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과 업종을 초월한 ‘오토테크 M&A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글로벌 거대기업 인텔이 자율주행기술 기업 모빌아이를 인수하는 등 각국이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 개발에 올인하는 가운데 일본의 소프트뱅크도 이 대열에 급속하게 진입하고 있어 국내 민관계의 대응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텔은 최근 이스라엘의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기술 기업인 ‘모빌아이(Mobileye)’를 약 153억 달러(약 17조 원)에 인수하는 등 세계 자동차 시장은 전문자동차 업체의 계열과 테크놀로지 계열(구글, 우버, 테슬라 등)로 나뉘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열띤 경쟁이 한창이다.
이미 GM도 지난 해 10억 달러의 거금을 들여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자율주행 프로그램 업체인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인수, 세상을 놀라게 했다. 우버도 6억1000만 달러에 자율주행 트럭 업체 오토를 인수한데 이어 6억8000만 달러를 들여 인공지능 스타트업 지오메트릭스까지 넘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아직은 낯선 기업끼리의 조우라서 소송이 붙기도 하고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런 제휴는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다. 서로 부족한 자금과 기술을 지원하여 시장에서 윈-윈하려는 업계의 불가피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일본기업도 이런 흐름에 적극 동참하고 나섰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선두주자이다. 이 그룹이 노리는 것은 통신단말기로 변화해 가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인프라를 IoT(사물인터넷)로 구축하자는 것이다.
거액의 인수를 거듭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는 통신사업자 소프트뱅크가 자율주행 분야에서 존재감을 급속하게 높이고 있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이 회사는 2016년 4월 자율주행을 다루는 SB드라이브사를 설립하고 같은 해 7월에는 반도체 설계사인 영국 ARM을 3조 엔이라는 거액에 인수해 기염을 토했다. 영국의 ARM사는 스마트폰의 CPU(칩이 아닌 CPU 코어 설계도)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기업이다. 또 같은 달에 혼다와 인공지능(AI) 개발을 제휴했다.
이미 SB드라이브는 지난달 오키나와에서 버스 자율운전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는 한편 2018년 후반 실제 도로에서 완전 자율 운전 실증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자동차는 IoT 기술 개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기술 자체가 IoT 보급에 필수적인 통신과 딥러닝을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AI)이라는 두 가지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보자면 자율주행 자동차는 통신 기능을 탑재한 IoT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IHS 테크놀로지는 2022년에 세계 신차의 94%에 통신 기능이 실릴 것으로 예측했다. 소프트뱅크 그룹은 이런 트렌드에 맞춰 IoT 시대의 자율주행 자동차를 기술 지원하면서 거대한 인프라의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그룹은 신생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에너지 사업을 포함한 수직 통합도 지향하고 있다. 거대기업과 경쟁하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스스로 다룰 가능성은 아직은 낮은 것 같다.
소프트뱅크의 우선 목표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개발이지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거대 기업이 치열하게 시장 장악에 나선 상태라 끼어들 여지가 없는 편이다. 이 그룹은 거대 기업의 시장 쟁탈전에 끼어들어가기보다 이들 기업들 중 누가 이겨도 유리한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른바 통신 사업자와 ARM 및 전력사업, 나아가 투자사업 등을 조합하여 IoT 시대의 자율주행에 대한 ‘데이터 유통 인프라’를 구축해 놓으려는 것이다.
이것이 실현되면 자율주행 자동차가 늘어나고 사고가 줄어들수록 회사에 이익이 굴러들어 올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저작권자(c) 테크홀릭(http://www.techholic.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