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천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의 화재 이후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계속되면서 구매를 꺼리는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화재로 급격히 얼어붙었던 전기차 시장의 소비자 인식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소비자 4명 중 1명은 “10년이 지나도 전기차를 구입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전기차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안전성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셈이다.
자동차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8~9월 전국 소비자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전기차 기획조사’ 결과, 일반 소비자의 70%가 향후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지’ 전망은 23%, ‘감소’는 7%로 나타나 지난해보다 각각 8%p, 10%p 줄었다.
이는 지난해 8월 청라 아파트 화재 사고 이후 급격히 악화됐던 인식이 정상화된 결과다. 당시 사고로 전기차에 대한 ‘화재 공포’가 확산되며 시장 성장 전망 비율이 52%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들어 충전 인프라 확충과 가격 하락 등 긍정적 요인이 작용하면서 신뢰가 회복되는 추세다.
성장을 예상한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충전 인프라 개선’(25%)과 ‘가격 인하’(2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항속거리 증가’와 ‘유지·관리의 경제성’, ‘친환경성’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 중 현재 전기차를 보유한 비율은 3%에 그쳤으며, ‘2년 내 구입 의향’은 8%, ‘3~5년 내’ 31%, ‘6~10년 내’ 33%로 집계됐다. 반면 ‘10년이 지나도 구입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응답이 25%에 달했다. 지난해(33%)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기차에 대한 근본적 불신이 뚜렷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구입을 꺼리는 이유 중 ‘안전성이 떨어져서’(45%)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가격이 비싸서’(25%), ‘충전 인프라 부족’(15%), ‘AS 불안’(12%)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안전성 우려’는 작년(60%)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1순위로 꼽히며 소비자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남았다.
전문가들은 작년 화재 사고가 소비자에게 “전기차는 위험하다”는 인식을 남기며 심리적 장벽을 높였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올해 전기차 판매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4명 중 1명이 여전히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는 점은 기술적 개선만으로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배터리 안정성 강화, 화재 예방 시스템 고도화, 충전 인프라의 물리적 안전 확보 등이 동반되어야 전기차 대중화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소비자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수준까지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는 언제든 다시 꺾일 수 있다는 경고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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