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카 임상현 기자] 테슬라가 쏘아올린 전기차 경쟁에 스포츠카 업체인 포르쉐까지 가세해 한층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호평 일색인 타이칸의 주행거리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8일(현지시각)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Spiegel)은 포르쉐 타이칸의 주행거리에 대해 유럽과 미국 기준간의 격차를 지적하면서 제조사가 제시하는 주행거리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포르쉐는 타이칸의 주행거리가 WLTP 기준 최대 450km에 달한다고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실시하는 주행거리 테스트에서는 323km에 불과한 낮은 주행거리를 기록했다.
포르쉐가 타이칸의 미국시장 진출을 앞두고 진행된 이번 테스트에서 유럽의 인증 기준보다 100km가 넘는 주행거리의 차이를 나타내자 현지 언론 등에서는 타이칸이 형편없는 전기차라는 자극적인 기사의 내용을 쏟아내고 있다.

이와 반대로 경쟁모델로 지목되는 테슬라의 모델S P100 Long Range의 경우 EPA 주행거리 테스트에서 약 600km를 기록해 대조되는 결과를 나타냈다. 이처럼 두 차의 주행거리가 극명하게 갈리는 원인에 대해서 포르쉐는 유럽과 미국간의 기준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WLTP(Worldwide Harmonized Light-Duty Vehicles Test Procedure)로 불리는 유럽의 측정법은 지난 2017년 9월부터 시행된 최신 규정으로 기존 NEDC의 문제점을 보완해 EU가 제안한 새로운 방식이다.
WLTP는 평균속도 약 46km/h로 23km의 거리를 30분간 운행하면서 주행거리를 측정한다. 최고속도는 131km/h까지 가속하며, 실제 주행환경을 최대한 반영해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와 반대로 미국이 진행하는 EPA 방식은 전기차의 배터리를 완충시킨 후 방전될 때까지 연속으로 주행을 지속한다. 또한, 도심과 고속도로 등에서 다양한 주행시험을 거친 뒤 측정된 결과치의 70%를 반영해 최종 결과를 표기하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의 주행거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난방과 에어컨을 활성화 시킨 후 주행하기 때문에 유럽기준인 WLTP 방식보다 주행거리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지난 2015년 폭스바겐발 디젤스캔들을 발견한 환경 연구단체인 ICCT(International Council on Clean Transportation)의 존 저먼(John German)은 “WLTP는 주행거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조장치의 활성화를 중요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WLTP 방식 또한 공조 시스템의 활성화 여부에 대한 전력소비를 고려해 최종값을 발표하고는 있다. 다만, EPA가 진행하는 방식과는 차이점을 가져 신뢰도 수준에서 EPA쪽의 우수성이 더욱 돋보인다는 평가다.
포르쉐는 또 타이칸의 주행거리 문제에 대해 EPA가 낮은 속도로 타이칸의 주행거리 테스트를 진행했기에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포르쉐에 따르면 “타이칸은 평균 속도가 높은 WLTP 기준에서 더 높은 효율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실제 두 기관의 최고속도 기준은 EPA가 시속 96km/h, WLTP가 131km/h로 35km/h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포르쉐의 주장대로 평균속도가 높은 WLTP에서 더 높은 주행거리가 나오는 이유도 이에 근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WLTP 기준으로 확인하더라도 타이칸과 모델S간의 차이는 분명 크게 나타난다. 각각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터보S와 P100 Long Range를 기준으로 바라볼 때 모델S는 WLTP 기준 약 610km, 타이칸은 450km다.
여기에 두 모델간의 100km당 소비전력에서도 큰 차이를 나타낸다. EPA 테스트 결과 타이칸 터보S의 경우 100km당 30.4kWh의 전력을 소비하는 것에 반해 모델S Long Range의 경우 100km당 19.8kWh의 전력을 소비하는 것으로 측정됐다.
존 저먼(John German) 역시 “포르쉐는 타이칸의 주행거리에 대해 아직 최적화 문제를 풀지 못했거나 WLTP 테스트에서 특정 주행 모드만을 사용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포르쉐는 이에 세계적인 자동차 비교 테스트 전문회사인 미국 AMCI에 별도로 주행거리 테스트에 대한 의뢰를 신청해 주행거리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타이칸은 기존 EPA 측정치보다 100km 이상이 늘어난 442km에 달하는 거리를 주행했다. 해당 시험은 정상적인 주행환경에서 에코모드의 주행환경과 에어컨을 작동시킨 상태에서 측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측정에 관해서도 존 저먼은 “테스트 당시 온도와 교통환경에 대한 정보가 누락됐다”면서 “실제 도로 환경을 배제하고 진행된 실험 결과는 언제나 비현실적인 결과를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미국과 유럽간의 주행거리 측정 기준 차이로 포르쉐의 타이칸은 미국 시장 진출을 하기도 전에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당초 발표수치보다 100km이상 낮은 주행거리에 있다. 유럽과 미국간의 기준점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100km 이상의 차이는 소비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다.
현지외신 등에 따르면 포르쉐는 이번 주행거리 결과와는 별개로 예정대로 타이칸의 미국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타이칸의 주행거리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아 향후 포르쉐의 대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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