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는'2025 재팬 모빌리티쇼'에 참가하며 일본 시장 공략에 새로운 시동을 걸었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기술을, 기아는 전기 밴 시장을 공략카드로 선택했다. 전통적으로 외산차에 배타적이었던 일본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가 선택한 돌파구를 살펴본다.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핵심 카드는 '디 올 뉴 넥쏘'다. 20년 이상 축적해온 수소전기차 기술의 결정체를 앞세워, 수소 에너지 비전을 선도하는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일본 시장에 각인시키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꾸준하고 담대한 도전으로 나아가는 미래'라는 주제로 머큐리 프로젝트부터 수소사업 브랜드 HTWO까지 수소 기술 개발의 여정을 소개했다. 방문객들이 연료전지 스택의 작동 원리를 직접 체험하며 현대차의 수소 기술 헤리티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디 올 뉴 넥쏘는. 최고출력 150kW 모터로 0-100km/h 가속에 7.8초가 걸리며, 1회 충전으로 최대 720km를 주행한다. 무엇보다 충전 시간이 5분 내외에 불과하다는 점은 전기차 대비 압도적 장점이다. 전방충돌방지보조, 고속도로주행보조 등 첨단 안전기술과 뱅앤올룹슨 프리미엄 사운드, V2L 등 프리미엄 사양도 갖췄다.
일본은 2017년 세계 최초로 '수소 기본전략'을 수립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수소 인프라 확대에 투자하고 있다. 토요타 미라이가 시장에 있지만, 현대차는 더 진보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 수 있다.
주목할 점은 현대차가 고객 커뮤니티 소통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현대 모터 클럽 재팬' 등을 통해 고객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한일 오너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본 시장에서는 기술력만큼이나 고객과의 정서적 유대가 중요하다는 점을 파악한 장기전 전략이다.
기아는 목적기반차량(PBV) PV5로 일본 전기 밴 시장에 진출한다. 2026년 상반기 목표로 종합상사 소지츠와 '기아 PBV 재팬'을 설립할 계획이다. 일본은 2030년까지 신차의 30%를 전기차로 전환하려 한다. 물류 증가와 인력난으로 상용차 전동화는 필수지만,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기아는 바로 이 틈새를 공략한다.
PV5는 E-GMP.S 플랫폼 기반으로 모듈화와 확장성이 뛰어나다. '플렉서블 바디 시스템'으로 부품을 조합해 최대 16개 바디 구성이 가능하다. 비즈니스 환경에 맞춘 맞춤 제작이 특징이다. 전장 4,695mm, 전폭 1,895mm의 컴팩트 사이즈에 회전반경 5.5m로 좁은 도로에서도 기동성이 좋다. V2L·V2H 기능으로 재난 시 응급 전력원으로도 쓰인다. 자연재해가 잦은 일본에 최적화됐다.
전시회에서는 패신저, 카고, WAV(휠체어 지원), 캠핑 콘셉트 등 4대를 선보였다. WAV는 측면 승하차와 낮은 스텝고(399mm)로 고령화 사회 일본의 교통약자 이동권 해결책으로 주목받는다. 2026년 딜러 8개, 서비스센터 100개로 시작해 점진 확대하고, 2027년 후속 모델 PV7도 출시한다.
일본 자동차 시장은 자국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 외산차 점유율이 10%를 밑돈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률 상승으로 소비자 선택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브랜드보다 배터리 성능, 인프라, 가격이 중요해졌다.
일본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차 보급을 적극 지원한다. 특히 물류 효율화와 탄소 감축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상용 전기차에 정책 지원이 집중된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물류 인력난이 심각한 일본에서, 기아 PV5의 플릿 운영 효율화는 정확한 시장 대응이다.
수소전기차도 일본에서는 특별하다. 일본은 수소 생태계 구축에 적극적인 나라 중 하나다. 현대차 디 올 뉴 넥쏘가 진보된 기술과 합리적 가격으로 진입하면, 정체된 수소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일본 진출 전략은 '정면승부 회피'가 핵심이다. 세단·SUV 같은 레드오션 시장에서 토요타, 혼다와 경쟁하는 대신 수소전기차와 전기 밴이라는 블루오션을 선택했다.
현대차는 수소 기술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웠다. 토요타조차 수소차 양산에 고전하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2세대 넥쏘까지 진화시키며 기술 우위를 확보했다. 일본의 국가 차원 수소 인프라 구축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기아는 PBV라는 새 카테고리를 들고 들어갔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승용차에 집중하는 동안, 물류와 모빌리티 서비스라는 B2B 시장을 공략한다. 소지츠와의 협력으로 판매부터 서비스까지 안정적 인프라도 확보했다.
두 회사 모두 일본 시장 특수성에 정확히 대응하고 있다. 현대차는 고객 커뮤니티로 신뢰를 구축하고, 기아는 재난 대비 기능과 좁은 도로 최적화 설계로 실질적 니즈를 반영했다. 일본의 사회 문제 해결 솔루션으로 포지셔닝하는 전략이다.
기아 김상대 부사장은 "단순한 신차 출시를 넘어 일본 사회에 새로운 모빌리티를 선보인다"고 했고, 현대차 정유석 부사장은 "진정성 있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일본 시장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지다. 일본 시장 재진출 이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진 않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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