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영선 기자=데일리카 포르투(포르투갈)] 딱 40초에 1대, 1분이면 1.71대가 팔린다. 글로벌 시장에서 ‘해치백의 대명사’로 불리는 독일 폭스바겐 브랜드의 골프(Golf) 얘기다.
골프는 작년 한해동안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총 80만5752대가 팔렸다. 티구안(86만1331대), 폴로(85만5179대)에 이어 폭스바겐 브랜드로서는 세번째로 많이 판매된 그런 소형차다.
골프는 지난 1974년 3월에 처음으로 소개됐는데, 지금까지 45년간 총 3500만대 판매를 돌파한 소형 해치백이다.
20~30대 젊은층뿐 아니라 30대나 40대 이상의 패밀리 데일리카로서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독일차 특유의 핸들링 감각이 뛰어난데다, 달리기 성능 등 퍼포먼스 역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오랜기간에 걸쳐 체면문화가 깊숙히 자리잡은 때문에 해치백보다는 세단이나 대형 고급차를 선호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열망도 적은 건 아니다.

45년 전 골프 1세대 모델은 당시 자동차 디자인의 거장(巨匠)으로 불려온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가 맡았다.
골프 1세대는 소형 해치백이었지만, 라디에이터 그릴과 둥그런 헤드램프, 직선이 강조된 루프라인과 사이드 캐릭터 라인, 후면부로 이어지는 간결한 터치 등의 디자인 감각은 오늘날에도 찬사를 받는다.
신형 골프 8세대는 폭스바겐의 수장 클라우스 비숍이 진두지휘 했는데, 골프 1세대의 직선 중심에서 벗어나 유선형이 강조된 모습이다. 더 강한 존재감과 다이내믹함을 연출하기 위한 디자인 설계라는 말이 나온다.
자동차 디자이너 주지아로는 우리와도 인연이 깊다. 현대차가 지난 1974년 자체 개발한 첫번째 고유 모델인 포니(Pony)도 주지아로가 디자인을 맡았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폭스바겐 골프와 현대차 포니는 브랜드명은 서로 다르지만 사실상 ‘이란성 쌍둥이’였던 셈이다. 골프와 포니는 지금으로부터 45년전인 1974년에 함께 탄생됐는데, 골프와 포니를 동시에 디자인 했던 사람도 바로 주지아로 였기 때문이다.

포니 1세대 역시 골프 1세대와 같이 직선이 강조된 라인에 둥그런 트윈 헤드램프가 첫 인상을 강하게 심어준다. 골프처럼 직선이 강조된 스타일로 전면에서부터 측면, 후면에 이르기까지 골프와 흡사한 스타일 이었다. 멀리서 보면 골프와 포니는 쉽게 구별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포니는 출시 후 딱 10년만에 무려 50만대 생산을 돌파해 파장을 일으켰다. 1982년에는 페이스리프트 모델 ‘포니2’가 나와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2년 뒤인 1984년에는 캐나다 시장에 진출해 수입차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훗날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을 닦은 모델로 평가를 받는다.
1985년에는 5도어 해치백 스타일로 전륜구동 방식을 적용한 ‘포니 엑셀’로 이어졌다. 당시 후륜구동 방식이 주로 사용됐던 것을 감안하면, 그 때로서는 대단한 신기술이 적용된 케이스였다.
포니 엑셀은 현대차가 처음부터 수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수출전략형 모델에 속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정주영 회장의 의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해외시장에서 포니의 인지도와 명성을 살리면서도, 포니라는 모델명과는 차별화를 위해 포니 엑셀로 모델명을 지은 건 눈에 띈다. 판매 가격은 쌌지만, 고장이 잦았던 이유 탓이다.

포니 엑셀은 1989년 4월 뉴 엑셀로 거듭났고, 1991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1994년 7월 뉴 엑셀이 단종 될 때까지 총 156만7236대가 생산됐다. 현대차 포니는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 결국 조용히 단종된다.
폭스바겐은 지난 2~3일(현지시각) 포르투갈의 항구도시 포르투(Porto)에서 8세대 골프 글로벌 미디어 드라이빙 행사를 치렀다.
이번 행사에서는 45년 전 주지아로가 디자인 했던 골프 1세대 모델에서부터 이달부터 본격 판매에 돌입한 8세대 신형 골프에 이르기까지 골프 전 모델이 공개됐다. 골프 1세대 모델은 포르투 도로를 달리는 등 아직도 엔진이 생생한 모습이었다.
‘해치백의 대명사’로 불려온 골프 1~8세대를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지금은 단종된 현대차 포니의 생각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현대차는 53년이라는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아직도 제대로된 박물관조차 없는 브랜드라는 소리도 듣는다. 그런만큼 45년전 탄생됐던, 또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던 바로 그 주인공인 포니를 지금은 만나볼 기회가 전혀 없다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45년이 지난 1세대 골프가 여전히 유럽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정도로 잘 관리되고 있다는 점에서 폭스바겐 브랜드와 현대차 브랜드의 경영 철학을 포괄적으로 상징하는 ‘디자인 경영’은 ‘하늘과 땅’으로 대비된다.
현대차 최초의 고유 모델이자, 현대차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됐던 바로 그 차. 현대차 포니가 지금도 생산돼 글로벌 시장에서 포니라는 모델명으로 계속 판매되고 있었더라면...그저 아쉬움만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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