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엑스박스의 핸드헬드 게임기인 ROG XBOX ALLY와 ROG XBOX ALLY X를 선보였다. 엑스박스를 그대로 옮겼다기보다는 ASUS와 협업해 기존의 인기 UMPC인 ASUS의 ROG ALLY 시리즈에 엑스박스의 특징과 감성을 더한 형태로 준비했다는 것이 더 맞는 이야기일 수 있겠다.

사실 이 제품을 엑스박스라고 생각해서 사는 이용자가 국내에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다. 기자도 엑스박스라기보단 ROG ALLY X 다음 세대 버전을 만났다는 마음가짐으로 ROG XBOX ALLY X(엑갈리 X) 기기를 써봤다. 정식 출시 전 사용한 제품이라 정식 출시 제품과 소프트웨어 등에서 일부 차이가 있을 수도 있으니 참고하자.
■ 리뷰에 앞서...
기기의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기자는 이번 리뷰에서 어떤 최신 게임이 잘 돌아가고 안 돌아가고 하는 형태의 리뷰는 쓰지 않음을 알린다. 기자가 지난해 9월 '흑갈리'라고 불리는 ROG ALLY X를 구매해 약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사용해 본 결과, 흑갈리 정도의 성능만 돼도 스팀이나 에픽게임즈 스토어, EA 앱, 유비소프트 커넥트 같은 게임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는 게임이라면 기준이 다를 수는 있지만, 거의 모든 게임에서 만족스러운 형태의 경험으로 즐길 수 있다. UMPC를 쓰고 있는 이용자라면 공감할 수 있으리라 본다.

실제로 최근 발매된 '사일런트 힐 F'와 같은 작품은 물론, 과거 AAA급 오픈월드 게임인 '위쳐3 와일드 헌트', '레드 데드 리뎀션 2', '사이버펑크 2077' 등 어지간한 게임을 초당 60프레임 이상으로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명조' 같은 작품도 PC 클라이언트가 UMPC에서 잘 구동된다. 게다가 최신 게임일수록 프레임을 늘리기는 더 쉽다. 게임에서 FSR 같은 업스케일링을 지원하고 AFMF 같은 프레임 생성 기술, 여기에 이른바 '오리'로 잘 알려진 'Lossless Scaling' 같은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된다. 반대로 화질은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게임이 잘 구동되느냐 마느냐와 고사양 게임도 잘 구동되느냐의 문제는 이제 UMPC를 이야기하는 것에서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고 본다. 특히 흑갈리보다 더 좋아진 엑갈리 X의 성능에서 게임 구동은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기존 ASUS의 UMPC가 엑갈리로 진화하며 기기가 제공하는 게임 경험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또 반대로 아쉬운 부분은 있는지 등 기존 흑갈리 사용자로서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어지간한 게임은 다 된다고 했지만, 마우스를 활용하는 게임은 여전히 ASUS의 기기에서는 불편한 것은 사실이며, 키보드·마우스 중심의 온라인게임도 별도의 입력 장치를 준비하지 않으면 불편하다. 이런 게임을 중심으로 즐긴다면 UMPC는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좋으리라 본다. 마우스 중심의 게임의 경우 스팀덱이 아니면 그다지 추천이 힘들다.
■ 못생겼지만, 엑스박스의 감성이 더해진 외관과 훌륭한 조작부

조촐한 박스 포장을 열고 엑갈리를 만나니 “와, 못생겼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출시에 앞서 해외 게임쇼에서 만져보고 이미지를 많이 봤기 때문에 나름 익숙했지만, 그래도 못생겼다. 기기의 전체적인 디자인이 엑스박스 패드처럼 구성될 그립부가 변화했다. 덕분에 손에 쥐는 그립부가 게임패드처럼 뛰어난 그립감을 선사한다. 흑갈리와 오가며 기기를 쥐어보니 확실히 그립감에서 엑갈리 X가 훌륭하다.
또 각종 기기와 버튼의 감각도 엑갈리 X가 우세다. 홀 센서가 아니라 아쉽기는 하지만 아날로그 스틱은 새 제품답게 쨍쨍한 움직임을 보여줬고, 특히 버튼감이 굉장히 좋다. D패드도 삐걱대는 움직임 없이 잘 눌린다.
특히 엑갈리 X의 경우에는 임펄스 트리거가 도입됐으며, 임펄스 트리거 특유의 진동이 게임의 몰입감을 한층 끌어올린다. 과장을 좀 더하면 마치 엑스박스 원에서 임펄스 트리거를 처음 만났던 순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UMPC에서 이 정도 진동을 경험할 수 있다니 괜히 엑스박스라는 이름이 붙은 게 아니라는 느낌이다.

