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추석 연휴는 주말과 대체휴일까지 이어지며 7일간의 긴 황금연휴가 펼쳐진다. 여행이나 귀성 대신 문화 나들이를 계획하는 이들에게 이번 연휴는 특별한 예술 체험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국내 곳곳에서는 세계적인 현대미술부터 가족 참여형 체험 전시까지 풍성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한가위의 의미를 새롭게 채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 변화와 생태 위기를 예술로 풀다

로랑 그라소 개인전 미래의 기억들(Memories of the Future) 전시 포스터, 헤레디움 제공

프랑스 작가 로랑 그라소의 개인전 ‘미래의 기억들(Memories of the Future)’이 대전 헤레디움에서 내년 2월 22일까지 열린다. 전시장에는 조각, 네온, 회화, 대형 LED 영상 등 20여 점의 작품이 선보이며 기후 변화와 생태 위기를 예술적 상상력으로 해석한다. 대표작 〈오키드 섬〉은 대만 란위섬의 풍경 위에 검은 사각형을 더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기후 위기의 긴장감을 시각화했다. 전시는 해답보다 질문을 던지며 관람객이 스스로 사유를 확장하도록 유도한다. 1922년 세워진 동양척식주식회사를 복원한 헤레디움은 그 자체로 문화유산이자 예술적 공간으로 의미를 더한다.

로랑 그라소 개인전 미래의 기억들(Memories of the Future) 전시 전경 (제공 헤레디움)

부산 다대포, 바닷가가 예술의 무대

'2025 바다미술제' 전시 포스터

부산광역시와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오는 9월 27일부터 11월 2일까지 ‘2025 바다미술제’를 개최한다. 올해 주제는 ‘언더커런츠(Undercurrents): 물 위를 걷는 물결들’로, 수면 아래의 흐름과 생태적 리듬을 조명하며 공존과 생존의 의미를 탐색한다. 다대포해수욕장과 고우니 생태길, 몰운대 해안산책로뿐 아니라 옛 다대소각장과 옛 몰운커피숍 등 유휴 공간도 전시장으로 변신한다. 국내외 17개국 38명의 작가가 참여하며 전시는 무료로 개방된다. 시민 참여형 워크숍과 퍼포먼스 등 부대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마련돼 바닷가 전체가 거대한 예술 무대로 확장된다.

상상력과 창의성을 깨우는 ‘에르베 튈레 전’

에르베 튈레 전(展) 색색깔깔 뮤지엄 전시 포스터

서울 북서울꿈의숲 상상톡톡미술관에서는 프랑스 출신 그림책 작가이자 창의 예술가 에르베 튈레의 전시 ‘색색깔깔 뮤지엄’이 12월 14일까지 열린다. 전시는 작가의 대표적 시각 언어인 선, 동그라미, 낙서, 얼룩 등을 활용한 회화, 오브제, 영상 등 13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관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이 마련돼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인기가 높을 전망이다. 그림과 소리를 결합한 공감각적 체험과 창의적 워크숍을 통해 아이들과 어른 모두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시다.

사회적 추상화의 거장, 마크 브래드포드 첫 한국 개인전

레픽 아나돌 대지의 메아리 살아있는 아카이브 전시 포스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신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의 개인전 ‘Mark Bradford: Keep Walking’을 2026년 1월 25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열리며 작가의 20여 년 작업 세계를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다. 거리에서 수집한 전단지와 신문지를 겹겹이 쌓고 긁어내는 방식으로 완성된 대형 추상 회화는 인종, 계층, 도시 공간 문제를 담아내며 ‘사회적 추상화’라는 독자적 미학을 보여준다. 관람객이 직접 작품 위를 거닐 수 있는 설치작 〈떠오르다〉, 신작 시리즈 〈폭풍이 몰려온다〉 등도 공개된다.

이번 추석 연휴, 귀성길에 잠시 들러보거나 도심 속 전시장을 찾는 문화 나들이는 한가위의 풍성한 의미를 예술로 확장시키는 경험이 될 것이다.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과 창의적 체험 전시가 마련된 국내 곳곳의 전시는 7일간의 황금연휴를 더욱 특별하게 빛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준문 기자/jun@newst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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