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반얀트리가 싱가포르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호텔.

싱가포르와 반얀트리의 방향성
도시는 자연을 갈망한다. 회백색 삶에 이따금 푸르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무 몇 그루 심어진 가로수길, 건물 틈 사이의 작은 공원, 분주한 거리 옆으로 드리운 녹지 공간은 무채색 도시의 결핍을 보완한다. 도시와 녹지의 조화로움은 단순한 풍경의 문제를 넘어, 인류가 지속 가능한 삶을 꿈꿀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도시의 이상향이 됐다.

싱가포르는 이러한 도시의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 1970년대부터 부단히 노력해 왔다. 도시 개발과 공원 조성사업을 동시에 진행해 1997년에 들어서는 국가 녹지율이 무려 46%에 이르렀다. 현재 싱가포르에는 350개가 넘는 공원이 조성됐다. 이 모든 공원을 하나로 연결하는 ‘파크 커넥터 네트워크(Park Connector Network)’ 사업부터 건축물 그 자체를 녹화하는 ‘스카이라이즈 그리너리(Skyrise Greenery)’ 사업까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 와중, 싱가포르의 ‘만다이 야생 보호구역’ 안에 반얀트리 호텔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우거진 열대우림에 들어선 럭셔리 리조트. 도심 개발과 생태 보존, 싱가포르가 그려 온 정원 속 도시의 이상향을 가장 압축적으로 구현한 공간이다.

‘만다이 레인포레스트 리조트 바이 반얀트리’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반얀 그룹이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호텔이다. ‘싱가포르 동물원, 나이트 사파리, 리버 원더스, 버드 파라다이스, 레인포레스트 와일드’ 등 동식물에 관련된 어트랙션을 품은 ‘만다이 야생 보호구역(Mandai Wildlife Reserve)’ 내 위치한다. 아무래도 동물 보호와 전시, 생태 보존과 소비가 뒤엉켜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호텔에서 내세우는 콘셉트인 ‘바이오필리아(Biophilia,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에 대한 철학이 다소 역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바로 이 모순 속에 싱가포르와 반얀트리가 추구하는 조화의 방향성이 녹아 있다.

인간과 자연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사실 반얀트리라는 브랜드의 시작은 ‘럭셔리 호스피탈리티’보다 ‘자연 회복’의 프로젝트에 가까웠다. 주석 채굴로 황폐해진 태국 푸껫의 광산 부지를 매입해, 무려 7,000그루에 달하는 나무를 심어 식생을 복원한 끝에 지은 풀빌라가 바로 최초의 반얀트리이기 때문이다. 반얀트리는 그 이후 언제나 자연을 배경으로 소비하는 리조트가 아니라, 투숙과 자연의 유기적인 관계성을 내세우는 브랜드였다.

반얀트리의 지속가능성
만다이 레인포레스트 리조트 바이 반얀트리는 총 4만6,000m2에 달하는 대규모 부지에 338개의 객실을 갖췄다. 5층 높이인 리조트 본관의 양 끝쪽에는 총 24채의 트리 하우스가 자리하는데, 객실마다 전용 테라스를 갖췄으며 씨앗 껍질을 모티브 삼은 외관이 특징이다. 과거 이곳의 부지는 만다이 야생 동물 보호구역 내 동물 병원과 묘목장으로 사용되던 공간이었다. 기존 공간을 허물고 새롭게 건축한 리조트의 모든 건물은 그 어떤 곳도 자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부지 내에 있는 고목을 보존하기 위해 리조트의 통로를 불규칙한 곡선으로 디자인했다. 그렇다고 모든 나무를 살린 것은 아니다. 이미 성장한 나무들을 위주로 가능한 최대로 보존해냈고, 벌채된 나무 1그루당 1.5그루의 나무를 새롭게 심는 방식으로 숲을 150% 복원했다. 리조트 입구에 들어서면 한쪽에는 우산처럼 펼쳐진 12m 높이의 ‘레인트리’가, 다른 한쪽에는 ‘인디언 비치 나무’가 투숙객을 반긴다. 리조트를 개발하며 두 나무의 위치를 그대로 보존했기 때문에, 자연의 세월과 긴밀히 얽혀 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입구로부터 여전히 외부로 이어지는 로비에는 업사이클 목재로 제작된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다.