또 기존 흑갈리의 경우 트리거 버튼이 사실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다. 바로 얼마 전 등장한 캐주얼 레이싱 게임 '소닉 레이싱 크로스월드'의 경우 트리거 버튼을 눌러 드리프트하는 것을 기본 키 설정으로 해뒀다. 이를 흑갈리에서 즐기면 데드존 세팅을 별도로 안 하면 게임을 즐기기가 참 뭐하다. 정말 꽉 눌러야 제대로 동작한다.
반면 이번 엑갈리 X는 가볍게 눌러도 잘 동작하고, 다른 게임들을 즐길 때도 트리거에 대한 아무런 불만이 생기지 않았다. 여기에 범퍼와 트리거 버튼의 크기도 조금씩 커져 누르기가 더 편하다.
흑갈리 버튼 문제로 ASUS 로열 센터를 세 번이나 찾았던 기자였기에 이런 발전이 너무 반갑게 느껴졌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니 물건이 사라지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또 엑스박스가 더해지면서 엑스박스 홈버튼이 추가로 자리하고 있으며, 보통 스타트 버튼과 셀렉트 버튼으로 부르는 메뉴 버튼과 뷰 버튼의 배치가 변화했다. 흑갈리에서는 위에 있던 버튼들이 아래로 내려왔다. 기존 제품을 사용한 이용자라면 적응에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 뛰어난 성능, 흑갈리 터보(25W) 모드와 견주는 엑갈리 성능(17W) 모드
이번 엑갈리는 신규 프로세서가 탑재되며 성능의 개선을 이뤘다. 엑갈리 X의 경우 전용 NPU를 탑재한 AMD 라이젠 AI Z2 익스트림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나머지 사양은 24GB 램과 1TB SSD, 80Wh 배터리, 7인치 FHD 120Hz 지원 디스플레이로 흑갈리와 대소동이 하다.
핵심 부품인 프로세서가 개선되었기에 게임을 한층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AI가 더해진 Z2E를 탑재한 엑갈리 X는 기본 전력 프로파일에서 성능 모드를 17W, 터보 모드를 25W로 구성했다. 전원을 연결하면 터보 모드가 35W로 동작한다. Z1E를 탑재한 흑갈리도 마찬가지로 성능을 17W, 터보를 25W로 세팅했고, 전원 연결 시 30W로 동작한다.

엑갈리 X가 한층 발전한 프로세서를 탑재한 만큼 성능이 당연히 더 뛰어나다. 엑갈리 X는 성능 모드인 17W 세팅으로 흑갈리의 터보 모드인 25W 세팅과 거의 맞먹는 성능을 낸다. 터보 모드에서도 당연히 더 나은 성능을 내지만, 저전력에서 벌어진 차이보다는 조금 줄어든다.
실제로 흑갈리에서는 17W 설정으로 '소닉 레이싱 크로스월드'의 경우 초당 60프레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FHD에서 화면 스케일을 75%로 줄여줄 필요가 있었으나, 엑갈리 X에서는 동일한 세팅 기준으로 화면 스케일을 손볼 필요 없이 60프레임 고정으로 즐길 수 있었다.

성능 차이를 수치로 표시하기 위해 벤치마크 테스트를 진행했다. 참고로 기기에 미리 세팅된 프로파일의 경우 허용 전력의 한계를 조금 넘을 수 있도록 최대 지속 가능 성능을 높여주는 형태로 세팅되어 있다. 17W로 설정하면 보통 다른 부품 사용 전력을 포함해 26~28W 정도로 동작하는데, 특정 순간 30W를 넘어서는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이에 기존 전력 세팅만으론 벤치마크에서 제대로 된 차이를 보기가 힘들다. 이에 각 기기를 18W와 25W 매뉴얼로 설정해 테스트했다.

