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및 제약 산업의 핵심재료인 과산화수소(H2O2)의 생산 효율을 최대 8배 높일 수 있는 촉매가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nstitute for Basic Science, 원장 노도영) 나노입자 연구단의 현택환 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과 성영은 부연구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유종석 서울시립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산소와 물만을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전기촉매를 개발했다.
기존 귀금속 촉매보다 2000배 이상 저렴한 촉매로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가격, 효율, 환경 문제를 모두 해결한 1석 3조의 기술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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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택환 단장(왼쪽)과 성영은 부연구단장(오른쪽)이 참석해 주요성과를 발표했다. |
과산화수소는 치약이나 주방세제 등 생활용품은 물론 멸균이 필요한 의료현장, 폐수 처리제, 불순물 제거가 필요한 반도체 공정 등에서 폭넓게 사용된다. 산업용 과산화수소는 주로 안트라퀴논 공정으로 생산된다. 하지만 안트라퀴논 공정*은 값비싼 팔라듐 촉매를 사용하며, 에너지가 많이 소비될 뿐만 아니라 부산물로 유기물이 발생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한계가 있다. 초정밀 반도체 및 기계부품의 발전과 함께 과산화수소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저렴하면서도 높은 효율로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공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 안트라퀴논 공정(Anthraquinone process) : 유기용매에 녹인 안트라퀴논을 촉매 존재 하에서 환원과 산화 반응을 순차적으로 거쳐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는 공정. 값비싼 팔라듐 촉매가 대량으로 필요하며, 각 단계마다 과도한 에너지가 소비되어 에너지 효율이 낮다. 또, 유기 용매가 부산물로 발생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을 야기한다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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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진이 개발한 코발트 원자 그래핀 촉매의 모식도 (자료제공 : I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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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발트 원자 주변 구조 제어를 통한 촉매 활성 조절 (자료제공 : IBS) |
연구팀은 여러 단계에 걸친 복잡한 공정 없이 물(H2O)과 산소(O2)를 이용하여 과산화수소를 전기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저렴한 촉매를 고안해냈다. 연구진이 개발한 촉매는 2차원 그래핀 위에 코발트(Co) 원자를 올린 형태다. 기존 촉매와 달리 백금, 팔라듐 등 귀금속 대신 값싼 코발트 원자를 사용했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다.
개발된 코발트 원자/그래핀 촉매를 산소를 포화시킨 수용액에 넣고 전기를 가하면 별도의 화합물 첨가 없이도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 촉매는 지금까지 가장 효율이 좋다고 알려진 값비싼 귀금속계 촉매보다 최대 8배이상 높은 생산성능을 나타냈다. 1kg의 촉매를 사용했을 때 하루에 341.2kg의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성능이다. 또한 110시간 이상 과산화수소를 연속적으로 생산하는 실험을 진행한 후에도 초기성능의 98% 이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영은 부단장은 “철, 코발트, 니켈 등 비교적 값싼 원자가 그래핀 위에 안정화되어 있을 때 전기화학반응 효과적으로 매개한다는 연구결과에 착안해 이번 연구의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원자 수준에서 촉매의 활성을 조절할 수 있음을 규명하고 계산화학을 통해서도 정당성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코발트 원자 주변 구조를 변화시켜본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과산화수소 생산 성능을 보이는 촉매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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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진이 개발한 촉매와 기존 촉매의 성능 비교 (자료제공 : I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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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진이 개발한 촉매와 기존 촉매의 과산화수소 생산량 비교 (자료제공 : IBS) |
연구진이 개발한 촉매는 불균일촉매**로 균일촉매에 비해 저렴하고, 반응 이후 회수해 재활용할 수 있는 만큼 폐촉매가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로 원자 수준에서 불균일 촉매의 활성을 높일 수 있는 원리를 규명했다는 학술적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이 촉매가 상온‧상압에서도 안정적, 친환경적으로 생성물을 합성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화학공정에서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불균일촉매(heterogeneous catalyst) : 촉매가 반응물 및 생성물과 동일한 상(相)을 가질 때를 균일촉매라 하며 촉매, 반응물, 생성물이 모두 다 용매에 녹은 형태로 반응이 진행된다. 반면 불균일촉매는 반응물과 생성물이 기체나 액체상태인 것과 달리 고체상태로 상이 달라 반응 이후 회수해 재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택환 단장은 “세계 100대 산업용 화학물질인 과산화수소를 환경 친화적이며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과산화수소 생산은 물론, 촉매를 사용하는 많은 화학반응에 적용돼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결과는 재료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머터리얼스(Nature Materials, IF 39.124) 1월 14일자(한국시간)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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