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었지만
그래서 사라져 버린 최애들
주목받지 않아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친구들은 모두 똑같은 음료를 샀지만, 나의 시선은 언제나 그 옆에 있는 낯선 음료였다. 이것만 고르면 뭔가 특별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거든.
나만의 개성을 상징했던 그 음료. 문제는 나만 마신건지 이 녀석들이 사라져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오늘 마시즘은 언더독 브랜드이자, 우리들의 아이덴티티였던 음료에 대한 이야기다.
1. 세븐업
사이다들의 대결을 말할 때 ‘칠성사이다와 킨사이다’ 또는 ‘칠성사이다와 스프라이트’를 말하지만, 세븐업(7-up)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오히려 이 중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녀석이고, 레몬과 라임의 느낌이 더욱 들어있다. 외국에서는 ‘사이다’라는 말 대신 레몬라임소다… 를 통칭하는 말로 ‘세븐업’이라고 부르기도.
이렇듯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탄산음료가 한국에만 오면 작아졌다. 같은 ‘칠(7)’이라는 성씨(?)때문에 칠성사이다의 아류로 오해받기도 하였다. 물론 덕분에 언제나 할인된 가격으로 세계적인 근본 사이다를 마실 수 있었지만 말이다.
2. 암바사
세상에서 주윤발을 제일 싫어할 것 같은 음료수. 유성탄산음료의 원조지만 주윤발의 ‘사랑해요 밀키스’ 한 방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하지만 나는 묘한 이름의 뜻을 찾기 위해 이 음료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 형들이 알려준 암바사의 뜻은 ‘암흑을 바라보는 사람들’이라는 말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런 암바사에도 한 번의 시련은 있었다. 암바사가 단종되고 ‘환타 밀크소다’로 이름이 바뀐 것. 하지만 다행히도 세상에 숨어있는 암바사 팬들 덕분에 다시 암바사로 태어났다. 거봐 암바사는 암흑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맞다니깐.
3. 캔 네스카페
캔커피의 대명사를 레쓰비로 시작했던 나는 몰랐던 음료. 하지만 형님들은 언제나 캔커피는 ‘캔 네스카페’라고 말해주었다. 마치 마이클 조던이 신발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농구선수였다고 정정해 주는 것처럼 말이다.
캔 네스카페는 실제 90년대 중반 선풍적인 인기를 끈 캔커피다. 출시와 동시에 온장고를 전국에 보급했고, 가을과 겨울에 따뜻한 캔커피의 매력을 사람들에게 알려줬다. 문제는 광고였다. 당시만 해도 3인자였던 레쓰비가 전지현이 등장하는 그 유명한 광고 ‘저 이번에 내려요’를 내기 전까진 말이다.
4. 미린다
한국에서 가장 불쌍한 음료수. 식당 아주머니들은 얘를 ‘환타’라고 불렀고, 손님들은 얘를 ‘미란다’라고 불렀다. 원래 이름은 미린다다. 심지어 스페인에서 온 음료다. 미린다는 에스페란토어로 ‘놀라운’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미란다 법칙의 그런… 의미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막상 식당에서 이 녀석을 마시면 기대보다 상큼한 과일향과 탄산감에 만족하는 일이 많았다. 여름에 학교 앞에 슬러시 가게가 오면 그 재료는 언제나 미란다였다. 아니 미린다였다. 미안하다.
음료는 사라졌지만, 추억은 영원히
사람들에게는 친구들이 아닌 나만 마시던 추억의 음료가 있다. 대부분 큰 인기를 받지 못한 음료들은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음료와 나만 함께 쌓아온 이야기들은 우리 마음 한편에 추억이 되어 남아있다. 여러분의 ‘나만 마시고 있던 추억의 음료’는 무엇일까?
<제공 : 마시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