리조트 건축물의 높이는 숲의 수목 평균 높이인 21m에 맞췄다. 숲의 시선에서 숲을 누리기 위함이다. 나무줄기에서 가지가 뻗어 나가는 듯한 분기형 구조로 건축물을 설계해 자연경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것도 특징이다. 공사를 하며 버려지는 크고 작은 나뭇가지들은 건물의 외벽에 붙여 숲의 질감을 연속적으로 구현했으며, 나무줄기는 펄프로 재활용해 트리 하우스의 외벽 마감재와 리셉션 데스크로 재사용했다.
또 한 가지 특이점으로는 토착 야생 동물의 자유로운 이동을 고려해 건축물을 땅에서 띄워 지었다는 점이다. 야생 동물들의 시각적 영향을 줄이기 위한 저조도 야간 조명 설계, 식생 및 조경 환경 구축,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한 저반사 유리 등 다양한 기술력을 동원해 서식지 보호에 신경을 썼다.

각 객실과 스위트에서는 열대우림, 정원, 저수지의 다양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객실 내부에는 열대우림의 생태 구조(바닥층, 하층식생층, 수관층, 최상층)를 반영한 예술 작품과 토종 동물들의 석판화가 전시되어 있다. 객실은 자연 환기가 가능하도록 창문을 완전히 개폐할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중앙통제식인 실내 온도는 열대우림의 서늘한 대기 온도와 유사하게 유지된다.
각 객실에는 투숙하며 발생한 에너지 수치를 표시해 주는 디스플레이와 정수기가 설치되어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 대신 재사용 가능한 텀블러를 사용하면 된다. 이외에도 리조트 자체적으로 태양광 패널은 물론이고, 빗물을 수집해 화장실 물로 재사용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반얀트리는 만다이 야생 보호구역의 자연을 단순히 배경이 아니라, 투숙의 일부로 설계한 덕분에 ‘그린 마크 플래티넘 초저에너지(Green Mark Platinum Super Low Energy)’ 인증을 받았다. 이 인증은 싱가포르 건설청(BCA)의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 중 최고 등급인데, 만다이 레인포레스트 리조트 바이 반얀트리가 싱가포르 호텔 중에는 최초로 인증을 받았다.

‘지속가능성’은 럭셔리 호스피탈리티 브랜드가 내세우는 마케팅 언어인 동시에, 여행이 분명하게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여행은 본질적으로 환경을 소비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인정하면 지속가능한 여행에 대한 질문은 단순해진다.
그렇다면 그 소비를 얼마만큼 덜 해롭고, 어떻게 의미 있게 만들 것인가. 세상에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 중 완전한 자연은 이제 희박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불완전함을 직시하고, 그 위에서 새로운 균형을 고민하는 것. 반얀트리가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이 공간을 단순히 ‘지속가능성 콘셉트 리조트’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싱가포르 도심과 열대우림의 이상을 호텔이라는 형식으로 새롭게 구현한 반얀트리가 여행자에게 제시한다. 사람과 자연, 우리는 이렇게 함께 여행할 수 있다고.
*강화송 기자의 호소문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강화송 기자의 휴식 호소문. 어떻게 하면 호텔에서 좀 더 뒹굴 수 있을까. 기자 생활 내내 고민 끝에 찾은 단 하나의 돌파구. 1년 365일 쉬고 싶은 그가 선택한 세계 곳곳의 호텔 소개문.
글·사진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Mandai Rainforest Resort by Banyan 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