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로드스터 2세대를 공개했을 때 세상은 열광했다. 0→100km/h 가속 2초 미만, 1회 충전 620마일(약 1,000km) 주행거리, 그리고 2020년 출시. 모두를 놀라게 한 그 약속은 지금까지도 실현되지 않았다. 테슬라의 차세대 슈퍼카는 여전히 개발 중이라는 단 한 줄의 메시지만 남겨둔 채, 현실의 도로가 아닌 머스크의 발언 속에서만 존재하고 있다.
2027년 출시 목표… 10년째 ‘개발 중’
테슬라 로드스터 2세대는 2017년 모델3 양산 직후 공개되며, 브랜드의 기술력과 상징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드림카’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후 일정은 계속 밀렸다.
2021년으로 연기된 출시 시점은 2022년, 2023년을 거쳐 올해에는 “2024년 양산 목표”로 바뀌었다. 그리고 최근 프란츠 폰 홀츠하우젠(Franz von Holzhausen) 수석 디자이너는 “2027년 고객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개 이후 무려 10년 만의 출시다.
일론 머스크는 여전히 로드스터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를 거두지 않았다. 그는 “이번엔 1초 미만의 가속을 실현할 것”이라며, ‘스페이스X 패키지’를 통해 짧은 비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조 로건 팟캐스트에서도 “몇 달 내 로드스터 프로토타입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테슬라의 차량 판매는 최근 2년간 정체 상태다. 모델3와 모델Y의 부분 변경이 있었지만 판매 반등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2024년에는 10여 년 만에 첫 연간 판매 감소를 기록했고, 2025년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전기차 세제 혜택 종료와 경쟁 브랜드의 신차 공세가 겹치며 테슬라의 판매 기반은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만 달러(약 2억7천만 원)에 달하는 슈퍼카는 테슬라의 실적을 끌어올릴 카드로 보기 어렵다. 머스크 역시 “로드스터는 수익에는 큰 기여를 하지 못하겠지만, ‘매우 멋진 차’가 될 것”이라며 현실적 한계를 인정했다.
투자자와 시장이 기대하는 것은 ‘새로운 대중형 전기차’다. 테슬라의 핵심 미션이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 가속’에 있다면, 더 저렴하고 접근 가능한 전기차가 절실하다. 그러나 테슬라는 여전히 로드스터, 사이버트럭, 로보택시 등 실험적 모델에 집중하고 있다.
‘쇼케이스’ 역할조차 불투명한 로드스터
물론 고성능 플래그십 모델은 브랜드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테슬라에는 이미 사이버트럭이라는 실험적 모델이 존재한다. 최신 기술이 집약된 사이버트럭은 사륜조향, 방탄 차체 등 독창적 요소로 주목받았지만, 올해 판매량은 2만 대 수준에 그쳤다. 초기 목표치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또 다른 프로젝트인 ‘사이버캡(Cybercab)’과 ‘로보밴(Robovan)’도 아직 생산 일정조차 불투명하다. 유일하게 실제 생산 단계에 진입한 모델은 세미 트럭뿐이다. 로드스터는 여전히 ‘트윗과 인터뷰 속의 자동차’로 남아 있다.
테슬라는 더 이상 성장 초기의 혁신 스타트업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온 선도 브랜드로서, 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비행이 아니라 현실적 라인업 확보다. 로드스터는 테슬라가 과거의 신화에 매달려 있는 상징이 됐다.
지금이야말로 테슬라가 ‘날아오를 수 있는 차’가 아니라, ‘다시 팔릴 수 있는 차’를 만들어야 할 때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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