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로 구매해 1년 이내 중고차로 재판매하는 비율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고가의 신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차량을 되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구매 후 짧은 기간 내 재판매하는 이른바 ‘바이어스 리모스(Buyer’s Remorse·구매 후회)’ 현상이 럭셔리 브랜드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리서치 업체 아이씨카(iSeeCars)가 2023~2024년 동안 판매된 신차 1850만 대를 분석한 결과, 전체 신차의 평균 1년 이내 재판매율은 3.6%로 나타난 반면 상위 10개 차종의 비율은 최대 8배 이상 높았다.
주목할 것은 상위 10개 차종 모두 럭셔리 브랜드로 고가의 차량일수록 되팔 확률이 높았다는 점이다. 가장 높은 재판매율을 기록한 모델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로 전체의 28.3%가 1년 안에 중고차 시장에 나왔다.
이어 포르쉐 마칸(22.2%), 메르세데스벤츠 GLB(21.2%), CLA(20.4%), GLA(16.7%) 순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레인지로버 이보크, 메르세데스 C클래스, BMW 5시리즈, 재규어 F-PACE 등이 뒤를 이었다.
브랜드별로는 포르쉐가 전체 판매 중 16%가 1년 내 재판매돼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재규어(10.7%), 메르세데스-벤츠(9.1%), 랜드로버(8.9%), 인피니티(6.5%) 순으로 뒤를 이었고 BMW, 제네시스, 아우디, 미니, 마세라티도 평균치를 상회했다.
아이씨카의 분석가 칼 브라우어(Karl Brauer)는 “소유 만족도 저하가 주요 원인이지만 일부는 과도한 할부나 리스 부담 등 재정적 이유로 차량을 되파는 경우도 있다”라며 “딜러가 시승차나 데모 차량을 ‘판매 실적’으로 잡은 뒤 중고차로 다시 등록하는 회계상의 이유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고가 브랜드 소비자들의 ‘충동 구매’와 ‘과잉 기대’가 결합된 결과로 해석된다. 브랜드 이미지와 외관 디자인, 사회적 지위에 따른 상징성에 끌려 구매하지만 실제 유지비나 보험료, 감가상각 폭이 크다는 점을 경험한 뒤 실망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럭셔리 SUV와 스포츠 모델의 유지비 부담은 일반 소비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며 “특히 전동화 전환기에서 모델 체인지 주기가 짧아진 것도 중고 시장 조기 매도로 이어지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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