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철강, 조선, 반도체, 배터리, 군수산업, IT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우리나라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분야는 세계 상위권으로 선진국형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경제 전문가 일부는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단순 제조업에서 하이테크 산업으로 체질변환에 성공했다고 보기도 한다.
한편 과학분야에서도 혁신이라 불릴만한 기술이 포착되었다.
'광사태 현상'을 일으키는 나노입자가 세계 최초로 포착된 것이다.
광사태 현상이란, 작은 빛 에너지를 특정 나노 물질에 쏘이면 큰 빛 에너지가 되어 방출되는 현상이다. 쉽게 말해 빛이 크게 증폭한다는 의미인데, 빛을 활용하는 거의 모든 산업이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한국화학연구원 소속 서영덕, 남상환 박사의 연구팀과 미국과 폴란드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로 얻은 성과이며,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의 표지 논문으로 실릴만큼 큰 발견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단순 설명으로는 이해하기가 힘들 것이다. 과연 이번 과학적 성과가 자동차 산업을 비롯해 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간단히 알아보자.
나노 물질이란, 보통 크기가 수 나노미터에서 수백 나노미터 정도인 물질을 의미한다. 해당 크기의 물질들은 같은 소재라도 새로운 특징이 생긴다. 탄소 나노튜브가 대표적인 예시이며, 자연계의 경우 바이러스나 아메바가 이에 해당한다.
보통 나노 물질에 빛을 쏘이면 에너지 일부가 열로 전환되고, 나머지는 빛으로 방출된다. 쉽게 말하면 뜨거워지는 대신 그만큼 빛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나노물질은 거꾸로다. 오히려 더 큰 빛을 내뱉는다.
공동 연구팀은 툴륨(Tm)이라는 원소를 원자격자 형태의 나노 물질로 합성하면 위의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빛이 툴륨 구조체 내부로 들어오면 연쇄적으로 증폭 반응을 일으켜, 더 큰 빛이 된다는 것이다. 증폭 세기는 최소 100배에서 최대 1만배 수준이다.
'광사태 나노입자'라 부른 이유도 바로 이 현상 때문인데, 마치 빛이 눈사태를 일으키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번 발견은 미래 자동차 기술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광사태 나노입자는 특성상 기존 태양광 전지보다 흡수할 수 있는 빛의 영역이 더 넓기 때문이다.
요즘 일부 차종의 루프에 태양광 전지판이 장착되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에 광사태 나노입자가 적용되면 발전량이 크게 늘어 유의미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북미, 중국, 중동 등 일조량이 많은 지역은 그 효율이 극대화되어 전기차 유효 주행거리를 늘리는데 일조할 것이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눈 역할을 하는 라이다에는 인듐, 갈륨,비소 등 비싸고 희귀한 원소가 포함된다. 이 라이다의 광원은 900~1500nm 등 근적외선을 활용하는데 광사태 나노입자를 반영하면 성능을 끌어올리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연구팀은 이외에도 바이러스 진단 키트 등 체외진단용 바이오메디컬 기술과 레이저 수술 장비, 내시경 등 광센서가 필요한 모든 부분에 해당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응용기술로 빛을 이용한 항암 치료와 피부 미용 등에 쓰이는 체내 삽입용 마이크로 레이저 기술이 유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위해 LED 빛으로도 광사태 현상을 일으키는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실험실 단계에서는 무엇이든지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보는건 쉽지않다.
그만큼 과학기술의 상용화가 어렵다는 의미다. 가장 좋은 예시로 수소전기차에 들어가는 연료전지 기술은 냉전시대에 이미 적용되었으나 상용화 되는데 30~40년이 걸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식과 기술이 누적됨에 따라 개발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져, 못해도 5년 이내에 일상에서 만나볼 지도 모른다. 혹은 군사용으로 사용될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