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퀘스트와 개성이 넘치다 못해 돌+I들에 가까운 캐릭터들이 우주를 질주하는 세계를 그려낸 ‘아우터 월드’의 후속작 ‘아우터 월드2’가 정식 발매됐다.
국내에서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2019년 발매됐던 ‘아우터 월드’는 ‘폴아웃 뉴 베가스’, ‘네버윈터 나이츠2’, ‘필라스오브이터니티’ 등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모든 것이 좌우되는 엄청난 자유도를 선사하는 옵시디언의 작품으로 큰 성과를 거둔 작품이었다.
다만, 동시대 출시된 게임과 비교해 상당히 떨어지는 그래픽과 투박한 액션 연출. 그리고 옵디시언 게임의 강점이었던 독창적인 퀘스트의 재미가 이전 게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떨어져 호불호를 불러오기도 했던 것이 사실.
이번에 출시된 ‘아우터 월드2’는 이러한 1편의 단점을 최대한 보완하고, 전작의 육성 요소를 모두 갈아엎은 듯한 새로운 시스템으로 무장한 모습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개선된 그래픽이다. 사실 전작의 경우 2010년에 발매됐던 ‘폴아웃: 뉴 베가스’에서 해상도만 높인 듯한 그래픽에 캐릭터들의 모델링도 투박해 비슷한 시기 발매된 게임들과 비교하기 어려웠으나, 이번 작품에서는 배경 그래픽과 캐릭터의 디자인이 상당히 수려해졌다.
번개가 몰아치고, 곳곳에 괴물이 즐비한 거친 행성부터, 혹한이 몰아치는 행성 그리고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불의 행성 등 방문할 수 있는 행성의 자연 풍경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지며, 캐릭터들의 외형 역시 크게 향상되어 “이제야 사람이 된 것 같은” 수준으로 향상됐다.
3인칭 시점 지원도 인상적인 변화였다. 전작의 경우 1인칭 시점밖에 제공하지 않았지만, ‘아우터 월드2’는 3인칭 시점을 지원해 내가 착용한 장비의 외형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시야가 넓어져 전투의 긴박함이 더 높아졌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하나의 건물에도 진입할 수 있는 루트가 상당히 많이 마련되어 있는데, 3인칭 시점으로 이 루트를 확인하고, 은밀히 뒤에서 침입하여 상대를 하나씩 처치하거나, 정면에서 화끈하게 들이박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등 자유로운 플레이가 더 강조된 듯한 모습이었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전작보다 더 방대해진 자유도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용자는 식민지 ‘아르키디아’를 배경으로, 지구 감독국의 요원이 되어 은하계를 위협하는 치명적인 균열의 근원을 밝혀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모든 곳에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자본주의의 끝판왕 ‘이모네 초이스’와 내면의 수련을 강조하나, 자신들의 법도에 어긋나면 자비 없이 말살을 추구하는 교단. 그리고 ‘아르키디아’를 점령하고 있는 보호령 등 여러 세력과 반복하고, 협조하면서 다채로운 퀘스트를 해결하는 재미를 즐길 수 있다.
더욱이 하나의 세력을 선택하면 다른 세력의 지도자를 암살할 수도 있으며, 두 세력 모두 처치할 수도 있는 자유도가 지원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용자는 현상금이 걸릴 수도 있고, 이 현상금 때문에 정상적으로 마을에 출입할 수 없어 자유시장 정거장에만 방문할 수 있는 등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플레이 경험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었다.
육성 시스템은 선택과 집중으로 완전히 개편됐다. 전작의 경우 전투 능력치 포인트가 일괄적으로 상승했지만, 이번 ‘아우터 월드2’는 근접, 원거리, 해킹, 암살 등 크게 4가지 항목으로 나뉘어 포인트를 투자할 수 있도록 변경되어 이용자의 스타일에 맞는 육성을 지원한다.
아울러 특전의 경우 특수 능력치를 제공하여 게임을 더욱 효율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걷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접근해 상대를 암살하는 플레이나 일단 붙기만 하면 보스도 몇 방에 나가떨어지는 근접 특화 플레이 등을 펼칠 수 있다.
또한, ‘해킹’과 ‘설득’, ‘과학 만세’ 등 비전투 능력치 역시 과학무기 및 원거리, 근거리 공격에 추가 효과를 부여하며, 굳이 전투하지 않아도 과학 지식을 뽐내거나 설득으로 전투를 피할 수 있어 평화주의 플레이를 즐길 수도 있다.
다만 똑같은 플레이를 계속 반복하다 보면 문제가 생기는데, 바로 ‘결점’ 시스템 때문이다. 결점은 이용자의 플레이에 따라 발생하는 일종의 버프와 디버프를 섞어놓은 특성으로, 만약 암살 플레이만 계속한다면, 암살 특성이 강화되나 원거리 공격이 약해지거나, 물건을 사지 않고 팔기만 하면 판매 금액이 높아지지만, 구매 비용이 커지는 등의 장단점이 있다.
이는 같은 플레이를 반복하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로 보이는데, 이중에서는 장비 강화에 사용되는 재료를 분해하지 못하는 단점밖에 없는 ‘결점’도 존재하여 짜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해 추후 패치를 통해 밸런스를 조절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강화된 동료들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전작의 경우 동료들의 공격력이나 스킬이 부실하여 전투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공격력 보조, 회복 스킬 강화, 보호막 형성 등 전투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버프를 주는 스타일로 스킬이 크게 개선됐다.
여기에 근접 공격 동료가 정말 무의미했던 전작과 달리 근접 공격의 효율이 상당히 올라가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으며, 근접, 원거리, 암살 등 플레이에 따라 특화된 동료도 등장해 퀘스트에 따라 다른 동료를 바꿔가서면서 플레이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정도였다.
전작의 동료가 그냥 관계 퀘스트를 해결하거나 힐 셔틀 정도만 썼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정말 든든한 전우가 된 느낌이었다.
이렇듯 향상된 그래픽과 더 흥미로워진 스토리 라인 그리고 강화된 동료와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게임 진행까지 달라지는 육성 시스템 등 ‘아우터 월드2’는 분명 전작보다 한단계 더 진화한 모습이었으나, 서브 퀘스트만 만큼은 여전히 아쉬웠다.
전작의 경우 탈모약을 개발하기 위해 이용자를 사지로 모는 연구원부터 쥐의 몸에 마약을 심어 유통하려다, 미쳐버린 쥐들에게 살해당한 범죄자 집단까지 기상천외한 서브 스토리를 만날 수 있었으나, 이번 작품에서는 인상적인 서브 스토리가 정말 드물다.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인 서브 퀘스트인 만큼 이용자의 관심을 끌 만한 이야기를 선보여야 이를 플레이할 동기가 부여되지만, 워낙 수집과 지역 처치 등에만 치중해 있다 보니 후반부에서는 그냥 서브 퀘스트를 그냥 패스하고 진행했을 정도였다.
이러한 단점이 존재하지만, ‘아우터 월드2’는 최근에 등장한 게임 중에서도 상당한 재미를 가진 게임인 것은 확실했다. 만약 자유도 높은 게임을 선호하거나, 독특한 분위기의 SF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아우터 월드2’는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