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판매 부진을 이유로 순수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전동화 전환 속도는 여전히 빠르게 진행 중이다. 유럽은 내연기관 판매 금지 시점을 향해 달리고 있고, 중국은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가격 파괴를 이어가고 있다. 북미 역시 혼조세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시장 축을 형성 중이다.
그런데 이런 전동화 흐름 속에도 '속도 조절'을 펼치는 국가가 있다. 바로 일본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
일본은 지난주 막을 내린 '2025 재팬모빌리티쇼'를 통해 도심형 소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수소 상용,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등 다층적 접근을 통한 미래차 경쟁력 확보를 강조했지만 주요 완성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전동화 속도 조절에 돌입했다.
여기에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유독 일본 브랜드는 하이브리드 중심의 기존 기술에 무게를 두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앞서 도요타는 일본 내 차세대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또다시 연기했다(출처: 도요타)
앞서 도요타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또다시 연기했다. 일본 내 신규 배터리 공장은 2028년 양산을 목표로 추진 중이지만, 착공 일정이 두 차례 지연되면서 도요타의 전기차 전용 인프라 확충에 차질이 생겼다.
혼다 역시 미국 시장에서 추진하던 ‘3만 달러 이하 보급형 전기차’ 개발 계획을 늦추기로 결정했다. 재팬모빌리티쇼에서 공개한 '슈퍼-ONE' 소형 전기차는 예정대로 일본과 유럽 출시를 준비 중이지만, 북미용 저가형 전기차 일정은 수요와 수익성 문제를 이유로 후순위로 밀렸다.
이처럼 일본 완성차의 전기차 프로젝트가 줄줄이 밀리면서, 업계에서는 일본 전체가 전동화의 ‘속도 조절’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흐름 속에 최근 스바루가 하이브리드 집중을 이유로 주요 전기차 프로젝트 연기 계획을 밝혔다. 스바루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향후 1.5조 엔 규모로 계획했던 전기차 전용 투자를 일부 연기하고, 예산을 하이브리드 및 내연기관 개발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스바루는 최근 전기차 전용 투자 계획을 일부 연기한다고 밝혔다(출처: 스바루)
스바루는 현재까지 3000억 엔을 집행했으며, 남은 1조 2000억 엔은 전면 재검토 대상이다.
스바루 아츠시 오사키(Atusushi Osaki) 사장은 "하이브리드 수요 확대와 내연기관 재평가 분위기를 고려하면, 대규모 전기차 양산 투자의 시기를 늦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도요타와 공동 개발 중인 4종의 전기 SUV는 2026년 말까지 예정대로 출시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이렇듯 일본 완성차 브랜드가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에 무게를 두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분석된다.
일본의 우려와 달리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먼저 자국 내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내연기관 기반 기술 경쟁력이 여전히 확고하다는 데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과 전기차 제조 원가 상승이 겹치며, 일본 기업은 대규모 투자를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분위기다.
한편 일본의 걱정과는 달리, 전기차 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이다. 로 모션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0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유럽(+32%), 중국(+22%), 북미(+4%) 모두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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