀리에, ‘리블루밍 컬렉션’ 출시

OVLR의 여성복 브랜드 올리비아로렌은 커스텀 레이블 도산아틀리에와 협업해 폐원단과 재고 의류를 활용한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리블루밍(Re:Blooming)’을 주제로 기획된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 시즌 재고와 버려진 원단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아름다움을 꽃피우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올리비아로렌X도산아틀리에 ‘Re:Blooming(리블루밍)’ 컬렉션 화보

컬렉션은 가디건, 블루종 점퍼, 트렌치코트, 트위드 재킷 등 간절기 아우터로 구성됐다. 올리비아로렌의 페미닌한 감성에 플라워 모티프와 배색 스티치, 와펜 등의 디테일을 더해 세련된 무드를 완성했다. 이번 제품은 올리비아로렌 공식 온라인몰과 도산아틀리에 홈페이지에서 한정 수량으로 판매되며, 캠페인 메시지와 스타일링 팁은 SNS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LF 헤지스, 재고 티셔츠로 만든 ‘키링 의류’ 화제

LF의 대표 브랜드 헤지스는 지난 6월 편집숍 코지모지와 협업해 재고 피케 티셔츠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키링 의류를 공개했다. 오염, 훼손, 변색 등으로 정상 판매가 어려운 피케 티셔츠 수백 장을 해체·재구성해 강아지 키링 전용 ‘탱크탑’과 ‘호박 팬츠’ 형태의 미니 의류로 제작했다.

헤지스X코지모지 키링 의류

스토리텔링 요소도 돋보인다. 강아지 캐릭터 ‘샐리’가 버려질 뻔한 티셔츠를 직접 리폼해 입는 콘셉트를 더한 ‘샐리의 수선실’ 패키지는 키링과 업사이클링 의류 세트로 한정 출시돼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빈폴액세서리X오버랩, 레저 소재 재탄생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액세서리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오버랩과 협업해 수명이 다한 패러글라이더와 요트 돛, 글램핑 텐트 등을 활용한 아이템을 선보였다.

빈폴액세서리 X 오버랩 협업 상품 화보

제품군은 백팩, 사코슈, 모자, 우양산, 판초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패러글라이더 나일론 더블 립스탑 원단을 사용해 경량성과 내구성이 뛰어나며, 생활 방수 기능까지 갖췄다. 지퍼 손잡이를 패러글라이더 산줄로 제작하는 등 디테일에도 차별성을 더했다.

파타고니아, 100% 리사이클 원단 ‘블랙 홀 컬렉션’

글로벌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코리아는 지난 8월 ‘블랙 홀 컬렉션’을 출시했다. 대표 제품인 블랙 홀 더플을 비롯해 토트, MLC, 큐브 등으로 구성된 이번 라인업은 주 원단과 안감, 웨빙까지 모두 100%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립스탑 원단으로 제작됐다.

파타고니아 '블랙 홀 컬렉션(Black Hole Collection)'

산업용 폐기물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TPU 필름으로 마감 처리해 눈, 비, 흙먼지에도 강한 내구성을 갖췄으며, 40L부터 70L까지 다양한 용량의 더플백은 여행과 출장에 적합하다.

패션업계의 이 같은 시도는 단순히 친환경을 넘어 브랜드 가치와 소비자 경험을 새롭게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업사이클링과 리사이클링을 통해 지속가능한 패션을 구현하려는 ‘리본 전략’은 앞으로 업계 전반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준문 기자/jun@newst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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