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곳의 장소로 본 캐나다 위니펙의 숨겨진 매력.

01 EXCHANGE DISTRICT
위니펙의 심장, 익스체인지 디스트릭트
위니펙의 별명은 ‘캐나다의 심장부’. 캐나다 정중앙에 자리한 지리적 특징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심장 속에 또 다른 심장이 있으니, 바로 익스체인지 디스트릭트다. 도시 정체성을 상징하는 핵심 공간으로, 한때는 곡물 무역으로 캐나다 서부에서 가장 붐비던 상업 중심지였다.

1880년대부터 1913년 사이, 위니펙이 ‘서부의 시카고’라 불리던 시절의 얘기다. 당시 세워졌던 약 150여 채의 붉은 벽돌 창고와 금융 및 상업 건물 가운데 상당수가 지금도 20개 블록에 걸쳐 이어진다. 그중 일부는 현재 카페, 갤러리, 레스토랑 등으로 탈바꿈해 예술가와 여행자를 끌어들이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곳에선 역사와 현재가 따로 흐르지 않는다. 오후 햇살이 건물의 파사드를 금빛으로 물들이고, 오래된 간판은 여전히 거리 모퉁이에서 세월을 증언한다. 몇 블록만 걸어도 과거와 현재가 한 장의 사진처럼 겹쳐 보인다.
02 THE LEAF
자연의 시간이 압축된, 더 리프
수증기로 가득한 공기, 우거진 바나나 잎. 올리브 나무 사이로는 상쾌한 향기가 스며든다. 들어서자마자 지구의 시간을 압축해 경험하는 기분. 아시니보인 파크 한가운데 자리한 더 리프의 첫인상이다.

2022년에 문을 연 이 식물원은 캐나다 최초의 대형 기후 돔으로, 거대한 유리 구조물 안에 열대우림과 지중해, 대초원, 나비 정원까지 네 개의 기후대가 살아 숨 쉰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공기가 변하고, 대륙이 바뀐다.


투명한 천장을 뚫고 들어온 햇살은 식물의 잎맥 위를 반짝이며 또 다른 세계의 색을 완성한다. 마치 싱가포르의 가든스 바이 더 베이를 연상시키지만, 여긴 캐나다 대지 위에서 구현된 ‘독창적인 자연의 축소판’이다. 위니펙에서 지구의 다양한 생태를 가장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공간.
03 ASSINIBOINE PARK ZOO
북극곰을 눈앞에서, 아시니보인 파크 동물원
두꺼운 유리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북극의 거인과 눈을 맞췄다. 수많은 이들이 아시니보인 파크 서쪽 끝에 있는 이 시립 동물원을 찾는 이유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북극 생태 전시 ‘저니 투 처칠(Journey to Churchill)’은 북극곰이 유영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관찰할 수 있는, 동물원 내 인기 명소다. 유리 너머 하얗고 거대한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면 머리 위로 얼음빛 물결이 출렁인다. 한쪽에선 물범이 장난스레 회전하고, 순록과 흰눈부엉이가 재현된 서식지 안을 나란히 채운다. 차가운 바람이 스며드는 듯한 착각과 잠시 북극권 어딘가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교차한다. 기후와 생태, 그리고 보존과 공존을 동시에 보여 주는 ‘살아 있는 다큐멘터리’ 같은 곳.

두꺼운 유리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북극의 거인과 눈을 맞췄다. 수많은 이들이 아시니보인 파크 서쪽 끝에 있는 이 시립 동물원을 찾는 이유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북극 생태 전시 ‘저니 투 처칠(Journey to Churchill)’은 북극곰이 유영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관찰할 수 있는, 동물원 내 인기 명소다. 유리 너머 하얗고 거대한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면 머리 위로 얼음빛 물결이 출렁인다. 한쪽에선 물범이 장난스레 회전하고, 순록과 흰눈부엉이가 재현된 서식지 안을 나란히 채운다. 차가운 바람이 스며드는 듯한 착각과 잠시 북극권 어딘가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교차한다. 기후와 생태, 그리고 보존과 공존을 동시에 보여 주는 ‘살아 있는 다큐멘터리’ 같은 곳.
04 MANITOBA LEGISLATIVE BUILDING
도시를 상징하는 매니토바 레지슬레이티브 빌딩
위니펙을 거닐다 보면 시시때때로 매니토바 레지슬레이티브 빌딩을 마주한다. 강가를 산책할 때도, 다운타운을 드나들 때도. 1919년에 세워진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은 매니토바주 정부의 공식 청사이자, 도시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거대한 돔 위에 선 청동 조각 ‘골든 보이’는 위니펙 하늘을 향해 반짝이며 매니토바주의 번영과 청춘, 미래를 상징한다. 건물 앞에는 메모리얼 주립공원이 펼쳐져 있다. 넓은 잔디밭은 위니펙 시민들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한다. 매니토바주의 역사적 순간을 기념하는 동상과 기념비들도 곳곳에 자리해, 단순한 정치 공간을 넘어 시민들의 일상과 기억을 품은 장소가 된다. 사진 욕심이 난다면 위니펙 아트 갤러리로 향해 보자. 갤러리 창문 너머로 바라보는 레지슬레이티브 빌딩은 또 다른 감각을 선사한다. 유리 프레임 안에 담긴 건물의 실루엣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05 DALNAVERT MUSEUM
위니펙이 숨겨 놓은 보석, 달내버트 뮤지엄
위니펙에서 가장 덜 알려진 보석 같은 곳을 꼽으라면 여기다. 1871년에 지어진 빅토리아풍 저택으로, 매니토바주 제8대 총리인 휴 존 맥도널드(캐나다 초대 총리 존 A. 맥도널드의 아들)가 살았던 집이다.

고풍스러운 목재 계단과 정교한 스테인드글라스 창, 벽난로 위 장식품들까지 당대 중산층의 생활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작은 방마다 남겨진 흔적은 마치 집주인이 잠시 외출한 듯 생생하다. 낡은 시계는 여전히 똑딱이며 시간을 알린다. 안주인이 친구들과 오붓하게 티 타임을 즐기던 공간까지 재현돼 있어, 순간적으로 세기를 건너뛴 듯한 착각마저 든다.

단, 관람은 사전 예약이 필수다. 개별 입장이 허용되지 않고, 반드시 1시간짜리 가이드 투어로만 진행된다. 노련한 자원봉사자들과 동행하며 저택 곳곳을 안내받고 나면, 왜 여기가 ‘위니펙의 숨은 보석’인지 단번에 이해하게 된다.

*곽서희 기자의 씨리얼
여행지의 리얼리티를 꿰뚫어 보는 곽서희 기자의 씨리얼(See-Real). 가식 없이,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를 담은 바삭바삭한 리뷰 한 그릇. 세상의 모든 ‘거기, 진짜 어때요?’란 질문에 이 기사를 바칩니다.
글·사진 곽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