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트펑크 시리즈로 유명한 11비트 스튜디오는 극한의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을 강요하는 독특한 스타일로 유명하다.
식량이 부족할 때 노인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일꾼으로 투입하긴 너무 어린아이들까지 혹독한 작업 환경으로 내몰지를 선택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곤혹스러운 상황일 수 밖에 없다. 어느 쪽을 선택하던지 반인륜적인 선택이 될 수 밖에 없으니 무조건 피하고 싶지만, 극한으로 몰린 상황을 이용자의 지혜를 통해 최소한의 피해로 막아ㅇ내는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이 이 게임을 많은 사람들이 극찬하는 명작으로 만들어줬다.
가장 최신작인 ‘디얼터스’에서는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됐던 ‘복제양 돌리’ 사건을 모티브로, 다른 기억과 다른 자아를 지닌 복제 인간들을 생성해서 행성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그려 화제가 됐다. 자신의 세포를 기반으로 복제 인간들을 만들어내는 것부터 딜레마가 시작되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중요 순간마다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일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흥미진진한 부분이다.
이렇게 11비트 스튜디와 마찬가지로 극한의 상황에서 이용자들에게 피할 수 없는 선택지를 던지는 스타일을 시도한 국산 인디 게임들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누구나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철학적인 질문을 내러티브의 핵심 키워드로 삼은 게임들이다.
팀요람에서 개발 중인 ‘요람’의 주인공은 살인자다. 보통 누명을 쓴 주인공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누명을 벗고 진범을 찾아내는 과정을 그리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이 게임의 주인공은 우발적이긴 했지만 정말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살인을 감춰야 하니, 시신을 숨길 장소를 찾아야 하고, 여러 자료를 모아서 다른 사람의 논리를 반박해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야 한다. 그로 인해 다른 사람, 자신과 친한 사람이 죄를 뒤집어쓰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 딜레마다.
특히 살인을 저지른 후 주인공이 자신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선택지가 하나로 고정되는 연출이 등장하는데, 주인공의 심리적 압박감을 실감나게 표현하며 몰입도를 크게 끌어올린다.
향후 공개될 정식 버전에서는 사건을 은폐한 주인공 앞에 또 다른 살인 사건이 벌어지면서 연쇄살인범으로 몰릴 수도 있는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이빙 스튜디오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봤을 질문을 과감하게 던졌다. “내가 일제 시대에 살았다면 독립운동가처럼 살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이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일제 시대에 신문사를 운영하는 편집장이며, 여러 기자들을 파견해 다양한 사건들을 취재하게 된다. 진실을 보도하는 것이 기자의 사명이지만, 일제 시대인 만큼 총독부의 검열을 걱정할 수 밖에 없다. 매일 신문을 발행하면서 총독부의 검열을 피해 진실을 드러내는 것, 혹은 생존을 위해 침묵을 선택하는 것. 이 사이에서의 딜레마가 이 게임의 묘미다.
비주얼노벨 스타일의 추리 게임인 ‘요람’과 주사위를 굴려 진행하는 TRPG와 시뮬레이션이 결합된 ‘그날의 신문’은, 장르도 게임 진행 방식도 완전히 다르지만, 게임 이용자들에게 전달하는 핵심 메시지는 동일하다. “이 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실 건가요?”
정식 출시를 준비 중인 이 게임들이 얼마나 수준 높은 질문으로 완성될지, 그리고 이들이 던진 질문에 얼마나 많은 이용자들이 응답하게될지 결과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