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엘라배마 공장 조립 라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에 부과하는 수입 관세를 'Assembled in USA'를 기준으로 적용하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에서 최종 조립되는 차량에 대한 관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자국 내 생산을 확대하는 자동차 제조업체에 세제 환급과 관세 혜택을 제공해 미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오하이오주 공화당 상원의원 버니 모레노는 “미국 내에서 차량을 조립하는 기업은 보상받게 될 것”이라며 “포드, 도요타, 혼다, 테슬라, GM 등 국내 부품 비율이 높은 상위 제조사들은 관세 면제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계획에 미국 내 조립 차량에 대한 3.75% 세금 환급 유지 및 5년 연장, 엔진 생산에 대한 추가 환급 혜택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부품 원산지나 구성비율과 상관없이 부품이 어디서 왔든 간에 'Made in USA'가 아니라 'Assembled in USA'인 차량이면 관세 인하 또는 세제 환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현지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정책은 이미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과의 무역 합의는 유지하면서도, 멕시코와 캐나다 등 북미 파트너 국가에는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복잡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 멕시코산 자동차 부품의 관세 부담이 크게 증가했고 GM과 포드, 스텔란티스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올해에만 수십억 달러 규모의 비용 증가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트럼프의 구상은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 제조사의 부담을 우선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테슬라와 도요타, 혼다 등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높은 제조사들도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자국 내 최종 조립 비율을 높이는 제조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기조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해 멕시코, 캐나다 등에서 주요 부품을 공급받아 완성차를 조립·수출하는 기업에는 역차별적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와 기아의 북미 공장은 이미 현지 생산 비율을 높이고 있으나 여전히 배터리 셀·반도체·전자제어장치 등 핵심 부품의 상당 부분을 한국에서 공급받고 있어 관세 부담이 더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 미국 내 제조업 경쟁력 회복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의 효율성과 균형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전기차와 배터리,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는 국가 간 기술 협력에 기반하고 있어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강화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결정은 “미국 내 생산 유도”라는 정치적 명분 아래 추진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글로벌 자동차 생태계의 불안정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자동차 업계는 관세와 공급망 리스크가 확대되는 만큼, 현지화율 강화와 함께 통상 리스크 관리 전략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