참고로 엑갈리에서는 ASUS의 관리 프로그램인 아머리에서 10초 값을 똑같이 줄일 수가 없어 18W 세팅은 최대 지속 18W, 2분 제한 18W, 10초 제한 22W로 설정했고, 25W는 최대 지속 25W, 2분 제한 25W, 10초 제한 30W로 설정했다. 설정값은 엑갈리 X와 흑갈리에 동일하게 적용했다. 기본 설정값인 25w와 전원을 연결한 터보상태도 테스트했으니 참고하자.
테스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아울러 기기의 배터리 타임도 흑갈리와 대동소이하다. 전체적으로 26~28와트 정도로 동작하는 성능 모드에서 2시간 40분 안팎의 사용 시간, 보통 35w를 넘게 사용하는 터보 모드에서는 1분에 배터리가 1%씩 닳는 느낌이다. 다만 흑갈리에서 터보 모드로 돌려야 하는 게임들도 성능 모드로 충분히 즐길 수 있기에 만족도는 더 높을 수 있다고 본다.
■ 좋기도 번거롭기도 한, 엑스박스의 전체화면 경험
엑갈리 X는 성능만 좋아진 것이 아니다. 엑스박스라는 게임 대표 브랜드가 더해지면서 한층 더 게임기다운 모습으로 변화했다. 대표적인 것이 전체화면 경험이다. 엑갈리 X를 켜면 전체화면으로 구성된 엑스박스 앱이 이용자를 반긴다. 이와함께 아머리도 윈도우와 엑스박스에 더 어울리게 디자인이 좀 변경됐다.

엑스박스 앱에는 엑스박스 보유 게임은 물론 스팀, EA 등 타사 보유 라이브러리까지 모두 표시할 수 있다. 엑스박스에서 다른 플랫폼 게임을 실행하면 해당 플랫폼이 구동되며 게임 실행까지 부드럽게 이어진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별도의 바탕화면을 보지 않은 전체화면 경험으로 진행된다.
엑스박스 핸드헬드 기기에 맞춘 윈도우를 준비했기에 가능한 동작이다. 특히 바탕화면에 진입하지 않으면 윈도우를 처음 켤 때 시작되는 프로그램들이 구동되지 않기에 기기의 성능을 온전히 게임에 집중할 수 있다. 다만, 게임을 즐기는 UMPC 특성상 별다른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기에 실제 성능 차이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바탕화면 모드에서 테스트 결과가 더 좋은 경우도 있었다.

바탕화면은 전체화면 경험을 중단하면 사용할 수 있으며, 이때는 일반 PC처럼 활용하면 된다. 다만 게임의 쾌적한 구동을 위해 여러 세팅값을 확인해야 하는 UMPC 특성상 일반적인 바탕화면에서 세팅하는 경우가 많아 전체화면 구성이 조금 번거로울 수는 있다. 특히 초기 세팅 시점에는 정말 번거로웠다.
반면 엑스박스 라이브러리가 풍성한 이용자나 가격이 올라 아쉽지만 게임패스를 사용하는 이용자라면 엑스박스만으로도 게임을 편하게 즐길 수 있어 편리할 수 있으리라 본다. 나중에는 스팀덱 인증 게임처럼 엑갈리에서 잘 돌아가는 게임인지 아닌지를 알려주는 '핸드헬드 옵티마이즈드' 인증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아울러 엑갈리 X를 사용해보면서 오랜만에 테스트한 부분인데, 엑갈리 X와 흑갈리 모두 윈도우임에도 기기 전원 버튼을 눌러 절전 모드에 돌입한 뒤 몇 시간 뒤에 다시 게임을 켜도 제법 빠르게 다시 게임이 동작한다. 엄청 빠르게 다시 게임에 진입할 수 있는 리눅스 기반 스팀덱이나 게임기인 스위치와 같은 기기에 비하면 다소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다시 부팅해야 할 정도의 상황만 아니라면 충분히 쓸 만하다.
■ 아쉬운 점도 있다.
엑스박스와 UMPC가 만난 엑갈리 X는 신규 UMPC 구매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이용자라면 충분히 매력적인 제품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동급 프로세서가 탑재된 다른 기기 가격을 보면 더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기존 흑갈리 이용자 입장에서는 그다지 큰 변화가 아닌 느낌도 든다. 재고가 얼마나 남았는지 여전히 우려먹은 7인치 디스플레이나, 터치가 되기는 하지만 마우스처럼 쓸 수 있는 터치패드가 없어 마우스 기반 게임이 여전히 불편한 점 등은 아쉬운 부분이다. 내심 OLED 디스플레이나 터치패드 개선을 기대해 왔기에 더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ASUS의 ROG 브랜드와 엑스박스의 만남이 시장에 어떤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