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소니, BMW, 닌텐도, 모토로라... 브랜드만으로 해당 회사의 주력 상품인 ‘반도체, 워크맨, 자동차, 게임기, 휴대폰…’들의 아이템이 머릿속에 술술 떠오르는가? 세계적인 브랜드 권위자인 데이빗 아커(David A. Aaker) 교수는 ‘브랜드란 단순한 제품의 이름 이상’이라고 말했다. 브랜드는 회사를 대표하는 ‘이름’으로의 단순한 기능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의지하고 있는 이미지를 모두 내포하고 있는 ‘기업 가치의 바로미터’다.
IBM의 씽크패드가 중국 기업인 레노버로 인수되고, 모든 제품이 중국에서 제작된다 하더라도 소비자는 씽크패드라는 브랜드를 맹목적으로 따르면서 씽크패드가 지닌 고유의 가치인 ‘얇고 튼튼한 고성능 노트북’이라는 신념의 끈을 좀처럼 놓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브랜드 파워다.
‘북미 시장 1위의 이름으로…’
이번 리뷰를 통해 살펴본 제품 역시 씽크패드에 버금가는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물론 북미 시장에 한해서지만) 국내에 선보인 제품 샌디스크의 제품이다. 샌디스크란 업체는 디카 중에서도 DSLR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플래시 메모리 전문 업체다. 특히 상위 모델에 속하는 ‘익스트림’ 시리즈의 경우 그 성능과 안정성에 버금갈 정도로 가격 역시 비싸기로 유명하다.
물론 국내에 Sansa라는 브랜드로 론칭한 제품은 기존의 디지털 카메라용 플래시 메모리에 비하면 저렴한 수준이다. 이미 국내에는 아이리버나 코원 등의 걸출한 토종 기업이 시장의 상당부분을 장악하고 있을뿐더러 미국에서도 샌디스크가 MP3 시장 점유부분에서 ‘넘버 2’로 남도록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는 애플 아이팟의 공세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단 외형은 여느 MP3 플레이어와 다르지 않다. 정면으로 겉모습을 보면 애플의 아이팟을 연상하게 하는 디자인이다. 화면크기 1.8인치의 컬러 액정은 220*176 해상도로 최대 65,000 컬러를 지원한다. 파일 재생에 필요한 버튼과 그 안쪽에 달린 휠 구조는 아이팟을 충실히 벤치마킹 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다.
하지만 아이팟의 휠과는 약간 다른 느낌이다. 일단 터치로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을 밀착하고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푸른색 백라이트를 적용한 휠은 마치 볼륨 스위치를 손으로 조작하듯 ‘손 맛’에 중점을 둔 것. 물 흐르듯 회전하는 터치 방식과 비교했을 때 투박하기 이를 때 없지만 오동작을 일으킬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e250 좌우에는 각각 녹음 버튼과 마이크로 SD 슬롯이 있다. 음성 녹음 버튼이 외부에 있고 마이크는 본체 상단에 위치해 보이스 레코더 기능 역시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다. FM 라디오 역시 기본으로 지원한다.
Sansa가 선보인 e250 모델은 기본 2GB 용량에 추가로 마이크로SD 슬롯에 메모리를 장착하면 용량 확장이 가능하다. 물론 현재 출시된 마이크로SD 메모리의 최대 용량은 2GB. 2GB 기본 모델의 경우 4GB 모델로 변신. 4GB, 6GB, 8GB 모델 역시 각각 6GB, 8GB, 10GB로 추가 메모리 확장이 가능한 셈이다.
몸체는 ‘역시 미국산 제품’이라는 말이 입에서 절로 튀어 나올 만큼 두텁고 단단한 모양새다. 조립 마무리 역시 우수해 프레임 사이에 틈이 거의 없을 정도. 뒷면은 금속 재질로 되어 있어 케이스 없이 험하게 들고 다니더라도 어지간한 충격에는 끄떡없다.
튼튼한 만큼 돌아오는 대가도 제법 크다. 두께 역시 얇기로 유명한 아이팟 나노에 비해 약 2배 가량 두꺼운데다 무게는 79g이다. 체격과 무게에서 경쟁 모델 보다 2배 이상 체급이 큰 이유는 바로 배터리. 20시간 정도의 넉넉한 재생 시간을 고려하다 보니 어느 정도의 외형적인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을 것이다. 참고로 전용 USB 케이블을 이용해 충전에 소요되는 시간은 3시간 안팍이다.
디스플레이 화면과 기본적인 UI는 아이팟을 그대로 답습했다. 물론 그대로 베끼는 것에 치중한 것이 아니라 아이팟을 사용하면서 아쉬울 법한 몇 가지를 추가했으니 단점이라고 보기 어렵다. 리뷰를 위해 사용하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기능을 꼽으라면 재생 중 다음곡명을 미리 볼 수 있는 기능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음악 재생 다른 메뉴로 이동하더라도 화면 하단에는 재생중인 곡명이 디스플레이 된다.
요즘 MP3 플레이어는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MP3 파일을 전송하는 경우가 많다. USB 메모리처럼 직관적으로 폴더에 복사하고 다시 PC로 빼는 방식이 그립다면 e250의 경우 ‘기특한 녀석’에 해당한다. 별도의 프로그램 없이 간단하게 MP3 파일 전송이 가능하고 별도의 마이크로 SD 메모리 역시 본체 삽입과 동시에 PC에서 접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음질은 기본적인 EQ 구성의 세팅이 우수한 편이라 별도의 튜닝과정 없이도 평탄한 음색을 들려준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번들로 제공되는 이어폰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 마이크로 SD를 추가하면 전원을 켤 때 마다 메모리 안의 파일을 다시 읽기 때문에 로딩 시간이 길어지는 단점도 옥의 티다.
컬러 액정이 있다면 의례 구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동영상 기능 역시 e250에서도 지원한다. 전용 변환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퀵타임 MOV 포맷으로 변환한 동영상 파일을 볼 수 있다. 이미지 역시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변환 과정을 거쳐야 e250에서 감상이 가능하다. 화질은? 1.8인치 화면에서 무엇을 바라는가. 재생이 된다는 것에 만족하시길.
참고로 2GB 모델과 4GB 모델의 소비자 가격 차이는 3만원. 마이크로 SD 2GB 메모리는 요즘 시중에서 단돈 2만원에 구입 가능하다. 과연 4GB 제품을 구입할 소비자가 있을까? 4GB 제품을 구입해 6GB로 쓰려거든 차라리 8GB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